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수요와 국영기업 매출 급감… 효과 상쇄
전문가 “기회 오래가지 않아”… 내수 진작 관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신화통신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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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원유가격이 연일 급락하면서 세계 최대 수입국인 중국이 비축량을 크게 늘리고 있다. 하지만 유가 하락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글로벌 수요 감소로 인한 것이어서 글로벌 공급망의 정점에 있는 중국이 마냥 반사이익을 챙길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중국이 침체된 국내 소비를 충분히 늘리지 않는다면 저유가의 혜택이 반짝 호황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2일 중국항만협회에 따르면 지난주 주요 항만의 원유 수입량은 지난해 대비 2.1% 증가했다. 옌타이ㆍ텐진 등 일부 항만은 10%가 넘는 증가세를 보였다. 국가통계국은 “중국의 3월 원유 처리량이 전년도의 93% 수준으로 회복됐다”고 밝혔다.
중국은 지난해 원유 소비의 72%를 수입으로 충당했다. 따라서 저유가 국면은 원유를 비축할 수 있는 적기다. 중국은 2014년 12월 국제유가가 배럴당 49달러 아래로 떨어지자 “이런 기회는 다시 없을 것”이라며 한 달간 수입규모를 사상 최대인 3,100만톤으로 급격히 늘린 전례가 있다. 당시 원유의 대외의존도는 58% 수준이었다. 중국의 원유 선물 거래가격은 전날 오전 11시 기준 배럴당 33.4달러에 그쳐 5년여 전보다 구매 여건이 뚜렷이 호전됐다.
중국의 올해 1분기 원유 수입량은 전년 대비 5% 늘어 1억3,000만톤에 달했다. 중국 전역의 공장이 조업을 재개한데다 원유 가격까지 떨어져 4월 이후 수입량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중국은 2003년 4개에 불과했던 원유 비축기지를 12개로 확충한 상태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이번 기회에 원유 비축량을 충분히 늘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처럼 저유가로 인해 중국이 유리한 상황을 맞은 것으로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상황이 그리 간단치만은 않다. 우선 유가 상승기에 수익을 내는 석유회사들의 수익이 곤두박질쳤다. 국무원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는 20일 “세계 유가가 급락하고 이동제한 등의 조치로 정유제품 판매가 20% 이상 감소하면서 중국 국영 에너지 기업들이 모두 올 1분기에 손실을 입었다”고 밝혔다.
중국이 비축능력을 크게 늘리기는 했지만, 저유가라고 해서 무한정으로 원유를 수입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중국은 원유 수입량을 민간기업 2억2,000만톤을 포함해 연간 5억톤 수준으로 제한하고 있다. 원유는 전략물자이지만 보관이 까다롭고 위험한 만큼 비축기지에는 유사시를 대비해 90~120일간 소비물량을 확보하는 선에서 수입량을 조절하고 있다. 이로 인해 올해 저유가 기간 동안 창고 기능을 갖춘 유조선의 가격이 6배나 급등하기도 했다.
원유 가격 왜곡이 수입비용 절감보다 더 큰 부담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가 폭락으로 셰일원유산업에 타격을 받은 미국이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이다. 가오신웨이(高新偉) 중국석유대학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저유가로 직격탄을 맞은 자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다른 나라들의 이익을 손상시키는 행위를 서슴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은 미국의 변화무쌍한 정책이 미칠 폐해를 지속적으로 주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유가 하락을 촉발한 각국의 수요 감소에 대한 고민이 크다. 중국 국내만 해도 1분기 국유기업의 매출이 전년 대비 11.8%, 수익은 58.8%나 폭락했다. 국내 소비가 국내총생산(GDP)에 기여하는 비율은 57.8%로 18~19%인 수출에 비해 3배나 많다.
이에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지난 17일 중앙정치국 회의를 주재하면서 특단의 내수 확대 조치를 지시했다. 린보창(林伯强)샤먼대 중국에너지경제연구센터 소장은 “저유가로 인한 중국의 기회는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 전 세계는 수요 부진이라는 공통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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