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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사진)가 최근 논란이 되는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대상 범위와 관련해 “지금은 100% 국민에게 다 주는게 좋다”고 말했다. 생계유지의 시급성을 감안해 ‘보편 지급’하고 향후 고소득자를 중심으로 세금을 통해 ‘선별 환수’하자는 주장이다.
장 교수는 21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지금 (재난지원금 대상을) 선별한다고 서류 제출해라 뭐 해라 할 시간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지금은 일단 다 주고 나중에 70~80%가 됐든 어느 선까지 끊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고소득자들한테 세금으로 다시 거둬가면 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소득하위 70% 이하 가구를 대상으로 40~100만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선별지급하는 내용의 추가경정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총선 공약으로 내 건 전국민 보편지급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기획재정부는 재정여력 비축과 형평성 문제 등을 거론하며 선별지급을 고수하는 등 당정 간 의견차이가 불거지고 있다. 총선 당시 보편지급을 주장한 미래통합당도 선별지급으로 돌아서는 등 추경안 국회 심의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장 교수가 주장한 ‘보편지급 선별환수’ 방식은 재난지원금 지급이 결정된 이후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돼왔다. 지급대상 선별을 위한 절차와 비용을 줄여 신속히 지급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향후 연말정산 과정에서 소득 수준과 피해 정도 등에 따라 세금을 차등해 거둬들이자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악화로 재난지원금을 추가 지급해야 할 경우에도 선별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연중 계속될 코로나19 피해를 종합적으로 반영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거론된다. 다만 재정당국은 이른바 ‘줬다 빼앗는 방식’에 대한 납세자들의 심리적 반발과 선별환수의 기술적 어려움 등을 들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장 교수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복지규모를 늘리고 관련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실업보험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굉장히 약하다. 스웨덴·덴마크 같은 나라는 보통 때도 실업자가 되면 월급의 60~70%가 나온다”며 “우리나라는 연금이 너무 형편없어 어르신들이 고생하신다”고 말했다. 노동자 재교육과 재취업 제도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장 교수는 지적했다.
장 교수는 코로나19 경제위기가 1929년 대공황 수준으로 심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예로 미국의 실업률 급증을 들었다. 그는 “미국에서 지난 4주간 경제활동인구의 13%에 해당하는 2200만명이 실업자가 됐다. 지금 실업률이 공식적으로 발표가 안났지만 17~18%가 된 것”이라며 “앞으로 실업이 늘어나는 속도가 줄어든다고 해도 20%는 떼어놓은 당상이라 조금만 잘못하면 대공황 때처럼 30%에 육박하는 실업률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위기는 실물시장에서 시작해 금융시장까지 확산됐다며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도 심각한 수준이라고 장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금융위기 때는 주로 금융시장에서 문제가 생겼지만 이번에는 모든 데서 문제가 생긴 것”이라며 “생산과 소비 전반에 걸쳐서 온 위기이기에 훨씬 더 큰 위기”라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제의 V자 반등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장 교수는 내다봤다. 그는 “백신 개발이 안되면 경제가 정상으로 돌아갈 수 없다”며 “백신 개발은 낙관적으로 봐도 12개월, 보통 18개월 혹은 그 이상 걸릴 수도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식으로 앞으로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면 V자는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U자(반등)도 U의 바닥이 얼마나 길지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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