컨텐츠 바로가기

12.19 (목)

"조선업 5조 지원""韓에 LNG선 100척 발주"… “中 따돌릴 마지막 기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와 중국의 연이은 LNG 운반선 수주 소식에 침울했던 한국 조선업계에 잇따라 낭보가 전해지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이 조선업계에 5조2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지원을 약속한 가운데, 카타르에서도 6월 중 LNG선 100척을 한국에 발주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조선업계는 한국 빅3 조선사의 LNG선 건조 경쟁력을 입증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보고 있다.

2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전날 방문규 수출입은행 행장은 울산을 방문, 조선사에 대한 자금 공급 계획을 당초 3조8000억원에서 5조2000억원으로 증액하겠다고 밝혔다. 조선업계는 코로나 여파로 수주 부진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번 지원으로 한시름 덜게 됐다는 반응이다.

조선비즈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운반선. /삼성중공업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특히 당장 일감이 없는 조선기자재 업체의 숨통이 트이게 됐다. 수은에서 중소 협력사들의 기성대금 또는 자재 납품에 대한 결제자금 규모까지 확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중소 조선기자재업체 한 관계자는 "일감 확보가 어려운 중소 조선업체는 항상 현금이 부족해 이번 코로나 사태의 타격이 심각했다"면서 "일단 납품 결제자금부터 해결한다면 재기를 노려볼 수 있다"고 했다.

조만간 카타르발(發) LNG선 발주가 쏟아질 것이란 전망도 조선업계 분위기를 한층 띄우고 있다. 카타르 에너지부 장관이자 카타르페트롤리엄 최고경영자(CEO)인 사드 빈 셰리다 알 카비는 지난 22일 현지 매체를 통해 "한국 조선사에 LNG선 100척을 6월 내 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타르는 오는 2027년까지 LNG 생산량을 연간 7700만톤에서 1억2600만톤까지 늘릴 계획이라 LNG선이 대규모로 필요한 상황이다.

조선업계는 알 카비 장관의 발언뿐 아니라 라마단 기간도 끝났기 때문에 조만간 수주 낭보가 전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선박인 LNG선은 1척당 평균 1억8500만달러(17만5000㎥기준)에 달한다. 100척을 모두 수주한다면 산술적으로 185억달러, 우리돈 약 23조원어치 일감을 확보하는 셈이다.

여기에 러시아의 LNG선 수주 낭보도 조만간 전해질 전망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 에너지회사인 노바텍은 조만간 쇄빙 LNG선 10척을 발주할 예정인데, 이 중 5척을 대우조선해양이 가져갈 것으로 전망된다. 쇄빙 LNG선 가격은 3억2000만달러(약 4000억원)로 일반 LNG선보다 70% 이상 비싸다. 현대중공업도 싱가포르 소재 선사인 EPS로부터 1950억원 규모의 중형 LPG운반선 3척을 수주했다. 현대중공업의 이번 계약은 2척의 옵션계약이 포함돼 향후 추가 수주도 기대할 수 있다.

조선비즈

현대미포조선이 건조한 LPG운반선. /현대중공업그룹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국내 조선업계는 이번 대규모 수주가 중국 조선업계의 맹추격을 따돌릴 마지막 기회로 보고 있다. 중국은 최근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그동안 한국이 독식해온 LNG선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기술력 부분에서 한 수 아래라고 평가받던 중국은 지난 4월 카타르로부터 LNG선 16척 수주를 따낸 데 이어, 러시아 노바텍 LNG선 수주전에서도 일부를 수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조선업계는 지난 2018년 중국이 건조한 LNG선이 해상 고장으로 폐선되는 사태까지 겪었음에도 최근 연달아 LNG선 수주를 따낸 배경으로 중국 정부의 막대한 금융 지원을 지목한다. 가령 카타르 발주 건의 경우에는 중국이 카타르산(産) LNG를 구매하는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지만, 이번 기회에 한국의 우수한 LNG선 건조 기술력을 세계에 다시 한번 보여줌으로써 한국과 중국 사이의 거리를 벌려놔야 한다"며 "중국의 맹추격을 방관만 한다면 언젠간 한국 조선업계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한 관계자도 "‘한국 조선사는 중국과 레벨이 다르다’는 점을 인정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다.

김우영 기자(young@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