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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미투' 운동과 사회 이슈

#스쿨_미투 #누구도_처벌받지_않았다[플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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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봄, 서울 노원구 용화여고의 창문에는 색색의 종이가 붙었다.

“위드유”(#WITH_YOU) “위캔두애니씽”(WE CAN DO ANYTHING) “미투”(#ME_TOO)

교내 성폭력을 고발하는 ‘스쿨미투’의 시작이었다. 2년이 지났다. 스쿨미투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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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시민모임’이 지난 4일 서울북부지검에 스쿨미투 가해자인 용화여고 전 교사 ㄱ씨의 기소를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시민모임은 검찰의 기소 여부 결정을 앞두고 지난 3일까지 8400여명으로부터 온라인 서명을 받았다.

강제추행 혐의를 받는 ㄱ씨는 가해자로 지목된 교사 18명 중 유일하게 수사 대상에 올랐다. 2018년 12월 북부지검은 ㄱ씨에 대해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했다. 이후 재수사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진정이 잇따랐고, 검찰은 피해자 항고가 없음에도 이례적으로 재수사를 벌였다.

2018년 4월 용화여고에서 시작된 스쿨미투는 들불처럼 전국으로 번졌다.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전국 100개 학교가 스쿨미투에 동참했다. 스쿨미투의 시초가 된 용화여고의 상황은 어떨까. 교사 18명 중 15명은 정직·견책 등 징계를 받은 뒤 현재 학교에 복귀했다. 형사처벌을 받은 사람은 없다. 용화여고 관계자는 “학교 재단 용화학원은 2018년 서울시교육청 권고대로 (징계를) 모두 처리했다”고 했다. 당시 교육청은 특별감사를 통해 파면과 해임 각 1명·계약해지 1명·정직 3명·견책 5명·경고 9명 등 징계를 권고했다. ㄱ씨는 이때 파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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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쿨 미투는 2018년 봄, 서울 노원구 용화여고 학생들이 창문에는 색색의 종이가 붙여 학교 안의 성폭력을 고발하면서 처음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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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길어지면서 피해 고발자 대부분은 진술을 철회, 현재는 1명만 남았다.

다른 교내 성폭력 사건도 끊이지 않았다.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의 피해자와 가해자 상당수가 10대임이 밝혀졌다. 최근에는 한 초등학교 교사가 ‘팬티 빨기’를 과제로 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성희롱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운동을 주도했던 이들은 학교라는 공간 특성이 문제 해결에 장애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용화여고 졸업생인 오예진 용화여고성폭력뿌리뽑기위원회 대표는 “스쿨미투는 (피해가) 일대일이 아니라 한 명 대 불특정 다수라는 점에서 오히려 입증이 어렵다”며 “피해자가 모두 같은 학년인 것도 아니고 시기가 겹치지 않으면 뭉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2년이라는 시간도 피해자들을 지치게 했다. 사회 진출을 준비하는 20대 초중반 피해자들에게 반복되는 진술 요청은 버거운 일이었다. 졸업 후 수년이 지나 재학생과의 소통 창구가 없어 의견 취합도 어려웠다. 수사 과정에서 피해 학생들에게 실명 고발이 요구된 점도 문제였다. 스쿨미투를 계기로 탄생한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의 양지혜 공동대표는 “스쿨미투가 관심과 지지를 받았지만 이후 수사 과정에서는 10~20대 피해자들이 충분히 조력받지 못하는 등 어려움이 있었다”며 “대부분 익명으로 이뤄진 고발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도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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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노원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시민모임’ 관계자들이 스쿨미투 사건의 가해자인 서울 노원구 용화여고 전 교사의 기소를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하기 위해 서울북부지검으로 들어가고 있다. 권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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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내 성폭력을 고발하고 이에 연대하려는 이들의 움직임은 여전히 살아 있다. 시민모임은 6일부터 멤버 40명이 돌아가면서 북부지검 앞에서 기소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인다. 시민모임의 한 활동가는 “작년에 모임이 좀 주춤했지만 올해 의기투합해 다시 시작해보려 한다”며 “탄원서도 그 일환”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첫 학교였고, 다른 학교로 (스쿨미투가) 퍼지는 촉매제 역할을 했습니다. 아쉬운 점은 있지만 그렇다고 무의미한 일도 아니었어요. 재수사를 통해 가해 교사가 기소되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중요합니다. 당장은 여기에 집중할 것입니다.”(오예진 대표)

“스쿨미투 운동은 스쿨 페미니스트들이 목소리를 내는 계기가 됐고, 학교 현장의 문제가 담론으로 제기되도록 만들었습니다. 청소년이 정치세력화되고 주체로서 변화를 이야기하게 됐다는 점에 의미가 있습니다.”(양지혜 대표)





최민지 기자 ming@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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