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국회가 추경안을 심의해서 통과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신청을 받을 이유가 없다. 국회 심의 이전에라도 지급 대상자들에게는 빨리빨리 신청을 받아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상적 상황이라면 추경안의 국회 통과 후에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신청을 받는 게 순서지만, 지금은 정상적 상황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라고 했다. 정부에서 제공하는 지원금의 경우 추경안 통과로 예산을 확보한 뒤 신청을 받는 것이 일반적인 절차다. 하지만 코로나19에 대한 효과적인 극복을 위해선 보다 신속한 집행이 필요하다는 보고 최대한 시간을 단축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집무실에서 아세안 3 특별화상정상회의를 갖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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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정부는 건강보험료 기준 소득 하위 70%, 약 1400만 가구에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지원 액수는 4인 이상 가구 기준 100만원이다. 정부는 긴급재난지원금 지원 사업을 포함한 9조 원대의 제2차 추경안을 15일 총선 직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야권에서는 이런 문 대통령의 지시가 총선 하루 전 이뤄졌다는 점에 주목하며 선거를 의식한 의도적인 발언이 아니냐고 반발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이 14일 서울 광진구 신한은행 자양동지점 앞에서 열린 제21대 총선 서울 광진구을 오세훈 미래통합당 후보자 지원유세에서 오세훈 후보자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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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준 미래통합당 공동선대위원장은 이날 오후 ‘민주화 이후 이런 불공정 관권선거는 처음이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냈다. 그는 “선거를 코앞에 두고 재난지원금을 이용해 표심을 사려는 행태로밖에 볼 수 없다”며 “조용하고 신속하게 처리하면 될 일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 나눠줄 테니 줄 서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을 도대체 대통령의 선거 개입이 아니라고 어떻게 말할 수 있단 말인가”라며 비판했다. 이어 “민주화 이후 이렇게 선거에 노골적으로 영향을 주는 행위를 일삼아 불공정한 관권선거 시비를 자초하는 대통령은 처음 봤다”라고 날을 세웠다.
김종인 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도 서울 광진을에서 오세훈 후보 지원 유세를 한 뒤 기자들과 만나 “지금 여권이 급한 모양”이라며 “선거 이후 지급하려고 했던 재난지원금을 선거 전에 급히 지급하라는 이야기는 ‘선거에 돈을 살포해서 표를 얻어보겠다’는 심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나 우리 유권자들은 현혹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통합당의 반발에 청와대 관계자는 “행정 시간 단축을 위해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자들에게 빨리 통보를 하라는 것이지 미리 돈을 준다는 게 아니다”라며 “내일은 총선일로 휴일이니 통보 절차는 선거 이후에야 시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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