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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종교계 이모저모

"성당은 직영점, 절은 프랜차이즈, 교회는 자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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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도 왜 일부 교회는 현장 예배 고집할까?

'예수'와 '그리스도' 싸우는 개신교단 난립도 원인

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서울시의 집회 금지 명령에도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신도들이 5일 현장 예배를 강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전국 곳곳의 교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하자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에 집중됐던 비난의 화살이 개신교 기성 교단으로도 옮겨가는 듯한 모양새다.

정부가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를 19일까지 연장했는데도 일부 교회가 현장 예배를 계속해 주민들 눈총을 사는가 하면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이 담임목사로 있는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는 서울시의 집회 금지 명령을 아예 보란듯 2주째 어기며 일요 예배를 강행해 단속 공무원들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불교와 천주교가 정부 방침에 따라 법회와 미사를 중단한 것과 달리 개신교 일부가 예배를 고집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흔히 신도들의 헌금이 아쉽기 때문이라고도 하지만 불교나 천주교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가장 큰 차이는 교단 수장의 권한과 조직 운영 방식에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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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2017년 1월 24일 서울 성동구 한국기독교루터회 옥수동교회에서 열린 '한국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회'에서 오스발도 파딜랴 주한 교황대사, 조성암 한국정교회 대주교, 김영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등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불교·천주교·개신교의 조직 운영방식 차이

천주교는 교황을 정점으로 한 피라미드 조직이다. 교황은 주교들의 임면권을 갖고 있고 신부들은 주교에게 순명(順命)을 맹세한다. 교구장의 방침을 모든 성당이 일제히 따를 수밖에 없다.

불교의 장자 종단인 조계종은 총무원이 전국 소속 사찰을 관할하지만 교구와 개별 사찰의 독립성은 천주교보다 강하다. 전통사찰이 아닌 경우에는 총무원장이나 교구본사 주지의 영향력이 미치기 어렵다. 태고종은 개인 사찰의 연합체 성격을 띠는 반면 천태종은 천주교처럼 중앙집권체제를 택한다.

개신교는 불교로 따지면 태고종과 유사하다. 거의 모든 교회가 교단에 소속되고 중앙 조직인 총회와 지방 조직인 노회(감리교는 연회) 등을 두나 총회나 노회가 교회에 간섭하기 어렵고 교단 가입과 탈퇴가 비교적 자유롭다.

더욱이 전국 교단이 수백 개를 헤아릴 만큼 많다 보니 모든 교단이 통일된 운동방침이나 공동보조를 맞추기도 쉽지 않다. 교단 연합체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한국교회연합(한교연), 한기총 등으로 갈려 있다.

한국의 3대 종교 시설을 기업이나 상점에 비교하면 천주교 성당은 다국적 대기업의 직영점이고, 불교 절은 프랜차이즈 기업 매장이며, 개신교 교회는 상인조합이나 시장 번영회에 속한 자영업 매장에 가깝다. 자영업 규모를 뛰어넘어 국내외에 지교회를 둔 중견기업급 교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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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부활절 연합예배
2019년 4월 21일 서울 송파구 잠실체육관에서 개신교 주요 교단 신도가 모여 부활절 연합예배를 올리고 있다. 올해 부활절(4월 12일) 연합예배는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주관으로 서울 종로구 새문안교회에서 약식으로 치르고 교계 TV로 생중계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만인사제론·개교회주의가 개신교단 분열 낳아

종교에 분파가 생기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불교도 수많은 종파를 낳았고 현재 한국불교종단협의회 회원 종단만 해도 29개에 이른다.

기독교(그리스도교)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개신교는 16세기 종교개혁으로 탄생했기에 처음부터 루터파, 칼뱅파, 츠빙글리파 등으로 나눠 출발했다. 모든 신자는 사제의 중재 없이 그리스도를 통해 하나님께 직접 나아갈 수 있다는 만인사제론(萬人司祭論)과 교회마다 독자성을 지니는 개교회주의 전통도 분열을 부추겼다.

루터교는 독일을 중심으로 북유럽에 많이 전파됐고 칼뱅 신학을 토대로 성립한 장로교는 영국을 거쳐 미국·캐나다·호주 등지로 건너가 교세를 넓혔다. 성공회는 영국 왕이 주도한 개신교이며 침례교는 17세기 영국에서 시작됐다. 침례교는 천주교나 대부분 개신교회에서 보편화한 머리에 물을 붓는 세례(洗禮)가 아니라 동방교회 전통인 온몸을 물에 담그는 침례(浸禮) 의식을 행하는 점이 특징이다. 유아 세례를 인정하지 않고 자각적인 신앙 고백에 따라 입교할 수 있다.

