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또 재판 불출석 허가…‘헬기사격 공방’ 영향 줄까

6월1일 재판부터 출석 안할 듯

법원 “방어권 보호에 지장 없어”

국과수·외국인 목격자 증인 나와

핵심쟁점 놓고 치열한 공방될 듯

5·18 당시 헬기에서 쏜 총탄으로 추정되는 탄흔이 남아있는 전일빌딩. 프리랜서 장정필

고(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89) 전 대통령이 또다시 불출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됐다. 5·18단체는 향후 공판을 통해 전 전 대통령이 줄곧 부인해 온 5·18 당시 헬기사격의 진실을 반드시 밝혀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26일 광주지법에 따르면 형사 8단독 김정훈 부장판사는 전 전 대통령 측의 변호인이 제출한 불출석 신청을 허가했다. 재판부는 “제반 사정을 비춰볼 때 불출석을 허가하더라도 피고인의 권리(방어권) 보호에 지장이 없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전 전 대통령은 오는 6월 1일 재판부터 1심 선고일까지 불출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됐다.

전 전 대통령은 2017년 4월 자신의 회고록을 통해 ‘조 신부는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주장했다가 기소됐다. 그는 지난해 3월 11일 광주지법에서 열린 첫 재판만 출석한 뒤 알츠하이머와 고령 등을 이유로 재판에 나오지 않았다가 재판부 교체로 지난달 27일 법정에 다시 나왔다.

당시 그는 13개월 전 첫 재판 때처럼 “잘 들리지 않는다”며 헤드셋(청각보조장치)을 낀 채 재판에 임하면서 꾸벅꾸벅 조는 모습을 보였다. “공소사실을 인정하느냐”는 재판장의 질문에는 “내가 알고 있기로는 (5·18) 당시에 헬기에서 사격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만약에 헬기에서 사격했더라면 많은 희생이 있었을 것”이라며 “그런 무모한 헬기 사격을 대한민국의 아들인 헬기 사격수 중위나 대위가 하지 않았다고 본다”고 했다.

5·18단체는 이번 재판을 헬기사격을 비롯한 5·18의 여러 진상을 규명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 전 대통령을 비롯한 신군부 인사들이 헬기사격과 암매장 등을 부인함에 따라 40년이 지난 현재까지 5·18에 대한 왜곡·폄훼가 반복되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향후 재판에선 피고인의 출석 여부와는 상관없이 검찰과 전 전 대통령 측의 공방이 한층 가열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음 재판부터는 5·18 헬기사격을 둘러싼 핵심 증인들이 줄줄이 증언대에 서기 때문이다. 5·18 기간에 광주에 머물렀던 데이비드 돌린저(67·David L. Dolinger)를 비롯한 외국인들의 증언에도 관심이 쏠린다.

6월 1일에는 광주 전일빌딩에 대한 헬기사격 탄흔을 분석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김동환 총기연구실장이 증언대에 선다. 국과수는 김 실장 등의 분석 결과를 토대로 2017년 1월 12일 ‘전일빌딩에서 발견된 총탄 자국이 5·18 때 생긴 헬기사격 흔적으로 보인다’는 감정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법정에 나올 김희송 전남대 5·18연구소 교수의 증언에도 관심이 쏠린다. 김 교수는 ‘헬기 작전 계획 실시’ 등의 내용이 담긴 80년 5월 당시 전교사 문건 등을 근거로 5·18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주장해 왔다.

반면, 6월 22일 열리는 공판 때는 전 전 대통령 측 증인이 출석할 예정이다. 5·18 당시 계엄군 관계자 등 전 전 대통령 측 증인들은 그동안 재판 과정에서 헬기사격을 부인해 왔다.

한편 6월 1일 방청권은 재판 당일 오후 1시10분부터 201호 법정 입구에서 선착순(33명) 배부한다. 방청권을 받기 위해서는 신분증을 지참해야 한다.

최경호·진창일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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