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직전 전두환 만남 요청 거부한 사연 등 담겨
안병하 평전 표지 |
(광주=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5·18 민주화운동 당시 시민에 대한 발포 명령을 거부한 고(故) 안병하 치안감의 활동과 경찰의 시각에서 5·18을 조명한 '안병하 평전'이 출간된다.
고 안병하 치안감 기념사업회는 이달 말께 '안병하 평전'(이재의 지음·정한책방)을 발간한다고 21일 밝혔다.
평전에는 경찰 무기 자진 회수·소산 조치, 상부의 발포 압박 거부 등 부당한 명령을 무조건 따르지 않고 경찰 본분에 비춰 옳은지 그른지를 판단해 결단했던 안 치안감의 이야기가 담겼다.
계엄군과 시민 시위대의 대치가 격렬해진 1980년 5월 21일 계엄군이 시 외곽으로 철수하기 이전 안 치안감이 경찰의 철수를 먼저 추진한 일도 기록됐다.
그는 경찰이 모두 도청을 무사히 빠져나가고 공수부대까지 전부 철수한 것을 확인한 뒤 가장 마지막으로 현장을 떠나는 모범을 보였다.
평전에 따르면 이는 시민과 경찰의 무고한 인명피해를 막기 위함이기도 했지만 계엄 당국의 무모한 강경 진압이 불러온 사태에 대한 말 없는 항의였다.
지휘관으로서 자신에게 불이익이 돌아올 것을 각오한 결정이기도 했다.
안 치안감은 생전에 "옛 전남도청 옆 경찰국 청사 안팎에 경찰 2천여명이 있었는데 어떤 시민군도 경찰을 폭행하지 않았고, 경찰이 철수한 뒤 자신이 경찰국 사무실을 오가며 상황을 살필 때도 시민들이 보호하려 했다"며 광주시민의 저항은 결코 폭동이 아니었음을 항상 강조했다.
5·18 직전 당시 보안사령관이었던 전두환이 만남을 요청했으나 안 치안감이 거부했다는 내용도 실려있다.
안 치안감의 아들 안호재씨는 "전두환씨가 1980년 4월 말 또는 5월 초 만남을 요청했는데 거부했다고 아버지가 생전에 말씀하셨으며 만남을 거부한 배경 등을 평전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안호재씨는 "경찰이자 시민으로서 신군부의 강경 진압에 분노한 5·18 당시 경찰의 모습도 책 곳곳에 담겼다"고 말했다.
안 치안감은 전남도경찰국장(현 전남지방경찰청장)으로 재직하던 1980년 5·18 당시 신군부의 시위대 강경 진압 지시와 발포 명령을 거부하고 다친 시민을 치료하는 등 편의를 제공했다.
그는 이 일로 직위 해제된 뒤 군 보안사에 끌려가 고문을 당했고, 후유증에 시달리다가 1988년 10월 10일 사망했다.
경찰은 2017년 안 치안감을 '올해의 경찰영웅'으로 선정하고 경무관에서 치안감으로 1계급 특진 추서했다.
areu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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