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이 시작된 9일 오전 서울 중랑구 중화중학교에서 3학년 학생들이 온라인 개학식을 하고 있다. © News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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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전국 고3, 중3 학생들이 사상 첫 온라인 개학에 나섰다. 고3 50만1000명, 중3 44만7000명 등 약 95만 명이 온라인으로 수업을 하는 사상 초유의 ‘실험’에 나선 것이다. 교육 당국은 “우리 교육이 그동안 못 가본 길로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만든 못 가본 길이다. 이날 하루 전국 각지에서 울고 웃었던 고3, 중3 학생들의 온라인 개학 현장을 살펴봤다.
● 대구 “모이면 선생님이 피자 쏜다”
“지금 교실에는 선생님 밖에 없지만 나는 여러분들과 같이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 대구 상황이 점점 좋아지고 있으니까 꿋꿋이 버텨서 다같이 교실에 모이는 날 선생님이 피자 쏘겠습니다.”
9일 오전 9시 경 대구 달서구 경원고등학교 3층 3학년 5반 교실. 교실 안에는 주인을 기다리는 빈 책걸상 23개가 놓여 있었다. 이 학급 담임 조상철 교사(44)는 교탁 앞에 홀로서서 컴퓨터 화면에 비친 학생의 이름을 차례로 불렀다. 5반 학생을 비롯한 경원고 3학년 14개반 학생 321명의 2020학년도 1학기 첫 조례는 이렇게 시작됐다.
사립인 경원고는 자체운영 시스템에 따라 1월에 새 학기 학급을 편성해 2월 3일부터 사전 수업을 진행했었다. 이후 대구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다음날인 2월 19일부터 학생들의 등교를 중단시켜서 학생들과 교사와의 만남은 장기간 단절됐다. 특히 고3 학생들은 코로나19에 감염되면 대학 입시에 실패할 수 있다는 두려움에 집안에만 머물러야 했다.
학생들은 힘겨운 상황에도 웃었다. 이 학교 최창훈 군이 “정규야, 주현아 안녕. 선생님 너무 보고 싶었잖아요”라고 외치자 화상채팅창은 웃음바다가 됐다.
조 교사는 수업 중 간식을 먹는 정민혁 군에게 “코로나19 끝나고 만날 때 선생님 것도 챙겨와라”며 꾸중 대신 그리운 마음을 표현했다. 조 교사는 “각자 방안이 교실 안이라고 생각하고 8시30분부터 4시10분 까지는 집을 벗어나지 말고 수업에 임하자”며 조례의 마지막 말을 남겼다. 아직 반장을 뽑지 않아 조 교사는 화면에 비친 학생들 가운데 장준호 군에게 경례 구호를 맡겼다. 화면상 가장 얼굴이 밝다는 게 이유였다. 준호 군은 경례구호와 함께 “코로나19 이겨내고 다시 만나자”고 말하며 온라인 개학 첫 날을 마무리 지었다.
● 다문화 학생은 등교
“다들 처음이라 생소하지만 즐겁게 시작해요.”
9일 오전 10시 10분 경기 군포시 금정중 3학년 5반 교실. 지명남 수석교사(56)가 노트북을 통해 화상으로 처음 5반 학생들을 맞았다. 학생 30명은 모두 영상회의 서비스인 ‘줌(Zoom)’으로 진행된 쌍방향 수업으로 출석을 인정받았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지 수석교사가 원격수업예절 등을 공지한 후 10분 정도 수업이 진행됐을까. 학생들의 휴대폰 알림 등 각종 잡음이 여기저기서 나오자 지 수석교사는 “모두 음소거를 하겠습니다. 선생님이 질문을 하면 음소거를 해제하고 응답해 주세요”라고 말했다. 실시간 쌍방향 원격수업은 학생들이 수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선생님이 질문을 지속적으로 하고 학생들이 대답을 하는 형식으로 진행돼 우려했던 것보다 원활하게 진행됐다.
하지만 저작권과 초상권 문제는 고민거리였다. 지 교사는 “EBS를 기본적으로 활용하지만 다른 자료는 저작권 문제 등으로 함부로 사용하기 힘들다”며 “온라인 화면에 올라온 친구들의 사진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시하거나 비방할 목적으로 유포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안내했지만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금정중에는 이날 다문화 학생 1명이 학교로 등교했다. 태국에서 온 박준오 군(16)은 이날 3층의 한 교실에서 이나희 금정중 사회복지사와 함께 ‘나팔’, ‘라면’ 등 한글 공부를 하고 있었다. 이나희 복지사는 “준오가 아직 한국말이 서툴러 한글공부 등을 따로 1:1로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 ‘교복 입은 온라인 개학’도
전남 해남 송지중 3학년 29명은 9일 온라인 수업 첫날을 맞아 모두 교복을 입고 수업을 받아 눈길을 끌었다. 학생들은 온라인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세수와 양치질, 방 청소까지 마치고 교복을 입었다.
백미득 송지중 교감(55)은 “온라인 수업으로 긴장감이 떨어질 수 있다고 판단해 7일부터 학생들과 교복 착용을 논의했다. 교사와 학생 모두 동의해 학교 수업처럼 교복을 입고 온라인 수업을 진행했다”고 했다.
1·2교시는 온라인 수업 저작권교육 및 인터넷 성교육 등을 진행했다. 3~7교시는 영어, 수학, 국어 등 교과목 수업으로 구성됐다. 온라인 개학에 앞서 29명 중 5명은 스마트폰이 불편하다며 태블릿PC를 학교에서 빌려갔다. 특수학급 학생 1명은 교사가 가정을 방문해 온라인 수업 시스템을 설치했다.
김희영 송지중 교장(61)은 “교사 13명이 6일부터 매일 밤 10시까지 온라인 수업을 위한 학습자료를 준비해 원활하게 수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제주에서도 온라인 개학
제주에서는 온라인 개학이 순조롭게 진행됐다. 사전 조사를 통해 기기가 없는 학생들에게는 제주도교육청이 태블릿PC를 빌려줬다. 일선 학교들은 실시간 쌍방향 수업, 콘텐츠 활용, 과제수행 등 3가지 방식을 혼합해서 수업을 진행했다.
서귀포시 대정고는 실시간 쌍방향으로 온라인 조회를 진행했다. 원격교육 플랫폼인 ‘구글미트(클래스 룸)’를 사용했고, 끊김 현상은 발생하지 않았다. 조회 이후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구글미트 사용법 등에 대한 쌍방향 수업이 이뤄졌다. 이후 다른 과목은 유튜브 라이브 방송, 사전 제작된 강의 영상 등으로 진행했다.
정유훈 3학년 부장교사는 “사전에 학생들이 보유한 기기를 조사하고 교사들끼리 시연을 하면서 온라인 수업을 준비했다. 실시간 쌍방향 수업만으로 진행하기 보다는 과목 특성이나 상황에 맞게 과제수행, 콘텐츠 활용 등을 혼합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제주 시내의 한 고3 학생은 “개학 첫날인 오늘은 구글 클래스룸을 활용해 수업이 어떻게 진행될지 오리엔테이션을 하고, 수업은 원격수업에 과제수행 위주로 했다. 개인적으로는 편한 느낌이었다”면서 “실시간이 아니라서 아무 시간대나 할 수 있어서 좋은 대신 모르는 걸 실시간으로 못 물어봐서 아쉬웠다”고 말했다.
대구=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군포=이경진 기자 lkj@donga.com
해남=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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