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스마트폰 시장이 침체되면서 삼성·애플 등 주요 스마트폰 업체들이 중저가형 제품을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 움츠러든 스마트폰 소비를 가격 경쟁력을 통해 극복하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신제품 출시에 대한 업체별 영향은 제조사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의 경우 상반기 선보인 갤럭시S20의 판매 부진이 이어지면서 연간 매출 타격이 불가피하지만, 상반기 제품을 출시하지 않은 애플의 경우 코로나19 영향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을 가능성이 높다.
전염병에 움츠러든 시장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을 13억1000만대에서 10억8600만대로 낮춰 잡았다. 이는 당초 예상보다 17% 하향 조정한 수준이다.
이를 반영하듯 삼성전자의 상반기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갤럭시S20 시리즈의 판매량도 부진한 상황이다. 삼성전자가 정확한 수치를 공개한 것은 아니지만, 업계에서는 전작인 갤럭시S10 5G 판매량의 60~80% 수준으로 예측하고 있다.
갤럭시S20. [사진=삼성전자] |
이같은 판매 부진은 1분기 실적에도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일 발표한 삼성전자 1분기 잠정실적에서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IM부문은 2조원 초중반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 2조9200억원, 4분기 2조5200억원과 비교했을 때 감소한 수준이다.
나아가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2분기부터는 이보다 더 큰 타격이 예상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최근 골드만삭스는 올 2분기 판매될 애플 아이폰의 수가 전년 대비 36%가량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블룸버그도 2분기 애플의 아이폰 판매량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 줄어든 2800만대로 추정했다. 애플은 지난달 초 올해 1분기 실적을 공식적으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으로 인해 각국 정부의 영업활동 제한 조치로 마케팅이 위축되면서 판매량 증가가 쉽지 않다고 판단한다"며 "2분기까지 코로나19 영향은 지속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아이폰SE 2세대. [사진=애플] |
돌파구는 중저가폰
이에 삼성전자와 애플, LG전자 등은 프리미엄급 제품을 중저가에 판매하는 가성비 전략을 통해 시장을 개척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애플이다. 애플은 지난 15일 코로나19 여파로 소비가 위축되는 것을 고려해 기존 모델보다 저렴한 가격대의 2세대 '아이폰 SE'를 발표했다. 지난 2016년 아이폰 SE 발표 이후 처음으로 중저가형 스마트폰 시장을 노크한 것이다.
그간 애플은 전체 스마트폰의 80%를 600달러대 이상으로 판매하는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을 주요 타깃으로 삼아왔다. 이에 비해 이번에 발표하는 아이폰 SE의 경우 64GB기준 미국 출고가가 399달러(약 49만원)이다.
가격대는 저렴하지만 성능은 기존 모델보다 크게 뒤쳐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디스플레이 사양, 카메라는 아이폰8과 동일하고 아이폰11에 적용된 'A13 바이오닉'이 탑재돼 최신 아이폰의 성능을 갖췄다. 다만 5G 이동통신은 제공되지 않는다.
필 실러 애플 글로벌 마케팅 수석 부사장은 "첫번째 아이폰 SE가 작은 크기, 고급 성능, 저렴한 가격으로 많은 고객에게 인기를 끌었다면 2세대 아이폰 SE는 이를 바탕으로 개선된 제품"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전자도 애플이 진출하지 못한 5G 중저가폰 시장을 공략한다. 지난 8일 제3차 범부처 민관합동 5G+전략위원회에서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은 "연말까지 보급형 5G폰을 2~3개 출시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내달 중 A51, A71 등 A시리즈 2종이 40만~50만원대로 출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말 베트남 시장에서 선보였던 갤럭시A71의 경우 인피니티-O 디스플레이에 전면 3200만 화소 카메라와 후면 쿼드 카메라를 탑재했다.
LG전자는 지난해부터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 대신 대중성에 초점을 맞춘 '매스 프리미엄' 제품으로 승부수를 걸었다. 그 일환으로 V50 씽큐 후속으로 선보인 V60 씽큐는 국내를 제외한 북미, 유럽 등에서만 출시했고 국내에서는 실속형 스마트폰인 Q51을 선보였다. 이어 내달에는 대대적으로 브랜드를 개편한 'LG 벨벳' 출시가 예정돼 있다.
하반기부터 회복 시작…속도는 제각각
업계에서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회복이 3분기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일반적으로 2~3년이 지나면 스마트폰을 바꾼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묵혀놨던 스마트폰 교체 수요가 하반기나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체별 회복 속도에는 다소 차이가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중국의 영향력을 크게 받는 애플과 중국 제조사들의 경우 올 3분기부터 강한 회복세를 보이는 한편 신흥시장에서 강세인 삼성전자 등은 이보다 늦은 내년부터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다는 것.
김영우 SK증권 연구원은 "애플의 경우 1분기가 신제품 출시가 부재한 통상적인 비수기 시즌이라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상대적 강도는 제조사 중 가장 낮다"며 "이달 중 아이폰SE가 출시되면 코로나 영향은 더욱 반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4분기 주요 지역의 정상화가 이뤄질 때 애플의 아이폰12의 출시가 맞물리면 기대 이상의 출하량도 내다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하반기 아이폰을 출시하는 애플의 경우 '상저하고'의 분명한 실적 흐름을 보이기 때문에 상반기 코로나 영향에 따라 매출이 감소했다고 하더라도 연간 전체 매출에서 큰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전세계 지역별로 코로나19 회복 속도가 다르게 나타날 것이라는 점도 이같은 주장의 근거가 된다.
삼성전자는 현재 수요가 회복되고 있는 중국에서의 매출 비중이 낮은데다 비중이 높은 인도, 남미 등 신흥시장의 경우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수요가 경색되고 있는 상황이다. 애플은 신흥시장보다는 중국을 비롯한 미국, 유럽 등 선진시장에서 판매율이 높은 편이다. 신흥시장이 중국과 선진시장에 비해 다소 긴 회복기가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전자의 매출 회복세가 타 제조사에 비해 느릴 수 있는 셈이다.
김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신흥시장 및 선진시장의 본격적인 수요 회복이 기대되는 2021년부터 성장폭이 커질 것"이라며 "폴더블 시장 내 주도권을 강화하면서 폼펙터 변화를 이끌 요인을 확보한다면 출하 성장폭은 상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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