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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유가와 세계경제

저유가 수혜주 한전-유가 1弗 하락하면 1천억 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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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조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냈던 한국전력이 국제유가 급락으로 반전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

최근 몇 년간 한전은 증권가의 미운 오리 새끼 취급을 받았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경영 환경이 악화되면서 투자자 사이에서 “이번 정권에서 한전은 쳐다도 보지 마라”라는 얘기까지 나돌 정도로 대표적인 기피 종목으로 꼽혔다. 하지만 사상 초유의 저유가 환경이 찾아오면서 실적 기대감이 높아졌다. 비중 축소 일색이던 증권사 보고서도 하나둘 목표주가를 높여 잡는 곳이 나오고 있다.

올 들어 국제유가는 그야말로 수직 낙하하는 모습이다. 올 초 배럴당 60달러 선이던 WTI(서부텍사스산원유) 가격은 4월 28일 기준 12.34달러로 5분의 1토막이 났고, 같은 기간 두바이유 가격도 배럴당 60달러를 웃돌다 20달러 선으로 급락했다. 국제유가와 연동돼 움직이는 LNG(액화천연가스) 가격 역시 크게 떨어지고 있다.

한전의 실적은 전력 수요와 발전 단가에 큰 영향을 받는다. 한전은 정부의 탈원전 기조에 따라 원자력과 석탄 가동을 줄이고 유류와 LNG로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해외에서 수입하는 LNG는 석탄에 비해 발전 단가가 높아 비용 부담이 가중되던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국제유가 급락세에 발전소에 투입되는 연료비 부담이 확 줄었다.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전기를 사들이는 구매 단가인 SMP(전력도매가격)는 올해 1~2월 ㎾h당 83.27원으로 전년 동기(108.80원) 대비 23.5% 감소했다.

발전 단가 하락은 가파른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통상 국제유가가 배럴당 1달러 하락할 때 한전의 연간 영업이익은 약 1000억원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14곳이 전망한 한전의 올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4540억원이다. 2008년 이후 최대 적자를 냈던 지난해 영업손실(1조2765억원)을 뒤로하고 흑자전환이 기대된다. 실적 개선이 본격화되는 올 3분기에는 무려 2조2793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이종형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유가 하락이 한전의 실적에 반영되는 시차를 고려하면 8월부터 전력 구입비가 급격히 떨어질 전망이다. 연중 최대 전력 성수기인 3분기에 집중 반영되는 실적 개선 효과는 예상보다 커질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매경이코노미

▶유가 급락에 연료비 부담 확 줄어

코로나19 위기, 경기방어주 역할 기대

매출 감소·환경 비용 급증 우려 요인

경기방어주(유틸리티)로서의 역할이 부각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코로나19 위기로 변동성이 높아진 증시에서 안정적인 경기방어주에 대한 관심은 커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외부 충격으로 인한 첫 번째 급락장에서는 경기방어주가 지수보다 더 많이 떨어지지만, 두 번째 조정에서는 지수를 아웃퍼폼(outperform)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전 주가는 3월 19일 1만6250원으로 저점을 찍은 뒤 한 달여 만에 50% 가까이 올랐지만, 아직 PBR(주가순자산비율) 0.23배 수준으로 여전히 저평가 상태다.

다만 여러 호재에도 불구하고 변수는 남아 있다.

우선 전력 매출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산업용 전기 소비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기 회복세가 둔화되면서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점은 우려 요인이다.

달러 강세도 악재다. 원달러 환율이 10원 상승 시 한전의 연간 영업이익은 약 700억원 감소한다. 유가 하락폭에 비해 환율 상승폭은 상대적으로 미미한 수준이지만, 환율 상승세에 다시 불이 붙으면 유가 하락에 따른 실적 개선 효과를 일부 상쇄시킬 가능성이 있다.

매년 급증하는 탄소배출권과 RPS(신재생에너지의무할당제) 비용도 부담이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원전 이용률이 감소하면서 한전은 LNG 등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화석연료 발전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 값비싼 LNG 발전을 늘리면서 더해진 비용에 배출권 구입 비용까지 이중으로 부담이 발생한 것이다. 탄소배출권 유상 할당량이 2021년부터 기존 3%에서 10%로 상향 조정되는 데다 최근 배출권 가격 또한 급등하고 있어 환경 비용의 급증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일방향적인 에너지 정책 기조도 걸림돌이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유틸리티 업종에 대한 할인 요인은 단기 실적 부진 이상으로 에너지 정책에 대한 고질적인 불확실성이 더 크게 작용한다. 코로나19와 저유가로 전기요금 제도 개편은 다시 우선순위가 뒤로 밀리고 있다. 변곡점이 될 것으로 기대했던 4월 총선 결과도 에너지 정책 현상 유지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만큼 주가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류지민 기자 ryuna@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57호 (2020.05.06~05.1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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