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국채 우려로 기준금리 빅컷·한국판 양적완화 무용지물"
코로나 경제위기 대응을 위해 이어지는 문재인 정부의 추가경정예산편성이 국채 금리 급등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대(0.75%)로 낮췄지만, 국채금리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효과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국채 10년물 이상 장기물 채권 금리는 오히려 기준금리 인하 이전에 비해 더 올랐다(채권 가격 하락).
채권시장에서는 추경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폭증하는 적자국채 발행액이 시중금리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쏟아지는 적자국채를 채권시장이 소화할 수 없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적자국채 발행 급증으로 인한 시중금리 상승이 정부와 한국은행의 경기진작 대응책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공행진을 하는 시중금리가 소비와 투자여력을 제약해 실물경기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24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이날 국채 3년물 금리는 전일대비 0.6bp(1bp=0.01%p) 1.030%에서 거래됐다. 그러나 국채 5년물 금리는 1.6bp 오른 1.307%, 국채 10년물 금리는 2.4bp 오른 1.569%에서 거래됐다. 국채 20년물 금리는 1.7bp 상승한 1.652%에서 거래 중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월 22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5차 비상경제회의 결과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주요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기재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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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채 금리는 지난 22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 비상경제회의에서 논의된 85조원 규모 ‘일자리 위기극복을 위한 고용 및 기업 안정 대책’이 발표된 이후 사흘 연속 상승 중이다. 국채 5년~20년물 금리는 각각 10bp 가량 상승했다.
이로인해 최근 국채 금리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50bp '빅컷(big cut)' 인하를 단행한 지난달 16일 수준보다 더 높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국채 3년 금리는 지난달 16일(1.099%)보다 6bp 낮은 수준이지만, 5년~20년물 금리는 모두 기준금리 인하 직전보다 높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0%대로 낮추고, 환매조건부채권(RP) 무제한 매입 등 한국판 양적완화를 실시하고 있지만, 시중금리는 오히려 상승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채권시장에서는 코로나 사태 이후 적자국채 발행 규모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 한은 통화완화 정책 효과를 무력화시키고 있다고 진단한다. 문재인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인해 지난해 30조원 수준이었던 적자국채 발행량은 올해 60조원으로 늘어나게 됐다. 그런데 11조7000억원 규모의 1차 추경을 적자 국채 9조원을 통해 조달하면서, 올해 말 기준 적자국채 발행액은 69조원으로 늘어나게 됐다.
지난 22일 3차 추경이 공식화되면서 채권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올해 적자 국채 발행액이 100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3차 추경이 최대 30조원 규모로 편성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대부분 적자국채를 통해 재원이 조달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당초 적자 국채 발행 없이 소득 하위 70%까지 지급하기로 했던 긴급재난지원금이 전 국민에게 지급되는 것으로 변경되면서 적자국채가 3조~4조원 더 늘어날 전망이다. 게다가 산업은행이 조성할 기간산업안정기금 40조원도 국채 발행 등을 통해 조달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시장 전문가들은 국채 금리의 추가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연구원은 "당초 20조원을 크게 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던 3차 추경이 예상치를 훨씬 뛰어넘을 것으로 보이고, 기간산업안정기금 채권 발행 공급까지 감안하면 채권시장의 수급부담은 불가피해 보인다"면서 "기금채가 20조원 이상 발행되고, 2차 추경 적자국채가 20조원 이상 공급될 경우 국고 10년물 금리가 1.65~1.75%로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3월 16일 기준금리 50bp 인하 이후 국고채 금리 추이(단위; %, 금융투자협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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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의 대출금리에 기준점 역할을 하는 국고채 금리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경기 악화에도 불구하고 시중금리가 고공행진을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기준금리는 내려가는 데 서민과 기업들의 금리부담은 완화되지 않는 ‘금융긴축’이 일어날 수 있다는 진단이다. 그렇게 되면 경기 침체국면에서도 국민들이 부담해야 하는 이자부담이 줄지 않아 투자와 소비 여력이 감소하는 이중고가 발생할 수 있다. 시장에서는 이같은 상황을 최소화시키기 위해서는 한국은행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지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50bp 인하에도 불구하고 국내 금리가 쉽게 떨어지지 못하는 이유는 결국 시장이 적자국채 공급 부담을 계속 우려하기 때문"이라며 "지난 4월 금통위에서 1조5000억원 국고채 단순매입을 발표한 가운데, 추가 매입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에 현재 상황에서 그나마 믿을 만한 것은 한은 금통위 밖에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세종=정원석 기자(lllp@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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