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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이슈 고유정 전 남편 살해 사건

인형 등장한 고유정 재판···법의학자 "누군가 일부러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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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정 사건 항소심 2차 공판 열려

전문가 "사고사라면 울혈 나타나야"

검찰, 결정적 증거 제시하지 못해

6월17일 결심공판…7월 선고 전망

중앙일보

전 남편과 의붓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고유정이 지난 2월 20일 오후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제주지법에 도착해 호송차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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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남편을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고유정(37)에 대한 두 번째 항소심 공판이 열렸다. 1심 무기징역 선고 후 선임된 국선변호인과 함께 나온 고유정은 흰 마스크를 쓰고,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린 채 재판에 참석했다.

이날 검찰은 증인 5명을 잇따라 세워 재판부에 지난 1심의 결과보다 더 강한 처벌을 요구했다. 특히 의붓아들건의 혐의 입증을 위해 국내 법의학의 대가인 서울대 이모 명예교수와 양모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중앙법의학센터장, 소아과 분야에서 저명한 한모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아외과 교수 등을 증인으로 내세웠다. 또 약물 전문가 등이 출석해 이번 사건과 관련해 증언했다.

하지만 여전히 ‘고유정이 의붓아들을 죽였다’는 것을 확실하게 증명해내지는 못했다. 1심 재판부는 전남편과 관련해서는 유죄를 선고했지만 의붓아들 건은 무죄 선고를 내린 바 있다.

광주고등법원 제주 제1형사부(부장판사 왕정옥)는 20일 오후 2시 제주지법 201호 법정에서 고유정 사건 항소심 2차 공판을 열었다. 검찰이 내세운 첫 증인은 저명한 법의학자 이모씨였다. 이씨는 직접 아이크기의 동물인형까지 준비해 재판에서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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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정이 경찰에 붙잡힐 당시 범행을 부인하는 모습.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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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피해자인 홍모(당시 만 4세 4개월) 얼굴에 ‘울혈’이 없는 점을 강조하며 “홍군이 살아있을 때 압박을 멈춰서 생기는 현상”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호흡이 정지되더라도 심장은 길게 10분까지 뛴다”며 “누군가 피해자를 눌러 축 늘어지자 숨진 것으로 착각해 손을 뗐지만, 아직 살아있었던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울혈은 피부조직이나 장기조직에 혈액이 고여 검붉게 변하는 현상이다. 일반적으로 어떤 사고로 가슴 등을 꾸준히 압박당해 숨진 경우 이 울혈이 생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홍군의 얼굴에 울혈이 없다는 것은 누군가 고의로 압박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증거라는 설명이다.

또 다른 증인으로 나온 한모 교수는 “홍군의 경우 키가 98㎝에 14kg로 몸이 또래 아이들보다는 작지만, 정상아 기준 범주 내에서 작은 것”이라며 “이런 4살이 넘은 아이가 아버지 등 성인과 같이 자다 눌려 죽는 경우는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그 예시를 찾을 수 없었다”고 증언했다. 또 그는 “영아나 1~2살 아기가 아니라 4살이 넘은 아이라면 어느 정도의 압박은 스스로 피해 콧구멍이나 입을 통해 숨을 쉴 수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검찰은 1심부터 홍군 사망 사건의 핵심적인 쟁점으로 피해자의 ‘사인’을 꼽았다. 이번 증인들의 증언과 같이 부검의나 국과수 등 관련 전문가들은 공통으로 홍군의 사인을 ‘기계적 압착에 의한 질식사’로 추정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고씨가 지난해 3월2일 오전 4∼6시께 충북 청주시 자택에서 잠을 자던 의붓아들의 등 뒤로 올라타 손으로 피해자의 얼굴이 침대 정면에 파묻히게 머리 방향을 돌리고 뒤통수 부위를 10분가량 강하게 눌러 살해했다고 결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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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정을 의붓아들 살해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현남편(왼쪽)과 고유정.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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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홍군이 감기약을 먹은 상태에서 아버지 다리에 눌려 질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던 원심의 판단도 의학적 근거가 전혀 없는 막연한 의심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검찰이 제시한 공소사실에 의심이 드는 부분도 있지만, 유죄로 보기에는 부족하다는 의견을 냈다. 간접증거만으로 유죄를 입증할 수 있다 하더라도 간접 사실 사이에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의 증명과 상호모순이 없어야 하고, 의심스러운 사정 등을 확실히 배제할 수 없다면 무죄추정의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는 관점이다.

고씨 측은 여전히 1심 무기징역형이 과하다는 입장이다. 졸피뎀을 피해자에게 투약한 증거가 부족하지만 1심 재판부가 이를 인정, 계획적 살인 누명을 썼다는 것이다.

항소심 3차 공판은 다음 달 17일 오후 2시 결심공판으로 진행된다. 고씨의 2심 선고 공판은 7월 중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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