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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코로나에 꺾인 샌더스의 꿈···이젠 트럼프·바이든 전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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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더스, 민주 경선 결국 ‘중도 하차’

초기 경선 승리했지만 슈퍼 화요일에 꺾여

코로나 19로 유세 취소, 역전 기회도 없어

민주적 사회주의자, 경제·정치개혁 외치자

민주당, 본선 경쟁력 있는 바이든에 표

중앙일보

버니 샌더스 미 상원의원이 8일(현지시간) 민주당 대선 경선 캠페인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오는 11월 3일 미국 대선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맞붙는다. 사진은 3월 11일 버몬트주에서 기자회견하는 모습.[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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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북유럽식 복지국가로 바꿔보겠다며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대선 경선 주자 버니 샌더스가 꿈을 접었다. 샌더스 상원의원은 8일(현지시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선거 운동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2016년에 이어 두 번째 대선 캠페인이 막을 내렸다.

유일하게 남은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됐다. 11월 3일 열리는 미국 대통령 선거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전 부통령의 대결로 치러진다.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 대선 후보를 선출한 뒤 시작할 예정이던 본선 레이스가 4개월여 앞당겨진 셈이다.

샌더스 의원은 후보 중도 사퇴 이유로 민주당 대선 후보로 뽑히는 게 사실상 어려워진 점을 꼽았다. 샌더스는 이날 버몬트주 집에서 생중계한 영상을 통해 “지금까지 확보한 대의원 수가 바이든 부통령보다 300명 뒤지는 상황에서 승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여러분도 잘 알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국의 많은 젊은이와 노동자 계층의 지지를 받았지만, 대선 후보 지명을 위한 이 전투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결론지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결심에 영향을 줬다고도 했다. 샌더스는 “지금 같은 중요한 시기에 국민을 보호할 능력과 리더십이 없는 대통령이 위기를 악화시키는 것을 보면서 나는 양심적으로 이길 수 없는 선거운동을 계속해 나갈 수 없다”고 밝혔다. 바이든과 손잡고 트럼프 재선 저지에 주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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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니 샌더스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8일(현지시간) 버몬트주 자택에서 생중계 영상을 통해 선거 운동 중단을 발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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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더스는 경선 초반 선두를 달려 2016년의 '아웃사이더' 돌풍을 재연할지 주목받았다. 지난 2월 민주당 경선이 처음 열린 3개 주인 아이오와, 뉴햄프셔, 네바다주 경선에서 1, 2위를 휩쓸었다. 하지만 2월 29일 열린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이 처음으로 1위에 오르면서 샌더스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14개 주 경선이 동시에 치러진 3월 3일 슈퍼화요일에 10개 주를 바이든에게 내주며 상승세가 완전히 꺾였다.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 등 중도 성향 경선 주자들이 차례로 후보에서 사퇴하면서 바이든 지지를 표명했다. 이를 신호로 중도 온건파가 바이든을 중심으로 결집했다.

이후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은 사퇴하면서 바이든 지지를 표명했지만, 같은 진보 성향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사퇴하면서 샌더스 지지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샌더스는 더욱 고립됐다. 샌더스가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될 경우 본선에서 트럼프를 꺾지 못할 수 있다는 민주당원들의 두려움이 바이든에게 표를 몰아줬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가 미 전역으로 퍼지면서 미국인의 90% 이상이 자택 대기 명령 신세가 됐다. 대중이 모이는 것이 금지되면서 선거 운동과 주별 경선도 중단됐다. 유권자를 직접 만날 기회가 사라지면서 역전의 계기도 마련되지 않았다.

샌더스는 자칭 “민주적 사회주의자”다. 스웨덴 같은 북유럽 국가의 사회 민주주의를 미국에 도입하고자 했다. 그는 2015년 11월 조지타운대 연설에서 부자가 아닌 모두를 위한 경제, 부패한 정치시스템 개혁, 보건의료와 교육에 대한 보편적 권리 등을 ‘민주적 사회주의’의 가치라고 소개했다.

전 국민 의료보험인 ‘메디케어 포 올’과 대학생 학자금 탕감 및 대학 무상 교육이 대표적인 정책이다. 강성 진보 정책 덕분에 올해 79세(만 78세)로 가장 나이 많은 대선 후보인 샌더스는 가장 젊은 유권자층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샌더스는 민주적 사회주의는 마르크스주의가 아니며, 자본주의를 폐지하자는 것도 아니라고 강조했지만, 그가 탐욕의 상징이자 개혁의 대상으로 지목한 월가 투자자와 기업인들은 샌더스의 부상을 불안한 눈빛으로 바라봐 왔다.

이날 샌더스가 선거 운동 중단을 발표하자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3.44% 오른 2만3433.57로 거래를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지수는 전날보다 3.41% 오른 2749.98로 장을 마감했다.

샌더스는 이날 바이든에게 전화를 걸어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선거운동은 중단하면서도 남은 경선 주에서 투표용지에 이름을 계속 올려 대의원 확보는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샌더스 진영에서 추구해 온 아젠다를 민주당 정책에 반영하도록 압박을 유지하기 위한 계산이다. 샌더스는 무소속이지만 대선 후보 경선은 민주당 경선에 참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로 “대의원을 포기하지 않고 추가로 확보하려고 하다니, 이게 다 무슨 소린가”라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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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1월 3일 열리는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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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전 부통령 맞대결에서 누가 승리할지 현재로썬 예측하기 어렵다. 여론조사 결과는 엎치락뒤치락한다. 코로나19가 미국에 얼마만큼 타격을 주느냐가 최대 변수다.

트럼프 행정부의 늦은 초기 대응과 의료물자 부족으로 미국이 세계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가장 많은 나라가 됐지만, 트럼프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취임 이후 최고로 높다. ‘가능한 집에 머물라’는 명령에 따라 바이든 전 부통령이 집에 머무는 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거의 매일 백악관에서 코로나19 브리핑을 직접 하면서 선거 운동을 하고 있는 셈이다.

앞으로 관전 포인트는 스윙 스테이트(경합주)의 향배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한 미시간ㆍ펜실베이니아ㆍ위스콘신ㆍ플로리다ㆍ애리조나ㆍ노스캐롤라이나 가운데 일부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 지지율이 더 높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온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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