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관되게 같은 취지로 문제 제기
“위안부 문제로 한·일 조마조마
내가 툭 털면 친하게 지낼 수도”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는 지난 4월 22일 대구시 희움 일본군위안부역사관에서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당선인의 국회 진출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사진 기자회견 참석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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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지난 7일 기자회견에 앞서 이미 4월 22일 공개적으로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당선인의 국회 진출을 반대하며 “더 이상은 속지 않겠다”고 말한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중앙일보가 입수한 동영상에 따르면 당시 이 할머니는 대구시 중구에 있는 희움 일본군위안부역사관에서 입장을 밝혔으며, 시민사회계와 언론사 인사 소수만 참석했다. 이 할머니는 3월 말 윤 당선인이 전화로 비례대표 공천 소식을 전해왔을 때를 떠올리며 “(윤 당선인이)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고 갔으면 뭘 하든간에 나는 상관없다. 그렇지만 이것을 해결한다고 30년을 같이 했는데, 이건(국회로 가는 것은) 아니다. 해결하고 가야 되지 않나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나를 끝끝내 속이는데, 내가 더 이상은 안 속을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거는 참 말하려면 내가 울화통이 터져. 이걸 내가 참니라고, 어떻게든 참느라고…”도 했다.
이 할머니는 또 “그날 (윤 당선인에게) 좋게 이야기했다. ‘내가 마지막으로 이야기하는데 내일 아침에 기자 한 분하고 같이 오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좋은 말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이 할머니가 윤 당선인의 국회 진출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제3자인 기자 앞에서 밝히겠다는 취지였는데, 윤 당선인은 그날 통화 이후 지난 7일 기자회견 무렵까지 이 할머니에게 연락하지 않았다고 한다. 윤 당선인은 “비례대표 후보가 됐다는 소식을 전했을 때 이 할머니가 ‘열심히 해라’ ‘잘됐다’고 했다”며 이 할머니와 다른 주장을 했다.
4월 22일 기자회견은 이 할머니의 기억력이 흐려졌다는 일각의 의심과 달리 이 할머니가 일관되게 같은 취지의 문제 제기를 해왔다는 방증이다. 이 할머니는 지난 13일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도 같은 입장을 유지했다.
이 할머니는 당시 기자회견에서 괴로운 심경도 토로했다. “지금의 국회의원 된 윤미향이는 아니고, 내가 정대협에 신고할 때 윤미향에게 했다”며 “1992년도 6월 25일”이라고 날짜까지 기억했다. 또 “30년을 속아가면서 했는데, 참 정도 들지 않았겠느냐. 안아도 주고 하면서 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학순 할머니(91년 위안부 피해 사실을 공개 증언)가 시작했고, 마지막 마무리는 내가 해야겠다. 요즘에는 내가 사는 게 아니고, 진짜 죽기 아니면 더 힘들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이날 “하늘나라로 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지인에게 했다)”는 이야기까지 하며 여러 번 울먹였다. 말하던 중 목이 메어 몇 번씩 이야기를 끊기도 했다.
이 할머니는 공개 입장 표명을 결심하게 된 배경도 이야기했다. “윤미향과 30년을 같이 한 것은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자고 한 것이다. 그런데 (윤 당선인이 국회로 가고) 해결을 못하면 그래 좋다, 내가 할 것은 따로 있다 하는 생각으로 지금 (나섰다)”고 말했다. 한·일 관계에 대한 우려도 일부 작용했다고 이 할머니는 설명했다.
“이 위안부 문제 때문에 우리나 일본이나, 젊은 사람들, 또 국민들, 뭔가 조마조마한 이런 것들이 있기 때문에 내가 툭 털면 우리나라가 좀 힘 있게 안 살겠나, (한·일) 서로 간에 친하게 지낼 수 안 있겠나(해서 나섰다).”
이 할머니는 13일 월간중앙 인터뷰에서도 미래 세대인 학생들의 올바른 역사관이 중요하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유지혜 국제외교안보에디터, 권혜림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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