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당국 기재부 "30조원도 부담인데"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전시 재정을 편성한다는 각오로 정부의 재정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3차 추가경정예산 편성 규모가 40조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3차 추경 규모를 사상 최대인 30조원대로 관측했지만, 문 대통령 발언으로 추경 규모가 이를 훨씬 뛰어넘을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문 대통령은 "1·2차 추경을 뛰어넘는 3차 추경안을 신속하게 준비해달라"고 주문했다.
추경 예산안을 편성하는 기획재정부는 고심에 빠졌다. 1·2차 추경을 통해 코로나 대응에 23조9000억원을 쏟아부은 상황에서, 추가로 40조원 가량을 더 투입할 경우 올해 정부 지출액은 560조원을 넘어서게 된다. 이같은 지출액을 감당하기 위해 발행하는 적자국채는 100조원을 초과한다. 40조원 추경이 추진되면 국가채무는 860조원대로 올라간다. 한국 경제가 한번도 겪지 못한 ‘나라 빚 과속’을 경험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청와대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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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이 띄우고 文이 힘 실어주면 따르는 기재부
청와대와 여당이 3차 추경안 발표를 앞두고 적극적인 재정 투입을 강조하면서 추경 규모가 40조원을 넘길 것이라는 예상이 관가 안팎에서 나온다. 최근 코로나19 정책 대응 과정에서 기재부가 제시한 대책보다 규모가 더 큰 방안을 민주당이 불쑥 내놓은 후, 문재인 대통령이 힘을 실어주는 방식이 수차례 반복됐기 때문이다. 이번 3차 추경에서도 이와 같은 양상이 되풀이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재정 건전성’ 우려에 대한 일각의 지적을 의식한 듯 "심각한 위기 국면에서는 충분한 재정투입을 통해 빨리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성장률을 높여 재정건전성을 회복하는, 좀 더 긴 호흡의 재정 투자 선순환을 도모해야 한다"면서 "우리 국가 재정은 OECD 국가들 가운데서도 매우 건전한 편"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앞서 지난 22일 "기존 추경 규모를 뛰어 넘는 규모로 편성하겠다"고 말한 민주당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국회를 통과한 1차 추경(11조7000억원)과 2차 추경(12조2000억원)의 규모가 24조원 정도였다. 민주당이 ‘기존 규모를 뛰어넘는’ 추경 편성을 예고한 만큼, 기재부가 현재 구상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큰 규모로 추경이 국회 문턱을 넘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긴급재난지원금 전(全)국민 지급을 놓고 홍 부총리와 민주당이 벌인 설전도 결국 문 대통령이 민주당에 힘을 실어 주면서 홍 부총리의 패배로 마무리됐다. 당시 홍 부총리는 재정건전성을 이유로 소득 하위 70%에 지급해야 한다는 안을 강력하게 주장했지만, 총선을 앞둔 여당이 강력하게 전국민 지급을 주장하면서 기재부를 압박했다. 결국 홍 부총리는 윗선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여당의 ‘전국민 지급안’을 2차 추경에 반영해야 했다.
◇기재부, 눈덩이처럼 커지는 재정 지출이 부담
예산편성 당국인 기재부는 문 대통령과 여권이 요구하고 있는 ‘40조원 추경 예산’을 적잖게 부담스러워 한다. 기재부는 3차 추경 규모가 3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언론보도에 일일이 해명자료를 내며 반박하고 있다.
특히 재정당국인 기재부 예산실은 3차 추경 등으로 재정지출 규모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것에 부담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주 발표된 저신용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SPV(특수목적회사) 규모가 지난달 말 4차 청와대 비상경제회의 이후 발표됐었던 20조원에서 10조원으로 축소된 것도, 정부의 재정 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재정 당국의 목소리가 반영됐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기재부 안팎에서는 3차 추경의 주된 사업인 한국형 뉴딜 사업에 반영될 정부 예산이 1조원 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규모 일자리 창출을 위한 국가 프로젝트인 한국판 뉴딜은 ‘디지털’과 ‘그린’의 양대 축으로 구성되는데 이들 분야에 각각 4000억~5000억원씩 투입될 전망이다. 이날 문 대통령 지시로 기재부가 구상하고 있는 추경 예산 사업 규모 등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3차 추경이 40조원 이상으로 편성될 경우 올해 정부지출이 560조원 이상으로 급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당초 512조원 수준으로 계획됐던 올해 지출 규모는 2차 추경까지 531조원으로 늘어난 상황이다. 여기에 40조원 추경을 편성하면서 지출 구조조정을 5조원 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올해 정부 지출은 560조원을 훌쩍 넘어선다. 이를 감당하기 위한 적자국채 발행은 100조원대에 이를 전망이다. 당초 805조원으로 계획됐던 국가채무는 860조원대로 급증한다. 이렇게 되면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39.8%에서 45%로 5%P(포인트) 이상 높아진다.
세종=정원석 기자(lllp@chosunbiz.com);세종=이민아 기자(wow@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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