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 기가 막힌 것은 등교 일정 관련 보도자료가 교육부 담당 기자들에게 통보된 시각은 발표 30분 전이었다고 한다. 명색이 교육부를 취재하는 기자들은 정확한 사실을 파악하지 못해 고3 등교 날짜를 추측해 보도하고 있을 때 이미 확정된 날짜는 온라인을 돌아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실제 발표된 내용과 다르다면 '가짜 뉴스', '지라시'라고 치부하고 넘어가면 그만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처럼 정부 발표 내용과 유출 정보가 같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정부의 모든 정책에는 이해관계자들이 있기 마련이다. 오프라인 학교 수업에 학원들이 가장 민감하게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상식이다. 학원가에 직·간접적으로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학부모 커뮤니티가 유출과 확산의 경로로 활용된 것도 이런 배경에서일 것이다. 실제 고3의 등교일은 상식적 수준에서 월요일인 11일과 18일로 언론에서 주로 거론됐으나, 실제 발표된 등교일은 예상 밖으로 수요일인 13일이었다. 전적으로 가정이지만, 그날이나 해당 주말에 맞춘 고3 방과후 학원특강 등이 급하게 기획됐을 수도 있는 것이다. 교육부가 이번 등교수업 일정에 대해 진상조사를 벌여 유출자 색출과 엄중 문책 의지를 밝혔으니 일단 지켜볼 일이다.
정부 당국이 추진하는 정책자료의 사전유출은 공적 업무수행의 신뢰를 깎아내리는 동시에 이해당사자들한테 유불리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각별한 경계심이 필요하다. 최근 몇 년 사이 크고 작은 공문서 유출 사고가 있었음에도 유사한 일이 잊을만하면 반복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관리 소홀이나 실수로 인한 단순 사고가 아니고, 내부자들이 작정하고 유출한 경우들이었다. 2017년 12월 가상통화(암호화폐) 열풍과 관련한 정부 규제대책 자료의 공식 발표 전 유출은 대표적인 사건으로 꼽을 수 있다. 국무조정실 주재로 열린 관계 장관 긴급회의의 초안 자료가 여의도 증권가로 흘러 들어가고, 유출 시점을 전후해 가상화폐 시장이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해 많은 투자자의 희비가 갈렸다. 관세청 공무원의 유출행위로 누군가는 득을 봤겠지만,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는 손실을 봤다는 점에서 뼈아픈 교훈으로 확실하게 새겼어야 했다. 하지만, 이듬해인 2018년에는 신규택지로 논의되는 경기도의 8개 대상 지역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현역 의원에 의해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올해 1월엔 코로나 19 유증상자의 개인정보가 담긴 공문서가 현직 소방관에 의해 밖으로 새어나갔다. 극단적으로 말해 사인간에는 어떤 유형의 일도 일어날 수 있으나, 공직사회에서만큼은 안 된다. 공직에 요하는 직업윤리와 기강이 제대로 작동해 모든 정책과 대책이 발표 이전에 정부 청사의 담장을 넘는 일이 다시는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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