감리교는 18세기 존 웨슬리의 개혁으로 탄생했다. 감리교는 인간의 자유 의지와 사회봉사를 중시해 대체로 장로교보다 진보적 성향을 띤다고 평가된다. 미국 감리교에서 파생한 성결교와 오순절교회는 성경이 하나님 뜻에 따라 저술돼 오류가 없다는 뜻의 축자영감설(逐字靈感說)을 믿고 있어 근본주의적 신앙관을 지닌다. 구세군은 영국 감리교 선교단체로 시작했다가 분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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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우드와 아펜젤러
1885년 한국에 들어와 장로교와 감리교를 각각 전파한 호러스 그랜트 언더우드(왼쪽)와 헨리 거하드 아펜젤러 선교사.




◇ 한국 개신교 분열의 역사는 장로교 분열의 역사

개신교 각 종파는 개항과 함께 한국에 상륙했다. 서양 선교사들은 때로는 협력하고 때로는 경쟁하며 복음을 전파했다. 초기에 미국 남장로교(전라도·충청도)와 북장로교(평안도·황해도·경상북도), 호주장로교(경상남도), 캐나다선교회(함경도) 등이 지역을 나눠 전도 활동을 벌인 것도 훗날 분열에 영향을 미쳤다. 교세가 가장 큰 장로교가 분열도 많았다. 한국 개신교 분열의 역사는 장로교 분열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07년 예수교장로회대한로회에 이어 1912년 조선예수교장로회가 결성된 이래 처음 분열의 씨앗을 뿌린 것은 일제였다. 1930년대 들어 일본 천황을 신격화해 숭배하게 하는 신사참배(神社參拜)를 강요하자 감리교는 1936년, 장로교는 1938년에 각각 굴복했다. 일부는 신앙의 절개를 지키다가 투옥됐고 순교자도 나왔다.

1945년 광복을 맞아 석방된 이른바 장로교 출옥성도(出獄聖徒)들은 순수한 개혁주의 보수신학교를 세우기로 하고 이듬해 경남 진해에 고려신학교를 개교했다. 이들이 신사참배 요구에 순응한 신도들에게 참회를 요구하자 장로교 주류는 오히려 출옥자들을 공산주의자로 몰아 공격했다. 결국 결별을 선언하고 1952년 경남노회를 중심으로 창립한 교단이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고신총회다. 고려신학교는 부산으로 캠퍼스를 옮기고 고신대로 개명했다.

장로교 두 번째 분열은 1953년 불거졌으나 1940년부터 쌓인 진보·보수 갈등의 산물이었다. 함경도 출신의 김재준 목사는 1940년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조선신학교를 세우고 성서의 자유로운 해석을 추구했다. 이에 대해 박형룡 목사는 자유주의 신학이 성경의 권위를 파괴한다며 비판하는 한편 같은 평안도 출신 목사들과 함께 1901년 문을 연 평양 조선예수교장로회신학교의 후신 장로회신학교(현 장신대)를 1948년 서울 남산에 설립했다.

두 진영은 날카롭게 대립하다가 조선신학교 측이 1952년 한국신학대(현 한신대)를 세운 데 이어 이듬해 갈라져 나와 자신들이 한국 장로교 법통의 총회라고 선언했다. 1954년에는 대한기독교장로회(기장)로 명명했다가 1961년 한국기독교장로회로 개명했다. 기장과 예장은 신학과 교리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각각 진보·보수로 나뉘어 대조적인 행보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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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예수교장로회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총회 마크와 로고. 위는 통합, 아래가 합동인데 교단 명칭은 똑같다.




◇ 용공 시비로 예장 통합·합동 갈라서

세 번째 분열은 이념 논쟁이 빚어냈다. 교회 일치(Ecumenical)운동을 대표하는 세계교회협의회(WCC)에는 동유럽의 정교회도 소속돼 있는데, 여기에 가입할 것인지를 두고 갈라선 것이다. 일치운동은 교회의 사명이라며 가입에 찬성한 세력은 통합, WCC가 용공집단이라며 가입에 반대한 세력은 합동이란 이름으로 딴 살림을 차렸다.

이번에도 박형룡 목사는 합동 측을 대표하며 분열을 주도했다. 합동은 1967년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신학교(현 총신대)를 설립했다. 두 교단은 상징 마크는 다르지만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란 이름은 똑같이 쓰고 있어 일반인은 물론 신도도 구분하기 쉽지 않다.

