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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마키베리 6만주 고사…14억 피해 어디에 호소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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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주 "전봇대 교체공사 따른 단전에 개폐기 작동 못해"

전기공사업체 "해당 농장은 작업구간 밖…인과관계 없어"

뉴스1

전남 담양 창평의 한 비닐하우스에서 재배 중이던 마키베리 나무 6만주가 고사했다.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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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뉴스1) 박영래 기자 = 비닐하우스에서 재배 중이던 마키베리 나무 6만주가 고사하면서 10억원이 넘는 피해가 발생했다.

해당 농장주는 인근에서 진행된 전봇대 교체공사로 인해 전기차단기가 내려가면서 비닐하우스 개폐기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공사업체 측은 전봇대 공사와 비닐하우스 전기 공급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입장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사건은 지난 11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남 담양군 창평면에서 마키베리 농원을 운영하는 채모씨는 이날 오후 2시쯤 비닐하우스를 점검하러 갔다가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비닐하우스 내부는 앞을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습기와 안개가 자욱했고, 전날까지만 해도 파릇파릇 활기 넘치던 마키베리 나무들은 반쯤 시들어 있었다.

채씨는 "비닐하우스 내부온도는 78도까지 올라가 있었고 찜질방 수준의 열기로 가득 차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급하게 비닐하우스를 열어 환기를 시키는 등 복구에 나섰지만 이미 생기를 잃어버린 마키베리는 빠른 속도로 고사해 갈 뿐이었다.

남미 칠레가 원산인 마키베리는 안토시아닌 등 항산화 성분이 풍부한 식품 가운데 하나로 알려지면서 3∼4년 전부터 국내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사고 당일 담양지역의 낮최고기온은 26도까지 올라가면서 비닐하우스 내부온도는 오전부터 빠른속도로 상승하는 상황이었다.

자동화시설을 갖추고 있는 채씨의 비닐하우스는 내부 온도가 18도 이하로 떨어지면 자동으로 개폐기가 내려가고, 32도 이상이면 개폐기가 올라가 내부온도를 떨어뜨리게 된다.

하지만 사고가 난 뒤 확인한 결과 이날 전기차단기는 내려진 상태였고, 이로 인해 개폐기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하면서 비닐하우스 2개동에서 키우던 마키베리 6만주가 모두 고사했고, 채씨는 14억원가량의 피해를 입었다.

5년 동안 애지중지 가꿔온 마키베리는 어른 가슴높이로 자란 상태며 열매를 맺고 있어 조만간 수확을 앞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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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농장에서 고사되기 직전에 촬영된 마키베리는 조만간 수확을 앞둔 상태였다.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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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부터 자동화설비를 도입해 그동안 별다른 이상 없이 사용했던 채씨는 이번 사고의 원인을 사고 당일 비닐하우스 인근에서 진행된 전봇대 교체공사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채씨는 "11일 오전 8시부터 11시 사이에 비닐하우스 앞을 지나는 250m 선로에서 전봇대 교체공사가 있었고 이 과정에서 전기공급에 이상이 생기면서 전기차단기가 내려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비닐하우스 내부에서 누전이나 합선에 의한 누전차단기 작동을 확인해 봤지만 별다른 이상은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채씨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해당 전기공사 업체 측은 "사고가 난 비닐하우스는 작업구간 밖에 있다"며 이번 사고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시공업체 김모 대표는 <뉴스1>과 통화에서 "작업구간 내에 있었다면 혹시나 잘못해서 정전이라도 발생할 수 있을 수도 있겠지만 이번에 피해를 입은 비닐하우스는 공사구간 밖에 자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현행 전봇대 교체공사의 경우 전기를 끊고서 하는 게 아니어서 더더욱 연관성이 없다는 논리다.

김 대표는 "현재 주로 사용하는 '바이패스 케이블 공법'은 작업구간 외 구역의 전기는 살려두고 공사는 하는 방식"이라면서 "해당 비닐하우스 외에는 피해가 발생한 농가는 단 한 곳도 없다"고 설명했다.
yr200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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