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4 (일)

이슈 '위안부 문제' 끝나지 않은 전쟁

[단독]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일본 지원금 받으면 배신자 낙인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95년 국민기금 500만엔 받은 7명

정부, 4300만원 지원대상서 배제

2015년 화해·치유재단 1억원도

정대협이 받지 말라 회유·종용 논란

중앙일보

10일 중앙일보를 통해 공개한 위안부 피해자 A할머니의 친필 서신. A할머니는 자신의 의사와 달리 윤미향 당시 정대협 대표가 일본 지원금을 받지 말라고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유지혜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위안부 피해자 A할머니는 10일 중앙일보를 통해 공개한 친필 서신에서 “시장에 가는데 일본 순경에게 끌려갔다”며 위안부로 끌려갈 당시에 대해 적었다. 심하게 폭행당했고, 위안소 생활은 중국에서 했다고 했다. A할머니는 자신의 오빠 역시 일본 순경에게 붙들려가 폭행당한 뒤 숨졌다고도 설명했다.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당선인(당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대표)이 일본이 2015년 위안부 합의에 따라 화해·치유 재단을 통해 지원하는 1억원을 받지 말라고 만류했지만 “나는 억울해서 받아야 되겠다”고 한 이유다.

윤 당선인은 피해자 의견 수렴 없이 이뤄진 합의의 원천 무효화를 주장했기 때문에 지원금 수령 역시 반대해 왔다. 하지만 자신이 반대하는 것과 수령을 원하는 피해자들에게 받지 말라고 회유하거나 종용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사실 수령을 원한 피해자들도 있었다. 실제 생존 피해자 46명 중 34명이 지원금을 수령했다. 화해·치유 재단 사정에 밝은 인사는 “정대협 몰래 왔다면서 사실 자신은 돈을 받고 싶다고 직접 찾아온 할머니도 있었다”고 말했다. A할머니의 주장에 개연성이 있어 보이는 이유다.

특히 10억 엔과 관련해 윤 당선인은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게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주장이다. 윤 당선인 역시 “일방적 통보를 받은 것”이라고 했지만, 10억 엔에 대해 미리 알았다는 점 자체는 시인했다.

하지만 이 할머니의 주장대로라면 윤 당선인은 이런 사실을 다른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전하지 않았다. 4년 넘게 지난 뒤 이 할머니가 7일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뒤에야 설명에 나선 것이다.

중앙일보

윤미향.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0억 엔과 윤 당선인에 대한 A할머니의 증언을 두고 1990년대 아시아평화국민기금(국민기금) 사태를 떠올리는 이도 적지 않다. 일본은 95년 국민기금을 발족해 한국의 위안부 피해자에게 500만 엔씩 금전적 보상을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대협 등은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을 전제로 한 게 아니라며 반대했다. 정부도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대신 4300만원씩 지원하는 것으로 이에 동조했다.

그럼에도 당시 국민기금을 수령한 피해자는 7명이었는데, A할머니가 그중 한 명이다. 이들은 마치 배신자처럼 낙인찍혀 큰 괴로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은 2014년 쓴 책 ‘한일관계 50년, 갈등과 협력의 발자취’에서 “지원금을 수령한 피해자와 정대협 등 관련 단체 사이에 마찰이 초래되는 등 많은 문제점이 나타났다”고 적었다. 무토 마사토시 전 주한 일본대사는 2016년 한국 기자들과 만나 “정대협은 기금을 수령한 7명의 할머니에게 정부 지원금을 주지 않았고 악의적인 비판을 많이 했다. 이게 위안부 할머니를 진심으로 도와주고 싶은 사람들이 할 행동인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A할머니는 편지에서 “일본 돈을 받았다고 한국 정부 돈은 못 준다고 했다. 7명 할머니는 억울하다”며 지금이라도 정부 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유지혜 국제외교안보 에디터 wisepen@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