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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유가와 세계경제

美셰일산업 '최후의 심판'…유가 추락에 줄도산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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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년간 만들어진 6만6000여개 석유산업 일자리, 한달만에 사라져
내년까지 533개사 파산 전망…‘美 셰일혁명’ 무너지나

미국 ‘셰일산업의 심장’으로 불리는 텍사스주(州) 소재 법무법인 헤인스앤분은 최근 파산 관련 업무가 늘면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국제유가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폭락하면서 셰일기업들이 줄도산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버디 클라크 헤인스앤분 에너지 전문 변호사는 "석유기업 파산이 잇따르고 있어 다른 분야 변호사들까지 끌어다 파산 업무에 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유가가 추락하면서 미국 석유산업이 최대 위기를 맞았다. 기록적인 저(低)유가를 버티지 못한 미 셰일기업들이 하나둘씩 무너지고 있고, 해상 유정들은 가동을 중단하기 시작했다. CNN은 "미 석유산업이 ‘최후의 심판 시나리오’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다.

조선비즈

미국의 한 석유 회사가 셰일 석유를 시추하고 있는 모습. / 미국 지역공동체 환경보호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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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석유 수요가 급감하고 저장창고가 모자랄 정도로 재고가 쌓이면서 미국산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지난 24일 배럴당 17.5달러로 주저앉았다. 올해 들어 약 70% 폭락했다. 영국 브렌트유도 10~20달러선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까지는 극적인 유가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워 미 석유산업이 올해 3분기까지 극심한 침체에 빠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내년까지 美 석유업체 533곳 파산"

특히 저유가에 취약한 미 셰일산업의 줄도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들 기업은 경제 호황기에 은행에서 거액의 대출을 받아 생산을 늘려왔다. 셰일산업은 그동안 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이상 유지한 덕분에 채산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셰일기업들이 막대한 빚을 지고 있는 상황에서 유가 폭락으로 수익성이 나빠지면서 기업들의 연쇄 파산이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유가가 배럴당 40달러 밑으로 떨어지는 시점부터 셰일기업들이 손익분기점(BEP)을 맞추지 못한다고 분석한다. 석유컨설팅업체 리스타드에너지는 "배럴당 20달러 유가가 유지된다면 미 석유 생산·탐사업체 533여개가 내년 말까지 도산하고, 10달러 유가에서는 1100여개 업체가 파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미 셰일기업 화이팅 페트롤리엄이 이달 초 경영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셰일 업체 유닛코퍼레이션도 파산보호 신청을 준비 중이다. 이밖에 노블에너지, 할리버튼, 마라톤오일, 옥시덴탈 등 주요 석유기업들도 올 들어 기업가치가 3분의 2 이상 증발했다.

리스타드에너지에 따르면 유가 20달러 구간에서는 석유업체들이 발행한 회사채 가운데 올해에만 700억달러 이상이 디폴트(채무 불이행) 상태가 되고, 내년에는 이 규모가 1770억달러로 불어날 가능성이 있다. 석유산업에 돈을 빌려준 은행까지 연쇄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버디 클라크 헤인스앤분 변호사는 "최대한 낙관적으로 봐도 올해 석유산업에서 최소 100건의 파산보호신청이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수익 유정 폐쇄 돌입…"상반기까지 유가 반등 어렵다"

미 석유산업의 운명은 유가 반등 여부에 달려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다만 상반기까지는 코로나19로 수억명의 일상 생활과 여행이 제한되고 공장이 멈춰서는 등 ‘셧다운’이 지속되면서 수요 회복이 어려울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이 지배적이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미국 석유 저장시설 부족으로 WTI는 5월까지 하방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미국 석유업체들은 감산에 돌입했다. WSJ은 미국 멕시코만의 해상 유정들부터 폐쇄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해상 유정은 미국 산유량의 약 15%를 차지한다. 오클라호마와 뉴멕시코의 육상 유정들도 일부 폐쇄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 셰일산업의 경우 당초 올해 생산량이 하루 65만배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현재는 도리어 하루 150만배럴가량 감소한 상황이다.

유정 폐쇄에 따른 장기적인 피해도 우려된다. 제프 쿠리 골드만삭스 원자재본부장은 "유정 폐쇄 비용은 비싼 데다 유정에 영구적 손실을 입혀 나중에 정상적으로 재가동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잇따른 감산으로 미국 일자리도 직격탄을 맞았다. 시장조사업체 BW리서치파트너십 분석에 따르면 지난달 미 시추·정유 일자리 약 5만1000개가 없어졌다. 시추 장비와 조선 등 관련된 보조 일자리도 1만5000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5~7년에 걸쳐 만들어진 일자리가 한 달 만에 사라진 셈이다. 일자리 감소는 소비 감소 등 지역 경제 침체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4대째 미국 석유산업에 종사한 미국의 진 에임스(85)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살면서 여섯번의 석유 시장 파동을 겪었지만 이번이 최악"이라며 "가장 빠르고 극심한 붕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추켜세운 미국 ‘셰일혁명’과 에너지 자립이 신속하고 잔인한 끝을 맞았다"고 전했다.

이재은 기자(jaeeunl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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