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측서 희망퇴직 위로금, 연봉의 최대 4배 제시하며 개별 접촉
젊은 직원 중심으로 삼성SDI 등 그룹 계열사로의 전적도 권고
가뜩이나 중국에 밀리는데 코로나로 수요 급감… 구조조정 속도 빨라질 듯
삼성디스플레이가 대형 LCD(액정표시장치) 사업부에 근무하는 일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내지는 삼성그룹 내 다른 계열사로의 전적(轉籍)을 권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3월 말 차세대 디스플레이로의 구조 전환을 서두르기 위해 연말까지만 대형 LCD를 생산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후속 조치다. 당시 회사는 해당 사업부 직원을 중소형사업부나 QD(퀀텀닷)사업부 등 사내 다른 부서로 전환배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우선 희망퇴직·전적부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대해 직원들은 중국발 물량공세로 시장 경쟁력이 떨어진 만큼 출구전략 자체는 불가피하다고 보면서도 ‘깜깜이’로 이뤄지고 있는 회사 측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 전경. /삼성디스플레이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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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업계에 따르면, 회사 측은 4월부터 일부 직원들에게 전화, 메시지, 메신저 등으로 희망퇴직을 권고하고 있다. LCD 출구전략을 발표한 직후다. 복수의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 말을 들어보면, 대상자는 주로 대형 LCD 생산라인에 근무하는 직원 중 △나이가 많거나 △아이가 있거나 △여성인 경우에 집중돼 있다. 위로금은 연봉의 1.5배에서 많게는 4배까지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디스플레이의 한 관계자는 "전례를 보면 희망퇴직에 응하지 않았다가 집과 거리가 먼 사업장을 둔 계열사로 전적돼 결국 아무런 보상도 못 받고 그만두는 경우가 있었다"며 "연내 사업을 어차피 접고, 버텨봐야 초과이익성과급(OPI·옛 PS)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닌 만큼 조건만 잘 맞으면 굳이 희망퇴직에 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회사가 권고 대상으로 ‘콕’ 집어 연락했다는 것만으로도 이유가 있지 않겠냐"며 "권고라고는 하지만 압박을 느끼는 경우도 주변에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동시에 최근 전적 대상자를 분류해 이를 공식 통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상자는 주로 회사를 옮기는 데 거부감이 없는 젊은 직원들로, 현재 삼성SDI로 넘어가는 안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회사 측이 ‘좋은 조건’ ‘마지막 기회’라는 수식어를 내세우고 있어 대상자로 통보 받은 직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구조조정을 서두르는 이유는 고객사(TV 업체)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 측이 연말까지 LCD 사업을 한다고는 했지만, 이미 출구전략을 공식화한 만큼 고객사들이 주문을 덜 넣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고객 수요를 결정적으로 짓누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미래 먹거리를 위해 별도로 조성 중이던 아산 2단지 기반 공사를 전격 중단한 것도 같은 이유다. 코로나로 글로벌 시황이 급변하고 있는 만큼 중장기 투자는 일단 속도 조절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회사가 구조조정을 비공식적으로 진행하는 것은 취지와는 별개로 지적받고 있다. 이와 관련 삼성디스플레이 노동조합은 22일 오전 사내게시판에 회사가 암암리에 권고에 나서면서 직원들이 고용불안에 떨고 있는 만큼 투명하게 구조조정 로드맵을 공개해달라는 취지의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삼성디스플레이 노조 측은 "구조조정을 공식화해서 투명한 절차에 따라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일부 8세대 LCD 라인을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에 매각하며 차세대 디스플레이로의 사업 전환을 본격화했고, 올해 말까지는 국내, 중국의 7·8세대 라인을 모두 정리할 계획이다. 중국업체들의 저가 물량 공세로 구조적 열세가 고착화됐기 때문이다. 기술만큼 ‘가격 우위’가 필요한 시장인 만큼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는 LCD 출구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로 예상보다 전방 TV 업체들의 LCD 수요가 더 감소하면서 구조조정은 더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장우정 기자(wo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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