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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심근경색과 뇌졸중, 20·30대도 안심할 수 없다 [의술 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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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심혈관 질환의 예측되지 않는 첫 증세는 사망, 즉 돌연사다. 돌연사란 말을 들으면 많은 이들이 40~50대 중장년을 떠올린다. 그렇다면 돌연사의 주된 요인인 심근경색증은 40대 이후에만 발생할까? 그렇지 않다. 20~30대에게도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 등 심혈관 질환, 그리고 뇌경색을 포함한 뇌혈관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심혈관·뇌혈관 질환의 대표적인 위험 요인으로는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흡연, 스트레스, 비만 등이 꼽힌다. 가족력과 나이도 포함된다. 의학은 오랫동안 40대 이후 중장년층의 심·뇌혈관 질환 예방과 치료에 중점을 두어왔다. 하지만 20~30대도 안심할 수 없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그 중요한 이유가 콜레스테롤 문제다.

1913년 러시아의 병리학자 아니쉬코프 박사가 콜레스테롤이 동맥경화증을 일으킨다는 논문을 발표한 뒤 많은 연구가 이뤄졌다. 6·25전쟁 때 전사한 미군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도 그중 하나다. 19~20세 젊은 전사자 중 심장 관상동맥이 좁아졌거나 막힌 사례들이 여러 건 보고됐다. 이 연구는 10대 때부터 관상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히는 현상이 시작될 수 있으며, 일부 20~30대에게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이 발생할 수도 있음을 시사해주었다.

나이가 심·뇌혈관 질환의 중요한 위험 요인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젊다고 방심해서는 안 된다. 이를 뒷받침하는 국내 연구도 최근 발표됐다.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연구팀이 2009~2014년 국가검진을 받은 568만여명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20~39세 젊은 층도 고지혈증이 있는 사람은 없는 사람에 비해 심근경색증 위험이 2.2배, 뇌졸중 위험이 1.8배 높았다. 특히 중성지방이 높은 그룹은 낮은 그룹에 비해 심근경색증과 뇌졸중 위험이 각각 2.5배나 높았다.

미국 심장학회와 심장협회는 2019년 발표한 콜레스테롤 가이드라인에 20~39세를 추가했다. 이 가이드라인은 20~30대라도 콜레스테롤이 높으면 강력한 ‘생활습관 변화’를 실천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생활습관 변화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채소, 과일, 통곡물, 견과류, 콩 섭취를 늘리는 식습관 변화다. 저지방 유제품 섭취와 생선을 포함한 해산물, 식물성 기름 섭취도 포함된다. 또 붉은 고기 대신 껍질을 뺀 닭이나 오리 등 가금류 고기를 먹어야 한다. 당분, 소금, 지방 섭취도 적정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 과도한 탄수화물 섭취는 몸 안의 중성지방 수치 증가로 이어진다. 높은 중성지방이 심근경색증의 강한 위험 인자라는 사실이 앞의 서울대병원 연구에서도 확인됐다. 소금 과다 섭취는 혈압을 높일 뿐 아니라, 혈관 내피 세포를 손상시켜 동맥경화증을 유발, 악화시킨다.

꾸준한 운동과 적절한 체중 유지다. 하루 45분 이상의 운동이 권고되며, 체질량지수(BMI) 18.5~24.9를 유지해야 한다. 비만은 그 자체가 질환일 뿐 아니라, 심·뇌혈관 질환의 중대한 ‘기저질환’이다. 금연과 절주는 당연하다. 약물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미국 심장협회는 20~39세라도 제1형 당뇨병 20년, 제2형 당뇨병 10년 이상 됐고 단백뇨, 사구체여과율 60mL/분 미만, 망막병증, 신경병증, 발목·상지 혈압지수(ABI) 0.9 미만 중 1개 이상이 있으면 스타틴 약물치료를 고려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20~30대 몸에 40~50대에 흔한 심·뇌혈관 질환이 찾아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나이가 많고 적음을 따지지 말고 혈관 노쇠(老衰)를 예방하는 생활습관을 실천해야 하며, 필요하면 치료도 받아야 한다.

김성권 | 서울대 명예교수 서울K내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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