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인상 사실상 연기… "코로나 추경에 묻혀 법안 처리 불가능"

5월 말까지 입법 마쳐야 하지만
20대 국회 內 처리 사실상 ‘난망’
연말 21대 첫 정기국회 이후 처리 가능성 커
"黨·政, 시장 상황 변한만큼 서두르지 않을 수도"

종합부동산세를 올해 납부분부터 인상하려던 정부·여당의 계획이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법 개정이 21대 국회로 넘어가게 되면 법안 발의부터 다시 해야 한다.

여당 핵심 관계자는 28일 조선비즈와의 통화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재난지원금 지급 관련 추가경정예산안 처리가 우선순위에서 앞서고, 종부세에 대한 여야 간 견해 차이가 워낙 커서 종부세 인상안을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종부세를 2020년 납부분부터 인상하려면 과세 기준일인 6월 1일 이전에 개정안이 통과돼야 한다. 하지만 국회 사정을 보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종부세 인상을 논의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코로나 추경’에 밀려 일단 4월 국회 회기 내 처리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4월 국회는 다음달 15일 본회의와 함께 끝나고 곧이어 20대 국회도 다음달 29일부로 임기가 종료된다. 따라서 종부세 개정안을 비롯한 주요 부동산 쟁점법안들이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면, 20대 국회 임기 종료와 동시에 폐기돼 21대 국회에서 발의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서울 여의도 국회 전경/조선DB

정부·여당은 더불어민주당 김정우 의원의 대표 발의로 12.16대책에서 발표한 종부세 인상을 위한 세법 개정안을 준비했다. 김 의원의 개정안은 공시가격 9억원 이상의 주택에 부과되는 종부세 중 1주택자와 조정대상지역 외 2주택 보유자에 대한 세율은 기존보다 0.1~0.3%포인트(p) 인상하고, 3주택 이상 다주택자나 조정대상지역 2주택 보유자에 대한 세율은 0.2~0.8%p 높인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 종부세 세 부담 상한도 200%에서 300%로 올렸다. 그러나 개정안은 아직 기재위 조세소위의 심사도 마치지 못했다.

종부세뿐 아니라 입법 근거가 필요했던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지역에 의무거주기간 부여, 전·월세 신고제, 청약 제도 개편 등도 시행 시기가 다소 늦어지게 됐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상반기까지 국회가 입법을 마치길 바랐지만, 현실적으로는 일러야 올 연말 시행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세입자 안정 대책 공약이었던 계약갱신청구권 도입과 전·월세 상한제는 지난 2016년에 발의됐지만, 역시 20대 국회 내 처리가 어렵게 됐다.

일각에서는 2021년 이후에서나 12.16대책이 완전히 시행되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온다. 21대 국회는 다음달 30일 임기를 시작하지만, 21대 국회에서도 부동산 관련 법안이 바로 처리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3대 국회부터 20대 국회까지 국회 임기 개시일부터 개원식을 치르는 사이의 기간은 평균 46.5일에 달했다.

개원 이후에도 국회의장과 각 상임위원장 선출을 둘러싼 원 구성 협상이라는 암초가 기다리고 있다. 20대 국회의 경우 지리한 협상 끝에 법정기한보다 한 달이 지나서야 원 구성이 종료됐다. 20대 국회에서 여야가 본격적인 법안처리에 나선 것은 9월 정기국회 개회 이후였다. 통상 10월쯤 열리는 국정감사를 고려하면, 종부세 등 부동산 쟁점법안 처리는 여야가 비교적 원만하게 합의에 이른다고 해도 11월 이후가 될 공산(公算)이 크다.

국회 관계자는 "관행적인 국회 일정을 봤을 때, 정부의 공포 절차까지 생각하면 올해 연말이나 내년에야 12.16대책에 나온 정책들이 온전히 시행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여야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면 내년 이후에나 처리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본격적인 시행은 그만큼 더 늦어질 것"이라고 했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의 정책 기조는 그대로 가겠지만, 코로나19 이후 변화한 시장 상황에 대해 당·정이 입법을 서두르지 않고 고민을 계속할 수 있다"면서 "(당·정이) 세입자들의 어려움이 커진 만큼 12.16대책 후속 입법보다 계약갱신청구권 도입과 전·월세 상한제를 골자로 하는 임대차보호법 처리에 주력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유병훈 기자(itsyo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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