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가치 12년만에 최저치로 곤두박질
신흥국서 中과 경합 국내상품 경쟁력 약화
석유제품·유화·철강·기계류 등 타격 불가피
미중 1단계 무역합의 파기 상황 올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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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기습적으로 절하하면서 국내 수출 기업들의 불확실성이 한층 짙어지고 있다. 홍콩 갈등에 이어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이 환율 전쟁으로 확산할 조짐이어서 대(對)중국 수출은 물론 신흥국으로 향하는 수출마저 악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상황이 더욱 나빠져 올해 초 가까스로 봉합한 미국과 중국 간 1단계 무역 합의의 파기와 중국에 대한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로까지 번지면 국내 수출기업들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중국 내수 소비재, 신흥국 수출 타격= 중국 인민은행이 지난 25일 달러 대비 위안화 기준환율을 전 거래일 대비 0.0270위안(0.38%) 오른 7.1209위안에 고시하자 시장에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날 위안화 가치는 세계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2월 28일 이후 12년3개월 만의 최고치다.
이날 위안화 가치 절하폭 역시 올해 4월 16일 이후 최대였다. 이에 당장 원/달러 환율도 달러당 1240원대로 두 달 만에 최고치로 동반 급등하는 등 우리나라뿐 아니라 신흥국 전반의 통화가 불안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를 두고 최근 중국에 가해진 불확실성에 따른 역내외 환율의 시장 반영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환율 상승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의적으로 바라볼 수 없는 상황이라 긴장의 수위는 한층 높아지고 있다. 당장 수출 시장의 최전선에서 환(換)영향에 노출된 기업들은 셈법이 복잡해졌다. 중국 위안화 환율 상승은 수출 기업들에 긍정과 부정의 효과가 동시에 작용하지만, 최근의 양국 갈등의 구도상 음의 효과가 강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기업들은 중국에서 시작된 통화 약세 움직임이 전 세계로 번져 환율전쟁으로 확전될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위안화 약세가 통상 신흥국 통화의 동반 약세를 불러와 우리나라의 수출 기업들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쳐 왔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위안화 약세시 제3국 시장에서 중국과의 경합도가 높은 품목에서 가격 경쟁력의 약화가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이 발간한 ‘중국 위안화 환율 변동이 한국 수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위안화 가치가 10% 떨어지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시장에서 경쟁 수준 상위 10%인 한국 제품의 수출은 0.626%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합도가 중간인 제품은 0.093%, 경합도가 하위 10%로 낮은 제품은 0.003% 줄었다. 중국과 경합도가 높은 석유 및 석유화학제품, 기계류, 철강산업 등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아울러 위안화 상승에 따른 중국의 수입 물가 상승으로 중국 내 소비 비중이 높은 화장품 및 식품 등 내수 소비재들에도 일정 부분 타격이 가해질 전망이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수출 기업들은 이미 코로나19로 최악의 수출 환경을 맞고 있다”며 “위안화 약세로 인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 경쟁력이 취약한 기업들은 큰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 미·중 1단계 무역합의 파기땐 최악의 상황= 수출 기업들은 환율 상승에 따른 가격의 변동은 서막에 불과하다고 설명한다. 산업계는 지난해 8월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던 파국 국면으로 상황이 악화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특히 올해 1월 가까스로 합의했던 미중 무역합의 1단계가 파기되는 최악의 상황까지도 감내해야 할 것을 각오하고 있다. 미국이 1단계 무역합의를 파기하고 대(對)중국 상품에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며 전면적인 대중(對中) 제재에 나서면, 여기에 대응해 중국도 미국 기업 제재에 나서고 고관세 전쟁을 시작할 수 있어서다. 이는 양국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의 수출 기업들에는 그야 말로 사형선고와 다름 없다.
홍콩에 대한 관세 특별지위까지 박탈되면 사실상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의 미국 수출은 경쟁력 자체를 상실할 수 있다는 지적 또한 제기된다.
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중국경제통상팀 부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미중 간의 1단계 무역합의가 깨지는 최악의 상황까지는 아니더라도 양국 간에 합의를 재조정하는 과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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