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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전통적인 '입지'의 의미가 점차 퇴색되면서 1기 신도시에 기회가 오고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직장인은 무조건 회사로 출근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깨지고 집에서도 충분히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리적인 거리에 대한 중요성은 줄어들고 정보통신 인프라스트럭처에 대한 중요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직장인이라고 해서 더 이상 직장과 가까운 거리에 위치하거나 도로·전철 등 접근성이 양호한 직주근접 지역을 최우선적인 요소로 고려하지 않는다. 코로나19 사태로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기 어려운 도심 내 직주근접 지역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반면 인터넷 기술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커넥티드시티에 대한 요구는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경기도 일산과 분당 등 1기 신도시가 커넥티드시티 기술을 적용하는 테스트베드로 적합하다고 말한다. 불규칙한 도로가 적은 계획도시이기 때문에 기술 적용을 위한 설계나 모델링이 간편하다. 이는 곧 전기 수급을 관리하는 스마트그리드와 교통량을 관리하는 스마트교통망을 운영하는 데 편리하다는 장점으로도 이어진다.
커넥티드시티는 먼 미래의 개념이 아니다. 올해 1월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자동차 사장은 일본 시즈오카현 스소노시에 있는 히가시후지 공장 자리에 사물인터넷(IoT)이나 인공지능(AI) 관련 신기술을 생활 속에서 실증실험을 통해 검증할 수 있는 70만㎡ 규모 도시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실내용 로봇 기능을 검증하거나 AI로 건강 상태를 체크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커넥티드시티는 스마트시티와 같이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이용해 시민이 편리하고 쾌적한 삶을 누리게 하는 개념이다. 다양한 유형의 전자 데이터 수집 센서를 사용해 정보를 취득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관리해 도시 생활에서 유발되는 교통·환경·주거·시설 비효율 문제 등을 해결하는 데 활용된다.
커넥티드시티는 이번 코로나19 사태처럼 물리적 접촉으로 전염되는 감염병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예를 들어 인터넷 기술을 활용하면 원격 진료가 가능해져 의료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다.
1기 신도시 고령화 문제도 원격 의료 활성화로 보완할 수 있다. 김지훈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은 "1기 신도시 인구구조가 별형에서 방추형으로 변화했다"고 설명했다. 청장년층 인구 유출이 높아지고 출생률이 낮아져 인구구조가 달리 나타났다는 것이다. 김갑성 연세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의료 인프라를 조성해 스마트시티를 더 매력적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국토교통부에서 신규 추진한 스마트시티 챌린지 사업으로 발굴한 솔루션을 1기 신도시에 접목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한 방안이다. 스마트시티 챌린지는 민간기업을 중심으로 지방자치단체와 시민의 수요를 반영하는 솔루션을 제시한 6곳을 선정해 사업 기획·계획 수립, 솔루션 실증화에 각각 15억원을 지원한 사업이다. 김 교수는 "스마트시티 챌린지 사업은 정부가 주도하는 도시재생과 유사한 형태지만 민간기업을 중심으로 해 속도감 있게 진행되고 있다"며 "직주근접 위주 도시 체계에서 벗어나는 미래 도시를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스마트시티를 빈 택지에 완전히 새롭게 만드는 것보다 1기 신도시처럼 기존 인프라를 갖춘 도시를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한 도시계획 전문가는 "첨단 ICT와 5G망 설치·활용으로 생활 편의를 도모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스마트시티는 맨바닥에서 처음부터 새롭게 짓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재택근무 활성화는 주거 공간 내 노트북PC 등 디지털 기기를 활용할 수 있는 공간(재택근무실)에 대한 필요성을 높였다. 이 때문에 문서 작업은 물론 대규모 영상회의를 진행할 수 있는 스마트회의실이 단지에 설치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커넥티드시티 핵심 기술인 5G망 구축은 재택근무 활용성을 더 확장시킨다. 5G망 특징인 초고속·초저지연성을 활용해 영상회의를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면 특정 사이트에 수많은 사람이 접속해도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다.
교통·기반시설이 탄탄히 갖춰진 1기 신도시는 현실과 유사한 가상 도시를 만들어내 도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인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기술을 적용하는 데도 적합하다. 디지털 트윈이란 가상으로 만든 도시에서 도시 계획을 시뮬레이션한 후 현실 도시에 적용하는 방식으로, 최적의 도시 건설과 운영 정책 방안을 찾는 것이다.
[이축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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