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정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시작
“시·군·구 담당, 동사무소 지침 없어”
주민들은 동사무소에 온종일 몰려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첫날인 4일 오후 광주 북구청 주민자치과 직원들이 지원이 필요한 관내 2만5918 가구 대상자들의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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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첫날인 4일 대전시 중구 한 행정복지센터(동사무소). 오전 9시부터 긴급재난지원금을 확인하려는 주민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오전 중에만 100여 명이 찾아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하지만 동사무소 측은 “정부에서 재난지원금 지급 관련 업무지침을 받은 게 없어 주민을 그냥 돌려보내야만 했다”고 했다. 동사무소 관계자는 “대전형 재난지원금 지급 업무 등 코로나19 관련 지원금 업무가 너무 많아 동사무소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고 했다.
대전의 또 다른 행정복지센터에서도 담당 직원들이 혼란을 겪었다. 정부가 발표한 자료 외에 구체적인 지침이나 공문이 내려오지 않아서다. 둔산3동행정복지센터 관계자는 “전화를 받는 직원 대부분이 파견 나왔는데 정오가 돼서도 아무런 지침이 없다”고 했다. 이곳을 찾은 70대 여성은 “오늘 돈을 준다는 데 맞느냐”고 물었지만 돌아온 대답은 “정부에서 그렇게 한답니다. 자치단체별로 조금씩 달라서 정확한 금액이나 지급 시기는 저희도 모르겠어요”였다.
대전시 갈마1동 행정복지센터도 마찬가지였다. 2층 회의실에는 오전부터 정부 지원금 지급 시기와 대상을 묻는 민원인 전화와 방문이 이어졌다고 한다. 하지만 이곳에 파견된 직원은 “어떻게 응대하라는 지침이나 내용이 없어 정부 발표 수준에서만 대답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이 4일 오후 서울 성북구청 긴급재난지원금 추진단을 방문해 이날 현금 지원을 기초생활대상자와 통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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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센터에 문의 전화 100통 넘게 와
이날 정부는 취약계층에게 현금 지원을 시작했지만, 자치단체와 손발이 따로 노는 모습이었다. 대전시와 구청 관계자는 “오늘 저소득층에 지급하는 재난지원금은 시·군·구에서 담당한다”며 “구청에서 은행에 돈을 주면 은행에서 각 개인 계좌로 보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주민들이 가장 쉽고 빠르게 찾을 수 있는 동사무소에 몰리면서 일부 지역에서 혼란이 발생했다.
[자료 행정안전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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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자치구는 급한 대로 공문 형식이 아닌 이메일이나 모바일 메신저로 정부 계획안을 주민센터 직원과 공유했지만 정확한 안내를 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았다. 한 마을 동장은 “오전부터 문의 전화가 100통 넘게 와 전 직원이 온종일 전화를 받고 있다”며 “주로 자신이 현금 수급 대상자가 맞는지 확인하거나 가구 구성 기준을 묻는 전화였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3일 신분증을 가지고 읍·면·동 주민센터에 방문하면 현금 수급 대상 가구인지 확인할 수 있다고 했지만, 현장의 얘기는 달랐다. 서울지역 한 동장은 “한 어르신이 기초연금을 받고 있다며 같이 사는 아들이 돈을 벌어도 현금 지원을 받을 수 있느냐고 물었지만, 수급자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받지 못해 안내할 수 없었다”면서 “오후 5시 이후 지원금이 입금된다고 하니 그때 구청에서 관련 정보가 넘어오면 주민센터에서 자세히 알아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무리 없이 지원금 업무를 하고 있다는 곳도 있었다. 전북 전주에서도 이날 각 주민센터에 지원금 지급을 문의하는 전화가 쏟아졌다. 주민센터에서는 “생계급여·기초연금·장애인연금을 받는 분은 급여 받는 통장으로 오후 5시 이후 자동으로 입금된다. 그 외 다른 분들은 다음 주에 온라인 신청을 하셔야 하고, 온라인 신청을 못 하신 분들은 2주 있다가 5부제처럼 직접 (주민센터에) 오셔서 신청하면 된다”고 안내했다. 전주시 금암1동 주민센터 관계자는 “10통 중 9통은 지원금 관련 전화”라며 “전화량이 많은 것 말고는 아직 문제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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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원 수 조회는 5부제로 원활
긴급재난지원금 조회사이트. [사진 웹사이트 캡처] |
정부는 이날 생계급여·기초연금·장애인연금 수급 가구 중 주민등록상 세대주와 세대원 모두가 수급자인 가구에 현금으로 지원금을 지급했다. 280만 가구로 지원금을 받는 전체 가구의 13%다. 또 현금 수급 비대상자들을 대상으로 긴급재난지원금.kr 사이트에서 가구원 수 조회도 시작했다. 출생연도 끝자리 기준 5부제로 운영해 웹사이트는 접속이 원활한 편이었다. 하지만 모바일 접속 불가 등에 불편함을 호소하는 시민도 있었다. 이번 지원금은 가구원 수에 따라 1인 가구는 40만원, 2인 가구는 60만원, 3인 가구는 80만원, 4인 이상 가구는 100만원이 지급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께 드리는 위로와 응원이면서 경제 활력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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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지원에 한시름 덜어, 아이 옷 살 것”
서울 성동구에 사는 생계급여 수급자 김길주(43)씨는 “오늘 주민센터에서 전화로 오후 5시 이후 100만원이 입금될 것이라고 알려줬다”며 “혼자 다섯 아이를 키우고 있어 밖에 나가기 힘든데 따로 신청하지 않아도 되니 좋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아내와 사별하고 우울증 때문에 수입이 불안정해 너무 힘들었지만, 정부의 현금 지원 덕분에 한시름 덜었다”며 “큰 아이 옷이 다 작아져 지원금을 받으면 아이 옷부터 살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전=김방현·신진호 기자, 전주=김준희 기자, 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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