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전국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13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간 가운데 지난달 26일 서울시내 한 주유소에 휘발유가 1,184원, 경유가 1,018원에 판매되고 있다. 25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4월 넷째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판매가격은 전주보다 29.0원 내린 리터당 1301.8원을 기록했다. 휘발유 가격은 지난 주에도 전주 대비 26.5원 내리는 등 급격한 내림세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급락한 국제유가가 국내 판매가격에 점점 반영되는 추세이기에 앞으로 더욱 하락할 전망이다. 2020.4.26/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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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유가 쇼크로 인한 정유 업체들의 대규모 손실 우려에도 주가는 최대 70% 이상 반등했다. 업황이 바닥을 지나고 있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향후 업황 개선을 기대하며 투자에 나선 영향이다.
하지만 글로벌 정유 업체 대비 국내 정유사들의 주가가 유독 반등폭이 커 '거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원유 ETN(상장지수증권)이 가격 급등 후 폭락한 것처럼 예상보다 큰 대규모 실적부진이 지속될 경우 주가가 재차 하락할 우려가 있어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S-Oil 주가는 전일 대비 1300원(1.89%) 오른 7만원에 마감했다. 올해 저점이었던 지난달 23일보다 44.3% 반등한 가격이다. SK이노베이션 역시 지난달 19일보다 71.6% 오른 9만8300원을 기록했다.
국내 정유 업체 중 첫 실적 스타트를 끊은 S-Oil이 1분기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했음에도 주가는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지난달 27일 S-Oil은 1분기 영업손실이 1조73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적자전환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역대 1분기 중 최악의 실적이며 4700억원 손실을 예상한 시장 전망치를 크게 밑도는 '어닝 쇼크'였다.
지난 3월 국제 유가의 급락으로 정유 업체들의 실적 부진은 예상된 상황이었지만 현실은 더 참담했다. 코로나19(COVID-19)로 인한 에너지 수요 위축과 공급 과잉이 겹치며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지난달 배럴당 40달러 중반에서 20달러 초반대로 급락했다. 유가 하락은 정유 업체들의 손실로 고스란히 반영됐다.
정유 업체의 손익 계산에서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이 재고자산과 래깅효과다. 재고자산은 현재 보유 중인 원유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이고 래깅효과는 원유 매입 시점과 이를 가공한 제품을 판매한 시점과의 가격 차이에서 발생하는 이익이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1분기 S-Oil의 평균 래깅 정제마진은 배럴당 -5.1달러로 지난해 4분기 배럴당 평균 10.2달러 대비 크게 악화했다. 제품을 팔면 팔수록 손해인 것이다.
유가 하락은 2분기에도 이어지고 있다. 수요 위축과 공급 과잉이 이어지면서 WTI 5월 선물은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가격을 기록하기도 했다.
S-Oil의 어닝 쇼크로 주요 정유 업체들의 실적 전망에도 먹구름이 드리운다. 국내 정유 4사(S-Oil, SK이노베이션, 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의 1분기 총 영업손실이 4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1분기 영업손실 전망은 7555억원으로 2000억원 손실을 예상한 1달 전 보다 적자 예상 규모가 확대됐다. 최근에는 8000억원에서 1조원에 가까운 손실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어두운 전망이 이어지는 데도 주가는 크게 반등했다. 과대 낙폭에 따른 기술적 반등의 영향도 있지만 무엇보다 2분기 이후 업황 개선을 기대한 투자자들이 저가 매수에 나선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개인만 대거 몰린 원유 ETN(상장지수증권)과는 달리 정유 종목은 개인과 기관 중심으로 매수세가 컸다. 지난달 기관과 개인은 S-Oil 주식 각각 1131억원, 392억원 어치를 순매수 했다. SK이노베이션에는 개인 자금 403억원 어치가 순유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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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과 반대로 움직이는 주가에 대해 우려 섞인 시각도 나온다. 업황이 바닥에 이르렀고 주가에는 이미 악재가 다 반영됐다 해도 원유 수급 개선이 예상보다 지체될 경우에는 정유사들의 손실 확대도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정유사들과 비교해도 반등폭이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미국의 대표 석유화학 업체인 엑슨모빌의 주가는 지난달 19일부터 지난 28일까지 30.6% 올랐고 마라톤 오일 주가도 30.3% 상승했다. 일본 정유업체 JXTG의 반등폭은 17% 정도였다.
손지우 SK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반등장에서 과매도된 종목들이 먼저 급반등하기 때문에 정유주에 수급이 몰렸던 건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며 "하지만 올해 글로벌 원유 수요가 30% 소멸된다는 무서운 전망이 주종을 이루는 국면에서 주가가 1개월 간 70% 오른 것이 얼마나 합리적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2분기부터 실적은 다소 개선될 수 있다는 긍정적 전망도 있다. 원유 구입 비용이 지속적으로 낮아지면서 1분기 대규모 적자의 원인이 된 역래깅 효과가 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S-Oil의 2분기 실적은 재고 평가 손실 감소와 5월부터 대폭 낮아진 OSP(원유 공식판매가격)로 점진적 개선이 기대된다"며 " 본격적인 실적 개선은 하반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사무엘 기자 samue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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