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철 통일, 준비차 최전방 찾아… 총격 사흘만에 남북교류 속도 내
통일부 "총격 GP와 방문 GP, 지리적으로 많이 떨어져있다"
"유엔사 조사 후 가도 되는데… 北 나쁜 행동에 면죄부 오해"
판문점과 'DMZ 평화의 길'은 작년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병으로 민간인 출입이 통제된 상태다. 견학 재개를 위한 준비 상황 점검차 장관이 현장을 찾았다는 게 통일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사흘 전 발생한 'GP 총격' 사건이 우발적 사고인지 고의적 도발인지 논란이 계속되고, 유엔사 군사정전위의 조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 고위 인사가 군사적으로 민감한 지역을 방문한 것은 신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김 장관이 판문점·GP 방문을 결정하는 데 GP 총격 사건은 고려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장관 방문 지역과 사건 발생 지역은) 지리적으로 많이 떨어져 있고, 사전에 미리 예정이 돼 있었던 것이기 때문에 크게 고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판문점 견학 준비하는 김연철 통일 - 김연철(앞줄 가운데) 통일부 장관이 6일 경기 파주시 판문점을 방문해 판문점 견학 재개 준비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통일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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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GP 총격은 우발적 사고였다 해도 정전협정과 9·19 남북 군사합의를 동시에 위반한 행위다. 그런데도 북한은 총격 직후 우리 군이 보낸 '항의 전통문'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조영기 국민대 초빙교수는 "유엔사 조사 결과를 본 뒤 움직여도 되는데 너무 서둘렀다"며 "북한의 사과나 재발 방지 대책도 없이 DMZ 관광을 밀어붙일 경우 관광객 신변 안전이 우려된다"고 했다.
김 장관이 이날 점검한 'DMZ 평화의 길'과 판문점 견학 사업은 모두 관광객 안전 문제와 직결돼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DMZ 평화의 길'은 북한군 GP와 가까워 개방 당시부터 안전 문제가 제기됐다. 운영 당시 탐방객들은 안전모와 방탄조끼를 지급받았고, 무장 군인의 에스코트를 받아야 했다.
'DMZ 평화의 길' 파주 구간 내엔 2018년 9·19 군사합의에 따라 철거된 우리 군 GP 시설이 있는데 이날 김 장관도 방문했다. 군 관계자는 "해당 시설은 북한군 GP에서 약 1.2㎞ 떨어져 있다"며 "적 AK-47 소총의 유효 사거리(550m) 밖이지만, 이번 중부전선 GP 총격에 사용된 14.5㎜ 고사총(유효 사거리 3㎞)의 사정권에는 들어간다"고 했다.
판문점의 경우, 남북은 2018년 9·19 군사합의를 통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의 비무장지대화와 남북 관광객의 자유 왕래에 합의했다. 하지만 북한의 비협조로 남측 구역만 둘러보는 '반쪽 견학'이 이뤄지다가 방역 문제로 작년 10월부터 견학이 중단됐다. 통일부는 상반기 내 재개를 목표로 한다지만 재개되더라도 '반쪽 견학'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크다.
고려대 남성욱 교수는 "2008년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도 아직 매듭짓지 못한 상황에서 휴전선 일대 관광을 재개하는 건 신중해야 한다"며 "서둘러 재개했다가 우발이든 고의든 북한군 총알이 날아와 관광객이 다치면 누가 책임질 것이냐"고 했다.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국방장관이 먼저 GP 총격이 일어난 중부전선을 시찰하며 경계 태세 확립을 강조한 뒤 통일부 장관이 갔더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며 "남북 협력을 주 업무로 하는 통일장관의 최전방 방문은 자칫 '북의 나쁜 행동에 면죄부를 준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고 했다.
김 장관의 이날 파주행은 여당의 압승으로 끝난 4·15 총선 이후 청와대·여권이 강조해 온 '속도감 있는 남북 교류·협력'과 관련이 깊다는 분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4·27 판문점 선언 2주년이었던 지난달 27일 "여건이 좋아지길 마냥 기다릴 순 없다"며 "가장 현실적이고 실천적인 남북 협력의 길을 찾아 나서겠다"고 했다. 같은 날 통일부는 고성군 제진역에서 남북 철도 연결 사업의 일부인 '동해북부선 추진 결정 기념식'을 열었다.
[이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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