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지방경찰청 14일 문형욱 수사 관련 브리핑
범죄수익 안챙겨 수사 피할 것으로 확신한 갓갓
2017년 쓰다버린 휴대폰 내밀자 모든 범행 자백
아동성착취물 제작ㆍ배포 등의 혐의를 받는 텔레그램 'n번방' 운영자 문형욱(24·대화명 갓갓). 경북경찰청 |
텔레그램 ‘n번방’을 최초로 개설해 미성년자 성 착취물 등을 제작·유포한 혐의로 구속된 ‘갓갓’ 문형욱(24)은 범행을 통해 범죄 수익을 전혀 챙기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을 통해 막대한 범죄 수익을 챙긴 것으로 알려진 ‘박사’ 조주빈(25)과 범행 동기가 확연히 다른 셈이다.
경북지방경찰청은 14일 오전 경북 안동시 경북경찰청에서 ‘갓갓’ 문형욱에 대한 수사 브리핑을 진행했다. 문씨는 지난 2018년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미성년자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아동청소년성보호법 위반 등)를 받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문씨를 추적해온 경북경찰청은 지난 9일 문씨를 소환 조사하던 중 자신이 ‘갓갓’이라는 자백을 받아 그를 긴급체포했다. 문씨는 구속기속된 조주빈보다 먼저 텔레그램상에 성 착취물 공유 대화방을 만든 인물로 꼽힌다. 조주빈 등 성 착취물 제작·유포 범죄 관련자가 400여 명 검거되는 동안 ‘갓갓’은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 왔다.
경찰에 따르면 문씨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자신의 신체 노출 사진을 게시한 아동·청소년에게 ‘신고가 됐는데 도와주겠다“고 접근해 계정 아이디와 비밀번호 등 개인정보를 빼돌린 후 피해자들을 협박하기 시작하는 수법을 썼다. 처음에는 신체노출 사진을 요구하다가 차츰 수위를 높여 성 착취물을 제작한 뒤 SNS에 유포했다.
문씨는 지금까지 알려진 1~8번방 외에도 ‘쓰레기방’ 등 모두 12개 방을 개설한 뒤 이 방에 들어온 이들에게 입장료 명목으로 문화상품권을 받고 성 착취 영상물과 사진을 보여줬다. 경찰은 문씨가 제작·유포한 성 착취물이 영상과 사진을 합쳐 3000건 이상이라고 밝혔다.
다만 성 착취물의 수위에 따라 입장료를 다르게 받았던 조주빈과 달리 문씨는 1번방에서만 문화상품권 1만원씩을 입장료로 받아 총 90만원을 챙겼고 이후에는 입장료도 받지 않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렇게 받은 문화상품권도 피해자들을 길들이고 신고를 하지 못하게 하려고 모두 나눠줘 본인은 수익을 챙기지 않았다. 경찰은 문씨가 범행을 저지른 동기를 ‘성적 취향’이라고 보고 있다.
텔레그램에서 성 착취물 공유 대화방인 'n번방'을 최초로 개설한 '갓갓'은 24세 대학생 문형욱으로 밝혀졌다.경북지방경찰청은 13일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된 '갓갓' 문형욱의 신상정보를 공개했다. 사진은 전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모습을 드러낸 문형욱.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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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씨는 자신이 붙잡히지 않을 것을 확신하고 지난 9일 경찰의 소환조사 요구에 응해 경북경찰청에 자진 출석했다. 하지만 그의 확신을 꺾은 결정적 증거는 그가 2017년 버렸던 휴대전화였다.
서동현 경북경찰청 사이버안전과장은 “문씨를 자백하게 한 결정적 증거는 문씨가 2017년 사용하다 폐기한 휴대전화”라고 밝혔다. 휴대전화가 성 착취물을 제작하는 데 사용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수사 중인 사안이라 구체적 설명은 없었지만 문씨가 이 휴대전화를 통해 다른 공범에게 지시를 내리거나 연락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처음에는 자신이 ‘갓갓’이 아니라고 강하게 부인하던 문씨는 결정적 증거를 확인한 뒤 자신의 범행을 자백하고 경찰 수사에 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면서 2015년 7월부터 범행을 시작했다고 진술했다. 2017년 대학생이던 문씨가 한 보육기관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한 것으로 파악돼 경찰은 이 시기에도 범행을 저질렀는지 수사하고 있다.
경찰이 현재까지 파악한 피해자는 총 10명으로, 모두 미성년자로 확인됐다. 경찰은 여성가족부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과 협업해 성 착취물 삭제와 차단, 피해자 상담과 보호기관 연계 등 피해자 보호에 힘쓰고 있다. 문씨가 스스로 “피해자 수가 50명이다”고 진술함에 따라 경찰은 추가 피해자도 파악하고 있다.
n번방 사건의 주범인 '박사' 조주빈(왼쪽)과 공범 '부따' 강훈.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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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문씨의 범행에 가담한 공범도 4명 파악해 이 중 3명을 구속했다. 20~30대인 이들은 문씨의 지시에 따라 성폭행을 하거나 미성년자 성 착취물 제작, 협박 등을 한 혐의다. 성 착취물을 유포하거나 소지하고 있는 이들도 160명을 확인해 이 중 3명을 구속했다. 경찰은 검거된 이들 외에 추가로 공범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김희중 경북경찰청 1부장은 “범죄 피해를 입었거나 신분 노출 등의 우려로 신고를 망설이는 분들은 적극적으로 신고해 경찰 등 유관기관의 도움을 받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경찰은 오는 18일 문씨를 검찰로 송치할 계획이다. 검찰 송치 전 문씨는 언론에 마스크를 벗은 얼굴을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안동=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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