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추경 통과 기다릴 이유 없어”
전문가 “지급대상 미정, 혼란 부추겨”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회가 추경안을 심의해서 통과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신청을 받을 이유가 없다”며 “국회 심의 이전에라도 지급 대상자들에겐 빨리빨리 신청을 받아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은 정상적 상황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라고 했다. 국무회의에서는 긴급재난지원금 지원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도 의결됐다.
강민석 대변인은 “국회가 추경안을 확정하기만 하면 신속히 긴급재난지원금을 국민에게 지급할 수 있도록, 정부 부처들이 미리 행정 절차를 마쳐 놓으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야당은 강력 반발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은 이날 서울 광진을에서 오세훈 후보 지원유세 후 기자들과 만나 “여권이 급하긴 굉장히 급한 모양”이라며 “선거 이후 지급하려 했던 재난지원금을 선거 전에 지급하라는 얘기에는 선거에 돈을 살포해 표를 얻겠다는 심사가 담겨 있는 듯하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현혹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전날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서울 광진을의 고민정 후보 지원유세에서 “고 후보가 당선되면 문 대통령이 기뻐할 것” “고 후보를 당선시켜 주면 저와 민주당은 100% 국민 모두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드리기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해 통합당이 반발한 터다. 박형준 공동선대위원장은 “재난지원금이 국모 하사금이냐”며 "민주화 이후 이런 불공정 관권선거는 처음”이라고 비판했다. 임윤선 선대위 상근대변인은 “대통령의 기쁨을 위해서는 국민 혈세인 재난지원금도 주머니 속 쌈짓돈 쓰듯 마구 써댈 수 있는 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던 차에 문 대통령의 추가 발언까지 나온 셈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부적절한 지시란 지적이 나온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예산의 집행은 단계마다 국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는 엄중한 것”이라며 “추경이 통과도 되지 않았고 지급 대상도 확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행정적 준비를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총선을 하루 앞두고 오해의 소지를 높일 수 있는 발언이며 실현 가능성이 낮은데 국민 기대감만 높여 놓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도 “정부와 여당이 긴급재난지원금 수령 범위를 특정하지 못하고 있는데 신청부터 받는 것은 오히려 혼란을 부추길 것”이라고 말했다.
윤성민·허정원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