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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2 (화)

美 "中, 코로나 피해 배상하라"…수조달러 배상청구서 초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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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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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이 지난 1월 체결한 무역 합의가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18개월간 지속된 미·중 무역전쟁에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됐던 1차 무역 합의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5개월 만에 '유야무야'될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연일 중국 때리기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백악관 고위 관료가 코로나19와 관련해 중국을 상대로 구체적인 보상 금액을 제시했다. 피터 나바로 미국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은 11일(현지시간) CNBC방송과 인터뷰하면서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중국에 대한 청구서가 나와야 한다"며 "그것은 그들(중국)을 벌주는 문제가 아니라 중국과 중국공산당이 책임을 지도록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나바로 국장은 "그들은 세계에 엄청난 피해를 줬다"며 "우리가 이 전투를 치르기 위해 책정해야 했던 비용은 10조달러(약 1경2279조원)에 가깝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같은 날 폭스뉴스에도 "중국이 미국에 수조 달러에 달하는 피해를 줬다"며 "어떤 형태로든 손해배상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나바로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3년 반 동안 가장 강력하고 훌륭한 경제를 구축했지만 중국이 전 세계에 바이러스를 투하했고 이로 인해 일시적인 셧다운(폐쇄)이 발생한 것"이라며 "지금 경기 침체는 코로나19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강조했다. 정치 전문 매체 더힐은 대중국 강경파로 꼽히는 나바로 국장이 중국 책임론을 거듭 제기하며 관세 보복론에 힘을 싣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1단계 무역합의 재협상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도 그들(중국)이 자신들에게 더 나은 합의를 만들기 위해 무역협상을 재개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들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어 "그들이 서명한 합의를 지키는지 보자"고 덧붙였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 발언은 중국 내에서 무역합의를 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보도가 있은 후 나온 반응이다. 양국이 합의한 무역합의 이행은 꼬여가고 있다. 워싱턴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스콧 케네디 선임고문은 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올해 약속한 구매 물량을 채우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CNBC에 따르면 케네디 고문은 "1단계 무역합의의 당초 구매 목표치가 결코 현실적이지 않았다"며 "코로나19 사태가 비현실적인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국의 미국산 제품 수입량은 전년 동기 대비 10% 감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 폭스뉴스와 인터뷰하면서 "만약 중국이 (1단계 무역합의대로) 2000억달러 상당 우리 상품을 사지 않는다면 우리는 (1단계) 무역합의를 파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경제 재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경제가 'V자형' 반등보다는 '나이키형' 회복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주요 기업인들을 인용해 이날 보도했다. 코로나19 '2차 유행'에 대한 불안감과 뉴노멀이 된 '사회적 거리 두기' 등으로 인해 경제가 사태 이전 모습을 되찾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WSJ는 "최근까지만 하더라도 많은 정책 당국자와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V자형 반등을 기대했지만 이제는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나이키 상징인) '스우시(Swoosh)' 마크 형태로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라고 보도했다. 마크 슈나이더 네슬레 CEO는 WSJ에 "빠른 회복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며 "(경기 회복이) 몇 년까지는 아니라도 몇 분기에 걸쳐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우시는 '휘 하는 소리를 내며 움직이다'라는 뜻으로, 미국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 로고를 지칭한다. 스우시 회복의 대표적 사례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였다고 WSJ는 분석했다. 2008년 금융위기 직후 2009년 저점을 찍고 꾸준히 반등하는 흐름을 보였다는 얘기다. V자형 회복의 대표적 사례는 1차 오일쇼크 기간으로, 1975년 바닥을 치고 급반등했다.

불안한 경제 전망이 뒤덮은 가운데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회사채 매입을 본격화한다. 연준의 공개시장조작을 담당하는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이날 "세컨더리마켓기업신용기구(SMCCF)가 12일 회사채 상장지수펀드(ETF) 매입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미국은 공급망에 대한 중국 의존성을 줄이기 위해 리쇼어링(생산기지 본국 귀환)에 힘을 쏟고 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날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을 통해 "오프쇼어링(생산기지 국외 이전) 시대는 끝났다"며 "팬데믹과 트럼프 행정부 무역정책이 제조업계의 미국 복귀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뉴욕 = 장용승 특파원 / 서울 =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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