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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평화, 청빈에서 시작", 법정스님 법문집 <좋은 말씀>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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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최근 출간된 법정스님의 법문집 <좋은 말씀>(시공사).


청빈한 삶과 맑고 향기로운 글로 ‘무소유’의 참 뜻을 설파한 법정스님(1932~2010)의 법문집 <좋은 말씀>(시공사)이 출간됐다.

스님의 열반 10주기를 맞아 1994년부터 2008년까지 스님의 법회와 대중 강연 가운데 그동안 미출간된 법문 31편을 수록했다.

법정스님의 유언에 따라 그동안 스님의 저서들은 출간이 중지되어 왔으나 저작권을 관리하고 있는 (사)맑고향기롭게가 열반 10주기를 맞아 원고들을 엮은 것이다. 이에 앞서 지난 1월에는 ‘법정스님의 열반 10주기 특별판’이자 ‘샘터 50주년·지령 600호 기념판’으로 스님의 글을 모은 <스스로 행복하라>(샘터)가 발간되기도 했다.

또 불교신문사는 스님이 신문에 게재한 칼럼 등 미출간 원고 68편을 정리한 <낡은 옷을 벗어라-법정스님 원적 10주기 추모집>을 지난 해 말 펴내기도 했다. 법정스님은 열반을 앞둔 2010년 2월 유언장을 통해 “그동안 풀어 놓은 말빚을 다음 생으로 가져가지 않으려 하니, 부디 내 이름으로 출판한 모든 출판물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아주십시오”라고 밝혀 그동안 저서 출간이 중지돼왔다. (사)맑고향기롭게는 지난 2월 스님의 글을 읽고 싶어 하는 많은 이들의 요청에 따라 출간이 중단된 스님의 저서들을 전자책으로 제작, 홈페이지에서 공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최근 출간된 <좋은 말씀>은 1994년 3월 구룡사에서의 강연인 ‘지혜의 길과 자비의 길’, 1997년 12월 길상사 창건 법회 때의 ‘가난한 절’, 2003년의 (사)맑고향기롭게의 발족 10주년 기념 법회에서의 ‘맑고 향기롭게 10년을 돌아보며’ 등을 통해 스님의 울림이 큰 메시지를 전한다.

특히 나눔이나 맑은 가난의 의미와 가치, 환경생태의 중요성 등이 책 곳곳에서 드러난다. 스님은 “받는 쪽보다 주는 쪽이 더 충만해지는 것, 이것이 나눔의 비밀”이라며 더 나은 사회, 자신의 충만한 삶을 위한 나눔과 배려를 거듭 강조한다. 나눔을 통해 비로소 개별적 자아가 우주적인 존재로 확장될 수 있다는 것이다. 스님은 “주어진 가난은 우리가 이겨내야 할 과제이지만 선택된 맑은 가난, 청빈은 삶의 미덕”이라며 “풍요 속에서는 사람이 병들기 쉽지만 맑은 가난은 우리에게 마음의 평화를 이루게 하고 올바른 정신을 지니게 한다”고 말한다. 나아가 사찰과 교회의 청빈도 촉구한다.

구도자이자 수필가로서의 스님은 사회운동가·환경운동가로서의 면모도 나타난다. “생전에 밥값은 하고 가야겠기에 이 일 한 가지만은 꼭 하고 싶다”는 뜻에 따라 개인의 청정함(맑음)이 사회적 메아리(향기로움)로 확산되기를 바라며 시민모임 ‘맑고 향기롭게’를 발족한 것이다. 법문들에서 스님은 대량소비를 부추기는 기업들의 과도한 이윤추구나 더 많은 쓰레기를 만들어내는 소비시스템, 육식 위주의 식단, 부익부빈익빈의 심화 등을 지적한다. 특히 자연환경의 파괴는 우리들의 고향, 영혼을 망가뜨리는 일이라는 스님은 개인적 삶의 태도, 사회 구조의 근본적 전환을 촉구한다.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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