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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산업생산과 소비동향

美경제 마이너스의 늪…3월 소매판매 -8.7%·산업생산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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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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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가 소비·생산 급감, 1분기 기업 실적 악화라는 '트리플 쇼크'에 빠진 것으로 확인되면서 리세션(recession·경기 침체)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실상 미국 경제가 코로나19 사태 영향권에 들어간 지난 3월부터 리세션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은 시장에 널리 알려져 특별히 새로운 악재라고 할 만한 이슈는 아니다. 문제는 실제 경제지표가 당초 예상보다 나쁘다는 점이다. 이는 그만큼 침체의 골이 더욱 깊을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돼 불안 심리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조만간 사태가 정점을 찍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최근 상승세를 보였던 미국 증시는 15일(현지시간) 1~2% 하락세로 전환됐다.

이날 발표된 3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8.7%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미국 상무부가 관련 통계를 집계한 1992년 이후 역대 최대 규모 감소이자, 시장 예상치였던 7~8% 감소보다 더 악화한 수치다.

미국 경제방송 CNBC는 "경제지표가 당초 월가 예상치보다 나빴다"며 "경제가 명확히 '폐허(in ruins)'된 것이 확인된 셈"이라고 평가했다. 식료품 매장(26.9%) 등 일부를 제외하곤 전 업종에 걸쳐 판매 감소가 나타났다.

가장 타격이 큰 곳은 의류 매장으로, 무려 50.5% 판매 감소를 기록했다. 가구류(-26.8%), 식당 및 주점(-26.5%), 자동차(-25.6%) 등도 큰 폭의 판매 감소를 보였다. 가정에서 먹는 식품을 제외하곤 사실상 소비자들이 모든 지출을 줄인 셈이다. 소비는 미국 경제에서 3분의 2를 차지하는 '버팀목'으로,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이전에 미국 경제의 안정적인 성장세를 지지해왔다.

산업 생산도 시장 예상보다 급감했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3월 산업 생산이 전월 대비 5.4%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1946년 이후 약 74년 만에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앞서 시장에서는 4.1% 감소를 예상했다. 산업 생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제조업 생산은 6.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역시 1946년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주요 자동차 업체가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하면서 자동차 관련 제품 생산이 무려 27.2% 급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코로나19로 인해 미국 경제가 얼어붙은 것이 확인됐다"고 평가했다.

경제 활동의 두 축인 소비와 생산이 무너지면서 기업 실적 악화는 물론 부도 위기에 몰리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월가 주요 은행의 1분기 순익은 '반 토막' 수준으로 급감했다. 골드만삭스는 1분기 순익이 전년 동기 22억5000만달러에서 12억1000만달러로 46% 줄었다고 발표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1분기 순익도 45% 줄어든 40억달러를 기록했다. 씨티그룹 1분기 순익은 전년 동기 대비 46% 급감한 25억2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앞서 전날 발표된 JP모건의 1분기 순익도 69% 감소한 28억7000만달러였다. 웰스파고의 순이익은 무려 89% 급감했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셧다운' 조치가 3월 중순 이후 본격화한 만큼 이달 상황은 더 나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팽배하다. 소매 컨설팅 회사 '커스터머 그로스 파트너스'의 크레이그 존슨 사장은 WSJ에 "4월이 가장 '잔인한(cruelest)' 달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해 연준은 이날 경기 동향 보고서인 '베이지북'에서 "미국 전역에서 경제활동이 급격히 축소되고 있다"며 "향후 수개월 동안 대부분 예상 상황이 악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연준은 고용과 관련해 "제조업과 에너지 분야를 포함해 (일자리) 감소가 광범위하다"면서 "단기적으로는 더 많은 무급휴직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미국에서는 3월 셋째주부터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며 실업 대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때부터 4월 둘째주까지 4주 동안에만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무려 2203만4000건에 달했다. CNBC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일자리가 2200만개가량 늘어났는데 코로나19 사태로 한 달 만에 이것이 사라진 셈"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소비·생산 급감, 실적 악화라는 '트리플 쇼크'가 확인되면서 미국 경제의 'V자형 경기 반등'에 대한 회의론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뉴욕 = 장용승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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