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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세계 속의 북한

WP “김정은 위중설에 北 주민 사재기, 지도층은 술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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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날 노동당 정치국 회의를 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방안 등을 논의했다며 12일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사진. 김 위원장은 이달 11일 노동당 정치국 회의를 주재한 이후 보름 넘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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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이상설이 불거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잠행이 보름 넘게 이어지면서 북한 내부에서도 뒤숭숭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재기 징후와 소문 확산 등 최고지도자 신변에 위험 신호가 포착됐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 재연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정은 평전을 출간하는 등 북한을 오랫동안 취재한 애나 파이필드 WP 베이징 지국장은 이날 평양 내부 동향을 전했다. 대표적 이상 기류는 사재기 조짐이다. 파이필드는 평양 주민들이 세제와 쌀, 술, 전자제품 등 각종 물품을 사 모으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 권부에서는 김 위원장의 행방을 둘러싼 온갖 억측이 쏟아지고 있다고 한다. 그는 또 평양에서 헬리콥터들이 저공비행 중이거나 북한 내부 및 중국 국경 인근에서 열차 운행이 차질을 빚는 사례 등을 ‘특이 정황’으로 제시했다.

파이필드는 다만 이전에도 북한 지도자의 사망설이 거짓으로 밝혀진 경우가 많아 김 위원장의 상태는 ‘알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현재로선 소문의 진위 여부와 관해 ‘모른다’는 게 내 대답”이라고 말했다. 이어 15일 태양절(김일성 주석 생일) 행사에 불참한 김 위원장의 이례적 행보를 문제 삼는 전문가도 있지만, 한편에선 집권 9년차을 맞아 권력 안정기에 접어든 김정은의 자체 결정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고 전했다.

WP는 그러나 김 위원장 잠행의 실체가 무엇이든 간에 북한 체제에 어느 정도 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봤다. 파이필드는 “이미 이런저런 소문들이 평양 당원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김씨 ‘백두혈통’이 3대째 통치해 온 북한에서 김 위원장이 사망하면 파장은 가늠조차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고령과 투병 중 후계자를 지목한 뒤 숨진 김일성ㆍ김정일과 달리 30대에 불과한 김 위원장의 급사는 후계구도 자체를 꼬이게 할 우려가 크다는 분석이다.

그는 또 “김정은의 아들은 너무 어리고, 형 김정철이나 작은아버지 김평일은 변변한 내부 네트워크조차 갖추지 못했다”며 “‘포스트 김정은’ 후보로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유일해 보인다”는 견해를 밝혔다. 여전히 유교 전통이 지배하는 북한에서 ‘젊은 여성’이 지도자가 되는 상황을 상상하기 쉽지 않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는 탓에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도 없다는 설명이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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