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 개표결과가 확정된 16일 오전, 미래통합당 선거대책위원회 핵심 관계자가 주변 당직자들에게 전한 말이다. 당 기획조정국이 선거 직전 내놓은 전국 지역구 판세 분석 결과를 두고 “믿기 싫었던 내용이 현실이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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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78석, 최대 93석”
미래통합당 심재철 당대표권한대행(왼쪽 셋째)이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인사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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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 통합당 관계자에 따르면 당 기조국은 총선 이틀 전인 13일 선대위에 4번째이자 마지막 총선 판세 분석 결과를 보고했다. 기조국은 당내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의 여론조사 결과와 각 시‧도당이 취합한 현지 분위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종 전망치를 내놨다.
이에 따르면 당시 통합당이 확실한 우세를 보이는 지역구는 253곳 중 78곳에 불과했다. 이어 50곳가량을 경합지역으로 분류했지만, 대부분 더불어민주당에 열세를 보인다고 판단하고 경합지역 가운데 3분의 1가량(15곳)을 추가로 가져온다면 지역구에서 최대 93명의 당선인을 배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통합당의 지역구 당선 전망치가 최소 78석에서 최대 93석 사이였던 셈이다.
통합당은 비례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의 비례대표 당선 예상치(17석) 등을 더해 최종 의석수는 최대 110석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당 관계자는 “선전했을 경우 최대치로 잡은 게 110석이었다”며 “단지 믿기 싫었을 뿐, 예상된 참패였다”고 토로했다. 개표 결과 통합당은 지역구에서 84명, 비례대표(미래한국당) 19명 등 최종 103명의 당선인을 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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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판 막말에 50석 날아가”
박형준 미래통합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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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판세 분석 결과가 보고된 직후 위기의식을 느낀 통합당의 선거 전략도 180도 바뀌었다. 13일 최종 분석 결과를 보고받은 직후 박형준 공동선대위원장은 기자간담회를 열어 “주말 자체 여론조사나 판세분석을 해보니 너무나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꼈다”며 “이대로 가면 개헌저지선(100석)도 위태롭다”고 말했다. ‘정권 심판론’으로 대여공세에 나섰던 당 선대위가 ‘정권 견제론’으로 전략을 급히 수정한 것도 이때쯤이다.
통합당은 공식 선거운동 개시 이후 총 네 차례 판세 분석 결과를 내놨다. 최종 결과가 1차 분석보다 50석가량 적었다고 한다. 서울 광진을(오세훈), 동작을(나경원), 도봉을(김선동), 경기 남양주병(주광덕) 등 수도권 지역에서 낙선한 후보 상당수도 1차 분석 결과에선 민주당 후보를 이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 관계자는 “1차 분석 땐 상승곡선을 그렸던 지역구가 50개였는데 갈수록 수치가 떨어지더니 4차 땐 대부분 하강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며 “경합 우세 지역은 경합으로, 경합 지역은 경합 열세로, 경합 열세 지역은 열세가 됐다. 당 소속 인사들의 잇따른 막말 여파가 수도권 선거에 악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분석했다.
제21대 총선 투표일인 15일 오전 경기도 부천시 부천일신초등학교에 마련된 범안동 제7투표소에 놓여있는 투표용지에 각 후보의 이름이 적혀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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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에선 “한참 전에 켜진 경고등을 제때 알아보지 못한 당 지도부의 책임이 가장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 선대위 관계자는 “판세가 갈수록 하향곡선을 그리면 통상적으론 비상체제를 가동해야 한다”며 “2차 분석 결과가 나온 직후 당에서 ▶비상선언 뒤 선대위 해체 ▶황교안 대표의 사퇴 ▶김종인 원톱 체제의 비상선대위 운영 등을 건의했지만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황 대표는 이른바 ‘세월호 텐트’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차명진 후보의 제명 건의에 대해서도 당초 ‘일사부재리(一事不再理)’ 원칙을 들어 거부했다가 ‘참패’ 보고를 받은 13일에야 마음을 돌려 제명에 나섰다고 한다. 앞서 차 후보는 당 윤리위로부터 제명보다 한 단계 낮은 징계인 ‘탈당 권유’를 받았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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