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자산운용은 부실 펀드 돌려막기와 수익률 조작 등으로 지금까지 1조 6000억원대 손실을 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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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 6000억원대 피해를 끼친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배후 전주(錢主) 의혹을 받고 있는 김봉현(46·도피)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녹취록을 본지가 입수했다. 업계 관계자들에 의해 ‘라임 살릴 회장님’으로 묘사된 김 전 회장의 육성이 공개되는 것은 처음이다.
녹취록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라임 자금 등 빌린 돈으로 기업을 인수하고 다시 주가 조작을 벌여 이를 비싸게 되파는 전형적인 ‘무자본 M&A’ ‘기업 사냥꾼’의 행태를 직접 증언했다. 절실한 기독교 신자로 술을 입에 대지 않는 그가 고급 유흥주점에서 새벽까지 술자리를 가지다 동이 트면 교회로 달려가는 기이한 행태도 드러났다.
본지가 23일 입수한 김 전 회장의 육성 녹취록은 작년 초 강남의 한 고급 술집에서 주가 조작 세력들과 사업 계획을 논의하는 과정이 담긴 것이다. 이 시기는 김 전 회장이 광주 고향 친구인 김모(46·구속) 전 청와대 행정관의 소개를 받아 이종필(46·도피) 전 라임 부사장 등으로부터 라임 자금을 빌려 경기도의 한 운수업체를 인수한 뒤 내부 자금 161억을 횡령한 뒤였다.
김 전 회장은 “내 주변에서 저거(운수업체) 인수한다고 할 때 정신병자라고 그랬어”라며 “우리 상장하는 사람들한테는 여기 가치가 400개에서 450개가 적당해. 지금 가치가 600개야”라고 했다. 인수 가격이 비쌌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 전 회장은 자신을 ‘상장하는 사람’이라고 지칭했다. 그는 자신이 실소유한 상장사 스타모빌리티를 통해 라임 자금 등을 끌어와 이를 횡령한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인수를) 같이 해보자 했던 이유는 딱 하나야”라며 “나는 상장사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니까 연계돼서 시너지 효과, 이 회사 자체로 나한테 ‘600개 주고 사라’했다면 정신병자야, 나한테 XXX 맞아”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 집이 운수회사로 먹고 살았던 집이라 우리 같이 상장사 하는 사람들한테는 저건 메리트가 없는 회사”라며 “딱 하나 명분으로 삼은 게 뭐냐면 전기차 이슈, 우리 같은 사람들이 상장사 연계해 가지고 주식으로 수익 좀 낼 때 연계할 수 있는 그런 정도 구조”라고 했다. 옆에 있던 동석자들은 “뉴스거리죠”라고 맞장구쳤다.
운수업체를 라임 자금 등으로 인수한 뒤 전기차 이슈 같은 뉴스거리를 통해 주가 조작으로 몸집을 키우고 이를 다시 되파는 전형적인 ‘기업 사냥’ 행태를 거론한 것이다. 실제 김 전 회장은 이후 제주도에서 렌터카 사업을 하는 고향 친구를 통해 제주도 렌터카 업체 상당수를 인수하려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었다. 과거 ‘인터불스’라는 자신의 실소유 상장사 이름을 ‘스타모빌리티’로 바꾼 것 역시 제주 렌터카 사업 인수를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남부지법에 도착한 한모씨와 성모씨가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들어가고 있다. 이들은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주범인 이종필 전 부사장과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운전기사들로 이들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구속됐다./연합뉴스 |
김 전 회장은 “내가 사업 23년 하면서 정말 어떤 경지에 올랐다고 하는 사람”이라며 “우리가 적대적인 M&A도 많이 한다” “큰 게임 할 때는 돈 싸움이다” “이 게임이 끝났어도 끝난 게임이 아니다”라며 기업 M&A를 일종의 게임으로 인식하는 듯한 발언도 수차례 했다.
그는 “우리 같이 강남에 M&A 하는 사람들이 좋은 회사도 인수했다가 2~3년을 못가”라며 “회삿돈 다 닦아 써버리고, 이렇게 빨리빨리 해서 수익을 내 갖고 또 돈도 벌고 또 더 좋은 거, 더 좋은 거 하면 되지”라고 했다. 실제 이 말대로 기업 사냥꾼들은 양질의 상장사를 인수한 뒤 내부 자금을 빼돌리고 이를 다시 되파는 수법을 반복한다. 김 전 회장 역시 경기도 운수업체 내부 자금 161억을 횡령하고, 주가 조작을 통해 이를 되팔려 했으나 그 과정에서 수사 기관에 덜미를 잡혀 올1월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잠적해 도피 중이다.
김 전 회장은 자신과 사이가 틀어진 일부 측근을 거론하며 “저그들이 (서울)중앙지검에 가갔고 ‘XX 나 살려’ 해도 거기 가갔고 지그 편 들어줄 놈 한 놈도 없어”라고도 했다. 새벽까지 술자리가 이어지던 중 김 전 회장은 “이제 가세, 나도 교회가야 될 시간이니까”라며 먼저 자리를 떴다. 서울의 한 유명 대형 교회 신자인 김 전 회장은 교회에서 만난 목사나 집사 등을 자신의 ‘바지 사장’으로 내세우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 13일 김 전 회장의 운전기사를 구속한 뒤 그의 행방을 쫓고 있다.
[박국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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