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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이슈 로봇이 온다

‘언택트 시대’ 활약 커지는 로봇 … 방송 뉴스까지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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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휴머노이드 ‘휴보’의 변신 / 여성진행자의 소개에 “기분 짱” / 스튜디오에 서서 리포트 소개 / 손 움직임 등 행동도 자연스러워 / 2004년 첫 개발… 세계대회 1위

“제가 이래 봬도 세계 로봇대회 1위, 가장 똑똑한 로봇 아닙니까.”

지난 14일 오후 8시30분쯤, 한 TV뉴스 화면에 ‘깜짝 등장’한 로봇이 여성 앵커의 소개에 “기분이 짱”이라며 능청을 떨었다.

키가 1m55㎝ 정도인 이 로봇은 이어 코로나19 사태로 일상화된 ‘언택트(비대면) 사회’에서 동료 로봇들의 활약상을 깔끔한 남성 목소리로 소개했다. “코로나 19 확산에 따라 요즘 저 같은 로봇들이 대활약하고 있습니다. 감염 걱정이 없기 때문이지요. 커피를 타고, 음식도 서빙하고, 수술까지 합니다. 사람을 대체했던 분야부터 감성적인 영역까지 우리 로봇들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손과 발의 움직임도 자연스러웠다.

세계일보

국내 첫 인간형 로봇 휴보가 지난 14일 TJB 8시 뉴스앵커로 등장해 아나운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카이스트 제공


카이스트(KAIST) 기계공학과 오준호 교수팀이 개발한 국내 첫 휴머노이드 로봇(사람의 신체와 유사한 모습을 한 로봇) ‘휴보(HUBO)’가 뉴스 앵커로 나선 것이다. 휴보는 충청 지역 민방인 TJB 대전방송이 개국 25주년을 맞은 이날 저녁 정규 뉴스 앵커로 파트너 앵커와 대화를 나눈 뒤 2개의 리포트를 단독으로 진행했다. 이 로봇은 오 교수팀이 2009년에 개발한 휴보2 모델이다.

2004년 개발된 휴보를 진화시킨 것으로, 2015년 6월 미국에서 미 국방성 방위고등연구계획국이 주최한 재난대응 로봇 경진대회 ‘다르파 로봇 챌린지’에서 미 항공우주국(NASA),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등 세계 유수 로봇 연구팀을 제쳤다. 2017년 12월에는 오 교수팀의 탑승형 로봇 FX-2와 함께 평창올림픽 성화봉송 주자로 나서기도 했다.

휴보는 이날 출연 시간 내내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뉴스를 진행하는 동안 간단한 동작도 선보였다. 휴보 원격 조정용 수트를 착용한 연구진이 카메라 뒤에서 동작을 취하면 휴보가 그대로 따라 하는 기술이 적용됐다. 진행 멘트는 연구진이 즉각 입력하는 방식으로 자연스레 이어졌다.

일본 오사카대 지능로봇연구소의 ‘에리카’가 앵커로 등장한 적은 있지만 로봇이 얼굴만이 아닌 전신을 스튜디오에 노출해 진행한 것은 세계적으로도 휴보가 처음이다.

휴보의 첫 앵커 데뷔는 로봇산업의 현황을 특집뉴스로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뤄졌다. 이재곤 TJB보도국장은 “대전이 로봇산업의 중심지로 발돋움하고 있고, 마침 휴보도 이곳에서 개발돼 최근의 비대면 생활문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려 휴보 출연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생방송 뉴스 특성상 어려움도 뒤따랐다. 제작진은 휴보의 진행 멘트와 기자의 보도 사이에 시차가 생기지 않도록 뉴스 2시간여 전부터 현장 준비와 치밀한 리허설을 거쳐서야 성공리에 방송을 마칠 수 있었다.

대전=임정재 기자 jjim6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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