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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위안부 문제' 끝나지 않은 전쟁

이용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와 Let it be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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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이 할머니의 '수요집회' 불참 선언에 주목

2007년 미 의회 위안부 결의안 통과 당시 결정적 역할

미 외교소위 위원장, 할머니 손잡고 Let it be me 열창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가 7일 주한 일본 대사관 앞에서 열리는 ‘수요 집회’ 불참 선언을 했습니다. “학생들이 (수요집회에 참가하기 위해) 귀한 돈과 시간을 쓰지만 집회는 증오와 상처만 가르친다”는 게 그 이유입니다. “이제부터는 올바른 역사 교육을 받은 한국과 일본의 젊은이들이 친하게 지내면서 대화를 해야 문제가 해결된다”고도 했습니다.

8일 오전에 일본의 한국 전문가들에게 이용수 할머니의 ‘선언’에 대한 분석을 물어봤습니다. 대체로 21대 국회에 입성하는 윤미향 전 정의기억연대 이사장과의 관계에서 보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이용수 할머니가 이전부터 정대협 활동을 비판해왔다고 말하는 전문가도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이번 선언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시하는 분위기입니다.

조선일보

2007년 미 하원에서 위안부 결의안 통과 후, 팔레오마베가 미 하원 외교위 동아태소위 위원장이 이용수 할머니의 손을 잡고 Let it be me 를 부르고 있다/조선닷컴


이용수 할머니의 이번 선언은 2007년 미 하원에서 일본 정부를 규탄하는 위안부 결의안이 통과된 것을 떠올리게 합니다. 당시 이 할머니는 미 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위안부 피해 상황을 생생하게 증언함으로써 결의안이 통과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그가 “이번 결의안 채택은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동원 문제를 해결하려는 미국 및 국제사회 양심의 승리”라고 의미를 부여한 것이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2007년 이용수 할머니의 용기에 많은 미국 의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이 할머니의 증언에 감동한 에니 팔레오마베가 미 하원 동아태환경소위 위원장이 적극적으로 나섰습니다.
당시 그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 할머니를 ‘마마(엄마) 리’라고 불렀습니다. “마마 리가 이루 말 못할 고난을 공개적으로 증언한 것은 큰 용기”라며 “내가 마치 그의 아들인 것처럼 느껴졌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국가는 성취한 업적이 아니라 역사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며 과거의 잘못에 대해 얼마나 진실한 사과를 하느냐로 평가된다”며 “경제 대국인 일본이 과거의 잘못된 것에 대해서 사과하는 것이 뭐가 그렇게 어렵냐”는 발언도 인터뷰 기록에 남아 있습니다.

팔레오마베가 위원장은 결의안이 통과된 후, 워싱턴 DC 근교에서 열렸던 재미교포 모임에도 참석했습니다. 팔레오마베가 위원장은 이용수 할머니 바로 옆에 앉아 결의안 통과를 위해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동분서주한 이 할머니를 격려했습니다. 그러더니 이 할머니를 연단으로 나오게 한 후, 손을 꼭 잡고 'Let It Be Me'를 불렀습니다. 이 할머니는 팔레오마베가 위원장에게 꽃다발을 주며 고맙다는 뜻을 전했습니다. 이례적인 광경에 당시 재미교포들이 환호하며 박수를 쳤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일본은 2007년 위안부 결의안 통과를 전후로 이 할머니를 위안부 문제의 상징적인 인물로 보고 그 움직임을 주시해왔습니다. 그의 이번 선언이 어떤 파장을 낳을 지 주목됩니다. 이 할머니의 바램처럼, 일본 정부로부터 받아야 할 조치는 계속 요구하더라도 한일간의 젊은 사람들이 왕래를 하며 친하게 지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도쿄=이하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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