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자리에서 열린 제1440차 정기 수요집회에는 참가자들과 취재진, 유튜버 등이 뒤섞여 200여명이 몰렸다. 집회에서는 시종일관 정의연에 대한 의혹 제기가 부당하다는 발언이 쏟아져 나왔다. 정작 의혹의 중심에 선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국회의원 당선인은 지난 주에 이어 이날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20일 오전 열린 1440차 수요집회에서 정의연 이사회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날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정의연 이사회 명의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 이사장은 “정의연·정대협과 함께해준 시민들과 피해자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드려 진심으로 송구하게 생각한다”면서도 “억측과 허위 사실에 근거한 보도와 예단은 삼가주시라”고 말했다. 정의연 관련 의혹에 대한 보도를 “탄압 행위”라고 표현했던 지난 주 발언보다는 표현이 다소 순화됐지만, 여전히 일부 의혹 제기가 부당하다는 취지다. 회계 부정 의혹과 관련해서는 “한국공인회계사회에 외부 회계감사를 공식 요청한 상태이며 이후 절차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 이사장의 입장 발표 이후에는 정의연에 대한 의혹 제기가 부당하다는 발언이 줄을 이었다. 정의연의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에서 활동했던 한 실행위원은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당시 정대협이 할머니들께 지원금을 받지 말라고 한 적이 없다며 오히려 당시 일본 정부가 합의금 수령 여부를 이용해 2차 가해를 저지른 것이라 주장했다. 그는 또 “회계 정리에 빈틈이 있었을 순 있지만, 회계 부정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근거로는 ‘최근까지 정의연의 재정 상황이 궁핍했다’는 점을 들었다. 기지촌 여성 인권연대 우순덕 상임대표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애써온 정의연을 근거 없는 왜곡보도로 폄하하지 말라”고 했다.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440차 수요집회에서 이나영 이사장이 최근 제기된 의혹과 관련된 정의연 이사회의 입장문을 발표한 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날 수요집회가 열린 평화의 소녀상 인근에선 보수단체 ‘자유연대’ 회원 30여명이 정의연을 비판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수요집회 장소로부터 약 30m 떨어진 인도에서 대형 스피커를 통해 “정의연은 모든 계좌를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했다. 한 50대 남성 참가자는 메주에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국회의원 당선인의 사진을 붙이고 ‘윤미향은 사퇴하라’고 소리치며 소녀상 인근으로 접근하다 경찰에 제지당하기도 했다. 소녀상 좌측 인도에서는 ‘반일동상진상규명공동대책위원회’ 소속 회원 20여명이 별도의 기자회견을 열고 “정의연이 위안부 할머니들을 팔아 돈장사를 했다”며 수요집회 중단을 요구하기도 했다. 한편 경찰은 이날 충돌에 대비해 현장에 경력 200명을 배치했다고 밝혔다.
[유종헌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