WCC 가입 논쟁은 다른 교단에도 파장을 미쳐 1960년대 초 감리교는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와 예수교대한감리회(예감), 성결교는 기독교대한성결교회(기성)와 예수교대한성결교회(예성)로 나뉘었다.

이때의 분열을 두고 '칼'(Ecumenical)과 '칼'(Evangelical·복음주의)의 대립이라고도 하고, '기독'과 '예수'가 싸운다는 비아냥거림도 나왔다. 기독(基督)이 '그리스도(메시아)'를 한자로 음역(音譯)한 말이고, 기독교는 예수를 메시아로 믿는 신앙인데, 기독과 예수가 어떻게 싸울 수 있겠는가. 찢긴 교단이 통합, 합동, 연합 등의 이름을 쓰는 것도 역설적이다.

WCC 가입 문제는 보수 교단들의 KNCC 탈퇴를 불러와 1989년 한기총 탄생으로 이어졌다. 개신교 연합단체가 양분하다 보니 종교 지도자들의 모임도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와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종지협)로 나뉘어 개신교 대표만 다르고 나머지 불교·천주교·유교·천도교·원불교·민족종교 대표는 똑같은 인물이 참여하는 희극을 연출했다. 한기총은 2012년부터 예장 통합과 합동 등 주요 교단이 잇따라 탈퇴함으로써 보수 개신교 연합단체의 대표 자격을 사실상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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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민중앙교회
3월 27일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서울시 구로구청으로부터 폐쇄 명령을 받은 만민중앙교회. 이재록 목사가 이끄는 이 교회는 1991년 예수교대한성결교회로부터 이단 판정을 받자 예수교대한연합성결교회란 교단을 만들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이권 다툼이나 이단 시비로 분열 가속화

그래도 3차 분열 때까지는 신학 논쟁과 이념 대립의 성격이 짙었다. 그러나 이후의 분열은 교단 권력이나 재산권 다툼과 관련이 깊다. 이단으로 지목돼 새로운 교단을 차리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예장에는 호헌, 대신, 개혁, 합신, 백석, 합동정통, 합동보수, 합동개혁, 고려, 법통, 동신, 총합, 개혁정통, 피어선 등 비슷한 이름의 교단이 많다. 상대적으로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기장이나 예장 통합에 비해 근본주의적 경향이 짙은 예장 합동에서 분열이 훨씬 활발했다.

장로교보다는 덜하지만 감리교, 성결교, 침례교도 분열을 거듭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속한 오순절교회 계통의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기하성)도 여러 개로 쪼개졌다. 그동안 교단마다 통합이나 연대 움직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다른 나라에서도 교단 분열의 역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미국 남장로회와 북장로회의 전통과 교리 해석 차이는 예장 통합과 합동의 분열에도 영향을 미쳤다. 저항과 개혁이라는 개신교의 특성상 분열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일지도 모른다.

분열이 나쁜 것만도 아니다. 신학과 신앙을 풍부하게 하고 경쟁을 통한 발전을 꾀할 수 있다. 그러나 목사의 권력욕, 명예욕, 물욕 등이 오늘날 한국 교회 분열의 주원인으로 꼽히는 것을 떠올리면 바람직하다고 보기 어렵다.

교단의 분열상은 이단이나 사이비 종교에 대한 대처도 어렵게 만든다. 예컨대 만민중앙교회의 이재록 목사는 1991년 예수교대한성결교회(예성)로부터 제명 처분되자 예수교대한연합성결교회(예성 연합)란 교단을 차렸다. 유병언이 이끌던 구원파, 정명석의 JMS는 각각 기독교복음침례회와 기독교복음선교회가 정식 명칭이다.

교회나 교단 이름만 봐서는 개신교 신도도 쉽게 분간할 수 없고, 설혹 기성 교단으로부터 이단 판정을 받는다고 해도 비슷한 이름의 새 교단을 차리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연합체마저도 사분오열돼 있으니 이단 판정을 할 기관도 없는 셈이다.

개신교가 하루아침에 분열상을 극복하고 몇 개의 교단으로 통합을 이루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연합체 대표든 교단 총회장이든 방역 대책에 협조하라고 지시할 권한도 없다.

그러나 전 세계 인류가 코로나19의 공포에 휩싸인 이때 교회가 이웃 사랑과 생명 존중을 실천하지 않는다면 "기성 교회가 신천지와 다를 바가 무엇인가"란 지탄을 받을 수도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hee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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