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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슈 초중고 개학·등교 이모저모

초유의 온라인 개학날···"접속 안돼요""안들려요""얼굴 보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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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고3·중3 학교들 코로나19 사태 속 온라인 개학

광주에서는 선생님이 학부모에게 전화로 수업듣나 물어

대구에서는 "목소리 안 들려요" "비디오 안 돼요" 안간힘



코로나19 속 온라인 개학 맞은 학교현장



"OO이 어머님이시죠. 담임선생님인데 아이가 접속이 안 돼 있어요." 9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온라인 개학이 이뤄진 광주광역시 서구 상일여고 교무실에서 3학년 담임선생님이 학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수업을 듣고 있는지 물었다. 한 학생이 온라인 시스템을 통해 출석은 했지만, 온라인 수업 진행방식을 알려주는 오리엔테이션 과정과 수업에는 접속하지 않아 선생님이 부모님에게 확인 전화를 걸었다.

조회는 '카카오톡'을 사용했다. 학급마다 단체 대화방을 만들고 실시간 투표를 진행한 뒤 투표한 학생은 조회에 참석한 것으로 인정되는 형태였다. 전교생이 체육관이나 운동장에 모여 진행되던 개학식도 온라인 영상 시청으로 대체됐다.

중앙일보

사상 첫 온라인 개학이 시작된 9일 오전 광주광역시 서구 상일여고에서 교사가 온라인 수업 방식을 설명하고 있다. 광주-프리랜서 장정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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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가 4명인데 컴퓨터를 4대 사야 하나요?"



온라인 개학이 시작되기 전 한 학부모가 상일여고에 전화를 걸어 "우리 집에 학생이 4명인데 전부 온라인 강의를 들으려면 컴퓨터 4대를 사야 하나요"라고 물어왔다. 상일여고를 포함한 광주지역 중고등학교 온라인 강의는 사전에 녹화된 수업자료를 듣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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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온라인 개학이 시작된 9일 오전 광주광역시 서구 상일여고에서 교사가 온라인 수업방식을 설명하고 있다. 광주-프리랜서 장정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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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일여고 선생님들은 지난 3주 동안 사전 제작한 일주일 분량 수업자료를 'EBS 온라인 클래스'에 올렸다. 만약 통신장애가 발생해 출석을 못 했을 때 출결 처리와 다자녀 가정이 동시에 접속하기 어려운 점을 고민해 내린 결정이다.

이경수 상일여고 연구연수부장은 "20분짜리 강의를 만들 때 2~3시간은 걸린다"며 "앞서 제작한 강의를 재활용도 못 하기 때문에 선생님들은 몇 주째 비상이 걸렸다"고 말했다.



"지금 이 수업 들으면 되나요? 다음 수업은 뭐에요?"



선생님들은 휴대전화를 붙잡고 빗발치는 학생들의 문의에 답해주기 바빴다. 광주 상일여고 3학년은 다양한 수업을 골라 들을 수 있는 '고교학점제'가 시행돼 26개 과목이 편성돼 있다. 학생마다 들어야 하는 수업이 달라 시간별로 어떤 과목을 들어야 하는지 물어왔다. 시스템에 접속이 안 된다고 묻는 학생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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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온라인 개학이 시작된 9일 오전 광주광역시 서구 상일여고에서 교사가 온라인 수업방식을 설명하고 있다. 광주-프리랜서 장정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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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목이 다양하기 때문에 1교시는 영어, 2교시는 수학처럼 시간대를 지정해 온라인 강의를 듣게 하진 않는다. 대신 실제 출석했을 때처럼 강의를 듣도록 권고하고 있다.

학생들의 질문도 온라인으로 받는다. 카카오톡을 통해 직접 물어오는 것에 답해주거나 온라인 시스템에 만들어진 '질문·답변' 창을 통해 해결한다. 윤민섭 상일여고 3학년 부장은 "학생들과 직접 대면해 수업하지 않아 아무래도 어색한 점은 있다"며 "우리 학교는 학생들이 익숙하게 느끼게끔 교실은 텅 비었지만, 평소처럼 칠판 앞에서 수업하거나, 온라인이라는 특수성을 이용해 문제집을 보여주면서 손으로 풀이하는 방식, 태블릿으로 녹화해 보여주는 다양한 방법을 연구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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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온라인 개학이 시작된 9일 오전 광주광역시 서구 상일여고 선생님들이 각자 사용하는 온라인 수업 도구를 보여주고 있다. 광주-프리랜서 장정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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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실제로 수업을 들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과제도 공유됐다. 온라인 강의가 끝난 뒤 학생들이 학교에 등교할 때 제출해야 하고 중간고사도 과제에서 제출된다.



모니터 너머로 인사하는 실시간 수업도



"두 명이 없는데 누가 안 왔지?" (교사) "선생님 목소리가 안 들려요." (학생) "정이는 비디오가 안 되니? 얼굴 보여줘." (교사) 9일 오전 10시 대구 중구의 경북여자고등학교 3학년 5반 교실. 방현주 3학년 한국지리 교사가 노트북 앞에 앉아 학생들의 출석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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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경북여자고등학교에서 8일 방현주 교사가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교사가 노트북에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이 보이자 손 인사를 하고 있다. 대구-백경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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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의 노트북 화면에는 수업을 듣기 위해 접속한 학생들의 모습이 보였다. 이날 학생 26명이 화상 수업 프로그램에 접속하고 각자 비디오와 오디오 상태를 확인했다. 수업 준비에만 10분이 넘게 걸렸다. 학생들은 "소리가 안 들려요", "말이 안 돼요"라는 등 아우성이었다. 교사는 "2명이 안 왔다"며 카카오톡을 통해 수업 프로그램에 참석하지 않은 친구들이 무엇을 하는지 일일이 묻기도 했다.

이날 수업은 교사가 pdf 형식의 파일로 수업 교재를 제공하면, 학생들이 파일을 열어서 교사와 소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각 교육청에서 진행하는 온라인 수업 방식 중에서도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쌍방향' 수업이다.



사상 초유 교실 밖 수업에 선생님·학생 안간힘



교사가 학생들이 보는 자신의 영상에 한국 지도를 올린 뒤 아이들에게 "특별자치시가 어디 있느냐"고 물으면 학생들은 말로 대답했다. 교사는 수업 중 과제를 냈고, 학생들은 이날 오후 11시까지 과제를 수행해 학교 홈페이지에 올려야 한다.

이날 수업을 진행한 방 교사는 "학생의 얼굴을 직접 보긴 하지만, 학생이 교사를 보는지 컴퓨터로 다른 화면을 보는지는 알 수가 없다"며 "또 학생이 멍한 표정으로 있으면 이해가 안 돼서 그런지, 졸리는지를 파악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방 교사는 "앞서 했던 수업에서는 학생이 제 목소리가 안 들린다고 했는데, 그 친구는 한 시간 동안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못 들었다"고 덧붙였다.

학생들은 이날 쌍방향 수업을 위해 마이크를 개인적으로 준비했다. 각자 컴퓨터나 태블릿 PC 등으로 수업을 들었다. 장비가 없는 학생들은 온라인 개학에 앞서 학교에서 필요 물품을 지원했다. 남영목 교장은 "온라인 개학 첫날 걱정이 많았는데, 교사들이 준비를 잘 해줘서 고맙다"며 "온라인 수업이지만, 학생들이 최선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교사 모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대구=진창일·백경서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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