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민, '소녀상 건립'과 무관한 김제동 강연회 강행
기부금 700만원, 특별 모금 800만원으로 강연료 모아
내부관계자 "시장출마 노렸던 이 당선자, 다른 목적 있었던 것 아니냐"
2017년 10월 21일 방송인 김제동씨가 한경대 실내체육관에서 '안성 역사특강'이라는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당시 안성 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 상임대표였던 더불어민주당 이규민 당선자는 1500만원에 이르는 김씨 강연료로 '소녀상 기부금'을 썼던 것으로 나타났다./인천신문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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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안성 평화의 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가 기부금 1500만원을 방송인 김제동씨의 강연료로 지불한 것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당시 건립추진위 상임대표였던 더불어민주당 이규민(경기 안성)당선자는 “소녀상 지으라고 시민들이 모아준 마음을 왜 김제동에게 줘야 하느냐” “1500만원이나 되는 고액의 강연료를 지불할 이유가 없다” 등의 내부 반발에도 강연회를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성 평화의 소녀상 건립과정에 참여한 다수의 인사들에 따르면 이 당선자는 평화의 소녀상 모금액이 4500만원 가량 모였던 2017년 9월부터 본격적으로 김제동 강연회를 추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김씨의 강연료 단가(單價)는 1500만원으로 당시 모금액의 33%에 달하는 수준이었다. 실제 “총회에서 제정·승인한 콘서트 예산의 범위(600만원)를 넘어서는 1500만원이라는 큰 금액의 집행은 부적절하다”는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나왔지만, 이 당선자는 반대하는 일부 인사들을 SNS에서 강제퇴출 하면서 반발을 잠재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임원진 38% 가량이 불참한 가운데 열린 운영위원회에서 김제동 강연회 건은 가결됐다.
당초 운영위는 김제동 강연료를 맞추기 위해 소녀상 기부금에서 500만원을 지출하고, 나머지는 특별기부와 행사수익 등으로 충당하기로 했다. 이 당선자는 “강연료가 모자라면 내가 책임지겠다”고 주변에 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지출 보고서 등에 따르면 건립추진위는 기부금 700만원, 특별모금 800만원을 더해서 김제동 강연료를 마련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3월 열린 안성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 장면. 당시 제막식에는 이재명 경기도지사, 당시 정대협 대표였던 민주당 윤미향 당선자 등의 참석했다./안성 평화의 소녀상 페이스북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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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립추진위 내부에서는 “이 당선자가 김제동 강연회에 집착하는 배경이 뭐냐”는 말들이 나왔다고 한다. 평화의 소녀상 건립에 관여한 관계자는 “당시 안성시장 출마에 관심이 있던 이 당선자가 사람들이 모이는 ‘김제동 강연회’에서 인지도를 올리려 했던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고 했다. 건립추진위 내부 관계자도 “이제와 돌이켜보면 이 당선자가 정치적 목적으로 소녀상 건립운동에 나선 것 아니냔 의심이 든다”며 “인지도를 쌓기 위해서 어려운 이웃이나 단체를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2017년 10월 21일 열리는 김제동 강연회 주제는 ‘안성 역사특강’이었다. 강연회 포스터는 전면에 김제동이 나와있고, 구석에 ‘평화의 소녀상’이 작게 들어간 형태다. 이 당선자는 강연회 직전 자신의 SNS에 김제동 강연회 포스터를 띄운 뒤 “안성평화의 소녀상이 주최하는 김제동 초청강연회 포스터가 나왔다”며 “생각하고 고민하고 함께 웃고 공감하는 소중한 시간이 되리라 믿는다”고 썼다.
민주당 이규민 당선자가 SNS에 게재한 김제동 강연회 포스터/조선닷컴 |
강연에서 김제동은 헌법조문을 거론하며 “주인의 권리를 가진 국민이라면 옳지 못한 일을 행하는 정치세력에 ‘왜’라고 질문할 수 있어야 한다” “안성의 선조들이 무력항쟁을 이끌었던 이유는 모든 우리 아이들과 후손들이 행복하게 잘 사는 나라를 만들자는 데 있다”고 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4대강 사업을 두고서는 “22조원의 혈세를 낭비했다” “북한을 이용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정치세력(보수정당)이 있다”고도 했다.
건립추진위의 모금과정도 도마 위에 올랐다. 기부금품법에 따르면 1000만원 이상의 기부금을 모금하려면 관할 광역단체에 모집계획과 사용 방법 등을 제출해야 하는데, 안성 평화의 소녀상 건립추진위가 기부금품 모집 등록을 따로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를 위반 시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경기도청 관계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 소녀상 건립 관련해서는 안성에서는 등록된 게 없다”고 했다.
이 당선자는 이듬해인 2018년 지방선거에서 안성시장 예비후보로 출마했지만 경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본지는 김제동 강연회와 관련한 해명을 듣기 위해 이 당선자에게 수 차례 연락했지만 닿지 않았다.
[김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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