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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긴급재난지원금

트럼프 'SOS', 막판 재난지원금…민주당 승리 부른 5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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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한국에 방역지원 요청

코로나 대응 잘했다는 여론 늘어

조용한 선거전략·자객공천 효과

통합당 막말·공천잡음도 호재로

4·15 총선 결과는 여야가 보여줬던 몇 가지 상징적인 장면에서 유권자 표심이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미래통합당은 공천 내홍과 막말 논란 등이 악재가 되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대응 등이 먹혀들었다.

① 트럼프의 ‘코로나 SOS’

중앙일보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통화하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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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선거 초반부터 코로나19가 빨리 종식될수록 총선 승률이 높아진다고 보고 정부의 방역 대책과 경제 피해 완화를 지원하는 데 집중했다. 당정 협의를 통해 필요한 정책을 신속히 내놓을 수 있는 집권 여당의 이점을 극대화해 야당의 ‘정권 심판론’이 설 자리를 좁혔다.

3월 이후 확진자보다 퇴원자 수가 크게 늘기 시작하는 한편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환자가 급증세를 보이면서 정부에 대한 여론도 우호적으로 바뀌었다. 지난달 24일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진단키트 등 방역 물품들을 긴급하게 지원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월 말에는 문 대통령 지지율이 41%였다. 하지만 지난주에는 57%로 한 달 반 만에 16%포인트 뛰었다. 이번 총선과 관련해 ‘정부 지원론’ vs ‘심판론’에 대한 공감도 역시 2월 2주엔 43% 대 45%로 심판론이 다소 앞섰지만, 지난주에는 51% 대 40%로 지원론 우세로 바뀌었다.

② 긴급재난지원금 경쟁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공약도 표심에 영향을 줬다. 민주당은 지난 6일 ‘소득 구분 없이 4인 가구 기준 100만원 지급’ 방침을 세운 데 이어 7일 ‘4월 내 지급’이라는 구체적인 목표 시점을 제시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모든 국민이 가장 빨리 긴급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서두르겠다”고 했다. 야당이 동의하면 문재인 대통령에게 긴급재정명령 발동까지도 건의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총선용 돈 풀기’라던 통합당은 선거 중반 이후 “총선 전 모든 국민 1인당 50만원씩 주자”(황교안)고 제안했다. 선거 막바지엔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도 “전국 대학생과 대학원생에게 1인당 100만원의 특별장학금을 주자”(김종인)고 했다. 통합당 내에선 “민주당의 악성 포퓰리즘에 부화뇌동한다”(유승민 의원)는 비판이 제기되는 등 이견이 표출되는 모습을 보였다.

③ 통합당 잇따른 막말

선거 막바지에 터진 실언·막말 논란도 변수가 됐다. 통합당은 ‘3040 무지’ ‘나이 들면 다 장애인’ 발언(서울 관악갑 김대호), ‘세월호 텐트 속 문란한 행위’ 발언(부천병 차명진) 등이 이어졌다. 김 전 후보는 6일 “3040세대는 무지하다”고 발언해 당으로부터 경고를 받았지만 이튿날인 7일 “나이가 들면 다 장애인이 된다”는 ‘노인·장애인 비하’ 발언을 했다. 차 후보도 6일 선관위 주최 TV 토론회에서 “세월호 유가족이 문란한 행위를 했다”고 말했다.

문제의 발언이 수도권 후보들의 입에서 나온 데다 승패의 열쇠를 쥔 수도권 중도층이 여론에 민감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도권 선거에는 악재일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막판 김남국(안산 단원을) 후보의 여성 비하 팟캐스트 출연 논란 등이 이어졌다. 김 후보는 지난해 1월 14일부터 2월 26일까지 ‘쓰리연고전’ 공동진행자로 20회 이상 출연하면서 진행자들의 성 비하성 발언을 함께 웃고 즐기는가 하면 “저도 저 정도면 바로 한 달 뒤에 결혼을 결심할 수 있다”고 여성의 몸과 성에 관한 품평에 참여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비슷한 시기 김한규(강남병) 후보 캠프 측 단체 대화방의 ‘2번 찍을 어르신 투표 않도록’ 발언도 공개돼 논란이 됐다.

④ 통합당 공천 파동

통합당은 김형오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공천 작업 초반 중진의원들과 영남권 현역 의원 물갈이를 이끌며 혁신 공천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후 김 전 위원장과 가까운 인사들을 우세 지역에 공천했다는 ‘사천 논란’에 휩싸였다. 당 지도부와 갈등을 빚던 김 전 위원장은 친여권 전력 논란을 산 김미균 시지온 대표의 강남병 공천 철회를 발표하며 전격 사퇴했다.

이후에도 최고위의 ‘뒤집기 공천’ 등 파열음이 계속됐다. 특히 총선 후보 등록일(3월 26∼27일)을 하루 앞두고 황 대표는 공관위의 민현주 후보 공천 결정을 다시 민경욱 후보로 바꾸는 등 공관위와 정면충돌하는 모습을 보였다.

⑤ 민주당의 조용한 선거 콘셉트

정치권에선 민주당이 보여준 ‘조용한 선거’ 콘셉트도 표심에 주효했다는 평가가 많다. 민주당은 전략 홍보유세 매뉴얼에서 “코로나19의 비상상황 속에 치르는 선거”로 규정하면서 “기존 면대면 유세 방식에서 탈피한 조용한 선거 방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실제로 민주당 후보들은 조용한 선거 기조에 맞춰 로고송을 크게 틀거나 선거운동원이 율동하는 것을 자제했다.

선거 결과를 놓고 보면 민주당의 현역 의원들의 재공천과 ‘자객 공천’도 효과를 봤다. 15일 오후 11시 기준으로 서울 동작을(개표율 57.7%)은 민주당 영입 인재인 이수진(50.5%) 후보가 나경원(46.9%) 통합당 후보를 앞서고 있다. 민주당은 사법시험 34회 출신인 나 의원과 40회 출신인 이 전 판사의 ‘여성 판사’ 대결로 붙였다.

현일훈·이병준·박현주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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