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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긴급재난지원금

코로나 재난지원금 여전히 오리무중… '누가 받나' 혼란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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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가구별 건강보험료 본인부담금이 4인 가구 기준 24만2715원(직장·지역가입자 혼합 기준) 이하일 경우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 포함된다고 3일 밝혔지만, 실제 누가 지급받을 수 있을 지를 둘러싼 혼란은 깔끔하게 해소되지 않았다.

특히 정부가 고액자산가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해놓고,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지 않은 것이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월소득은 발생하지 않지만 고가 주택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상대적으로 많은 건보료를 내는 고령층이 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할 것으로 관측된다.

전문가들은 ‘전 국민의 70%를 지원하겠다’는 긴급재난지원금 목표가 ‘헛공약’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제시한 조건을 모두 적용하면 실제로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이 70%에 미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총선을 앞두고 현실적으로 실행하기 어려운 ‘전국민 70% 지원’이라는 목표를 세우는 바람에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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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윤종인 행정안전부 차관이 긴급재난지원금 지급기준에 대해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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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 가구 건보료 24만2715원이면 소득 하위 70%가 맞나

정부는 최대 100만원(4인 가구 기준)인 코로나 긴급재난지원금 지원대상을 건보료 본인부담금의 가구당 합산액에 따라 결정하기로 했다. 가구원이 납부하는 건보료 부담금 합산액이 15만1927원(1인)에서 60만65원(10인) 이하인 가구만 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전문가들은 건보료 부담금 기준을 소득 하위 70%를 가려내는 기준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에 의구심을 나타낸다. 이 기준은 중위소득(소득 하위 50%)에 해당되는 계층의 건강보험 본인 부담금 150% 수준에서 정해졌는데, 이 구간이 소득 하위 70% 경계선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중위소득 150%가 소득하위 70%와 분포가 비슷하다고 보고 이같은 기준을 세웠지만, 전문가들은 가구 간 소득 격차에 따라 분포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고 지적한다. 중위소득 50~150%의 비중은 2015년(매년 3분기 기준)에 69.5%까지 올라갔지만, 2016년부터는 4년 연속 하락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59.9%로 60%선 아래로 내려갔다. 이 때문에 정부가 이번에 제시한 건보료 기준 이하에 속하는 범위가 소득 하위 70%보다 적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과연 발표된 건보료 기준이 소득 하위 70%를 가려낼 수 있는 금액인지 의문이 든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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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이 내는 건강보험료가 이 금액 이하여야 재난지원금 대상이 된다./행정안전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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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부세 납부자 제외될 듯… 고령층·사업소득자 탈락 속출

정부가 제시한 기준으로는 맞벌이 및 3인 이하 도시 중산층 가구 상당수가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고가 주택 등을 보유하고 있는 고액자산가를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기로 한 것도 논란거리다. 양성일 보건복지부 사회복지정책실장은 "고액자산가를 선정대상에서 제외하는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재산 관련) 공적 자료를 입수해야한다"고 말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내부적으로 종합부동산세 납부 대상인 공시지가 9억원 이상(2주택 이상 보유자는 6억원 이상) 주택 보유자를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내부 방침을 세웠지만,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둔 상황이기 때문에 발표를 미루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종부세 납부자를 지원대상에서 배제할 경우 월 소득이 없지만 서울 강남 등에 주택을 보유한 고령층이 지원 대상에서 빠지게 된다. 고가 주택을 보유했다면 건보료 부담을 낮추기 위해 직장가입자인 자녀의 부양가족으로 건강보험에 가입된 경우도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된다.

또 자영업자 중에서도 소득 1, 2분위(소득 상위 40% 이내)에 속하는 사업자는 코로나 타격을 받았음에도 지원을 못 받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이들이 소득 감소를 스스로 증빙하면 지원받을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와 추가 협의를 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선거를 앞두고 급조된 ‘전국민 70% 지원’이라는 목표가 상대적 박탈감만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의 기준 발표 후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내가 소득 상위 30%에 해당되는 지 몰랐다’라면서 실망감을 나타내는 반응이 나온다. 한 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우리나라 복지 전달 체계상 ‘전국민 70%’라는 범위는 구체적인 정책을 집행하고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운 구조인데, 정치권의 욕심을 정부 관료들이 제어를 하지 못해 혼란이 가중될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세종=정원석 기자(lllp@chosunbiz.com);세종=이민아 기자(wow@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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