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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성착취물 실태와 수사

석방 대신 美송환 '성착취물' 손정우···앞서 간 강간범 271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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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아동 성 착취 영상 유포사이트 '웰컴투비디오'가 공조수사로 인해 폐쇄된 모습.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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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세계 최대 아동 성 착취 영상 유포사이트인 ‘웰컴투비디오’를 운영한 혐의로 1년6개월형을 받고 복역 중인 손정우(24)를 미국으로 송환하기 위한 범죄인 인도 절차에 착수했다. 미국 법무부의 요청에 따라 한국에 머물던 범죄자를 미국에서 재판받게 한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다. 손씨가 미국으로 송환된다면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



27억원 내고 한국 도망친 강간범, 미국서 271년형 선고



한미 범죄인인도 조약에 따라 미국 측에 범죄인을 인도한 첫 번째 사례는 2001년 재미교포 강모(당시 32)씨다. 강씨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한인 갱단과 함께 45차례에 걸쳐 강도·강간 행각을 벌이다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보석금 220만 달러(한화 약 27억원)를 내고 풀려난 직후 한국으로 도피했다. 이후 현지 법원은 강씨가 없는 상태에서 징역 271년형을 선고했다.

서울고법은 “강씨가 저지른 범죄의 성격에 비춰 그를 미국에 보내는 것이 비인도적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강씨는 당시 한국에서 대마초를 피워 징역 10개월을 선고받고 복역하던 중이었다. 만기 출소한 그는 바로 미국으로 강제 송환됐고, 현지 법원은 그에게 다시 한번 징역 271년형을 선고했다.



손정우, 미국 인도 가능성 높아



그렇다면 손정우의 경우 어떻게 될까. 서울고법이 20일 인도 심사를 위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손씨는 오는 27일 출소 예정일이 지나도 바로 석방되지 않고 범죄인 인도 심사를 받아야 한다. 법원이 인도 결정을 내리면 법무부 장관의 최종 승인을 거쳐 미국 측에 넘겨지게 된다.

손씨는 법원에서 ‘자국민 불인도 원칙’을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 한미 범죄인인도 조약은 원칙적으로 자국민은 인도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량에 따라 인도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한국인이라도 미국 측에 보낼 수 있다. 법조계에서는 최근 ‘n번방’ 사태로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에 대한 엄벌 필요성이 대두되는 만큼 법원과 법무부가 손씨를 미국에서 재판받게 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로 법무부는 17일 “그간 성범죄에 대한 우리 사회의 대응이 너무 미온적이었음을 반성한다”며 성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를 대폭 강화하는 법 개정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아동 음란물 배포 처벌은 미국서도 힘들어



다만 손씨가 미국 법정에 서게 되더라도 아동 음란물 배포 등에 대한 처벌이 내려지기는 힘들다. 한미 범죄인인도 조약은 원칙적으로 인도 결정을 내릴 때 적용된 범죄에 대해서만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범죄는 이전에 유죄 또는 무죄선고를 받지 않았어야 한다. 이 때문에 법무부는 한국 법원의 유죄판결과 중복되지 않는 ‘국제자금세탁’ 부분에 대해서만 범죄인 인도 절차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미국 법령상 최장 징역 20년형에 처할 수 있는 죄다.

다만 손씨에게 9개 범죄 혐의를 적용해 기소한 미국 검찰이 추가 처벌을 원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한국 법무부가 동의한다면 가능하긴 하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인도가 허용된 범죄의 일부여야 처벌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제자금세탁과 관련 없는 나머지 8개 혐의로 처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인이 대상이라는 점, 범죄인 인도 대상 범죄를 처음부터 ‘국제자금세탁범죄’로 한정했다는 점, 미국에서 청구한 범죄가 한국에서도 처벌 가능하다는 점에서 한국 법무부가 처벌에 동의해줄 확률은 희박하다”고 덧붙였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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