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대한민국4.0, '대변혁'으로 가자][1회]⑥20대 국회에서 국회선진화법을 바꿔야하는 이유
(서울=뉴스1) 이종덕 기자 = 여야 당직자들이 지난해 4월26일 새벽 국회 의안과 앞에서 몸싸움을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의원 및 당직자들은 패스트트랙 지정안건 법안제출을 위해 이틀째 의안과 진입을 시도했다. 2019.4.26/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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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싸움만 일삼던 '동물국회'를 막기 위해 제정된 국회 선진화법. 이름은 '선진화'지만 여전히 진영 갈등의 근원이 되고 있다. 20대 국회는 선진화법 규정에 기대어 정책법안 논의에 발목을 잡거나 법 자체를 교묘히 피하는 '꼼수'가 판쳤다. 20대 국회가 이 선진화법 문제만 해결해도 21대 국회는 ‘일하는 국회’가 될 수 있다.
선진화법의 핵심은 다수 의석을 차지한 정당이 머릿수로 밀어붙이는 '날치기' 제한이다. 다수의 힘을 막을 수 없을 때 본회의장 점거 등 물리적 다툼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취지다.
이를 위해 국회는 2012년 선진화법을 제정하면서 법안에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요건 제한,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 도입, 국회폭력 금지 등의 조항을 포함했다. 자칫 아무 법안도 통과시킬 수 없는 '식물국회'를 막기 위해 신속처리안건 지정이라 불리는 패스트트랙 제도도 만들었다.
여야 간 대립이 첨예한 법률 통과 시 정족수의 60% 이상(재적 5분의 3 이상) 동의가 필요하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법안은 최장 330일에 걸쳐 심사하고, 심사 기간이 끝나면 본회의에 자동 상정된다.
지난해 패스트트랙 정국을 거치며 '식물국회', '동물국회' 모두 연출됐다.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고 나만 옳은 타락한 진영의식 앞에서 갈등은 더욱 증폭됐다. 선진화법은 법을 유리하게 이용하는 '꼼수'에 허울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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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략적 판단에 '왔다갔다'…누굴 위한 선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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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화법은 태생부터 정치적 기술이 개입될 가능성이 높았다. 선진화법은 18대 국회 막바지 새누리당(현 통합당)이 주창해 통과됐다. 곧 치르게 될 2012년 19대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얻기 힘들 것으로 본 새누리당은 민주통합당(현 민주당)이 과반을 차지하면 정국주도권을 내줄 가능성을 우려했다.
19대 총선 결과를 열어보니 새누리당이 과반의석을 차지했고 스스로 발목을 잡아버린 꼴이 됐다. 당시 이명박 정부 후반기였고 '미래권력'인 박근혜 당시 비대위원장이 대통령과 각을 세우며 찬성 의사를 밝혔고 법안이 통과됐다.
2015년 말 선거구획정안, 노동법과 테러방지법 등 통과를 원하는 새누리당이 선진화법에 막히자 선진화법 개정을 추진했다. 그러나 2016년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과반을 차지하지 못하고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의석을 합치면 과반이 넘는 구도가 만들어졌고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2017년 3월에 한국당을 제외한 정당들을 중심으로 다시 선진화법 개정 목소리가 나왔다. 다당제 상황과 맞지 않고 '식물국회'가 우려된다는 명분이었다. 국회의원 과반수인 최소 151석 이상으로 낮추자는 개정안을 발의되기도 했다. 이때는 한국당이 부정적 입장을 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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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석이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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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어떤 법안이든 여당 단독으로 처리가 가능해졌다.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180석(더불어시민당 포함)을 단독으로 확보했고 열린민주당까지 더할 경우 의석수는 183석으로 늘어난다. 나머지는 정당별로 △통합당+한국당 103석 △정의당 6석 △국민의당 3석 등이다.
선진화법이 마련됐지만 여야 협치라는 선순환은 사라졌다. '180석 이상 확보‧강행 혹은 180석 저지'가 목표가 된 주객전도의 상황이 벌어져왔다.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선진화법을 무력할 수 있는 의석을 확보한 상황에서 다수 의석을 '절대 선'으로 여긴다면 진영대결의 얽힌 실타래는 풀리지 않는다.
선진화법을 만든 것이 오히려 여야의 합의 정신을 경시하는 태도를 유발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법은 최소한의 도덕인데 선진화법만 어기지 않으면 혹은 유리하게 잘 이용하면 된다는 것은 타락한 진영의식의 발로라는 지적이다.
21대 국회가 개원하기 전에 협치의 주춧돌이 절실하다. 동물, 식물국회를 모두 경험한 20대 국회가 마지막 본회의에서라도 필리버스터제를 없애는 등 전면 재개정 등으로 바꿔야한다.
박진 국회 미래연구원장은 "여야가 합의를 못하는 것은 정당 입장에서 정파나 지지층에 기대 버티는 것이 오히려 유리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며 "21대 국회에서는 어떤 본인의 정치목적이나 맹목적 당론 등 다른 요인들 때문에 의사결정을 바꾸거나 왜곡하지 않는 합리성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강주헌 기자 econph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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