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2 (금)

이슈 긴급재난지원금

뒤죽박죽 재난지원금 기준… "재산 반영하면 역차별 가능성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복지부, 중산층 지원 제도에 ‘저소득층 선별’ 재산기준 고집
전문가 "소득인정액·재산기준 적용하면 5월 지급 힘들 수도"

소득 하위 70%에 최대 100만원을 주는 ‘긴급재난 지원금’의 지급 기준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 부처 안팎에서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재산과 소득을 합쳐 산정하는 ‘소득인정액’을 기준으로 할지, 단순히 소득을 기준으로 할지를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이르면 3일 지급 기준을 발표하고 5월 중으로 지원금을 주겠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재산을 포함하는 소득인정액을 기준으로 할 경우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입은 피해를 보상한다는 이번 긴급재난지원금의 취지가 무색해진다고 지적했다. 재산 소득을 반영할 경우 코로나19로 소득이 줄어든 계층이 오히려 지원 대상에서 빠지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재난지원금 기준을 만들고 있는 보건복지부가 과거 관성대로만 정책을 세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선비즈

서울 삼청동의 한 가게가 휴업 안내문을 걸었다./조선DB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기존 복지부 지원금 전달 체계 활용하려다 보니 혼란"

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날 아침 윤종인 행정안전부 차관을 팀장으로 하는 관계부처 합동 태스크포스(TF)가 회의를 열고 소득 하위 70%를 가릴 기준을 논의했다. 이날 TF에는 행안부와 기재부, 복지부 관계자가 참석했다.

소득 하위 70% 선정 기준에서 치열하게 논의하는 부분은 재산을 소득 기준에 포함할지 여부다. 기재부와 복지부의 의견이 엇갈리는 지점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재산과 소득을 합해 하위 70% 분들이 받는 것이 사회적 형평에 맞는다"면서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다음날인 31일 구윤철 기재부 2차관은 "시간이 많고 넉넉하면 재산, 금융소득, 자동차 등을 소득에 합산할 수 있지만 이것(긴급재난지원금)은 긴급성 요소가 있다"면서 지원 대상을 가려낼 때 재산은 포함하지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후 논의에서는 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하되, 부동산 지방세(재산세) 과세자료를 적용해 고액 자산가를 ‘컷 오프(cut off·지급 기준에서 배제)’하는 방식 등이 거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급하게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결정하면서 지급 기준에 재산 소득을 포함하는 기존 복지부의 저소득층 지원 체계를 이용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아 혼란이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대상이 적은 저소득층 지원 체계가 광범위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를 고집하다가는 5월에도 지원금 지급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구의 소득인정액을 지원금 대상을 가려낼 기준으로 정하는 것은 저소득층 대상 복지 정책의 방식"이라면서 "긴급재난지원금은 코로나19 때문에 지금 당장 소득이 줄어든 국민을 도와주자는 취지인데, 소득인정액 계산식에 재산을 포함하는 방식은 그냥 평소에 정부가 해왔던 저소득층 지원 방안에 그칠 뿐"이라고 지적했다.

우 교수는 "당장 유동화 할 수 없는 재산까지 포함하는 것은 ‘집 팔아서 버티라’라는 말과 같은데, 이번 지원금의 취지와는 맞지 않는 논리"면서 "복지부가 형평성을 중시하느라 재산 있는 사람에게는 지원하면 안 된다는 관성에 묶여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방식으로는 5월 내 지원금 지급은 어림도 없다"면서 "일단 지급하고 나중에 환수하는 행정 조치를 하겠다는 계획 정도는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타격은 올해 입었는데 기준점은 작년 말이 유력

산정 대상 재산 소득을 반영하기 위해 사용하는 자료들의 작성 시점이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시점과 차이가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 때문에 재산 소득을 포함하는 것이 오히려 타격을 크게 입어 지원이 절실한 계층을 배제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령 작년까지는 수입이 좋았지만, 올해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자영업자나 프리랜서, 특수고용노동자 등이 오히려 긴급재난지원금을 받지 못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산소득을 가장 잘 반영하는 자료는 가계금융복지조사인데, 2018년 자료가 가장 최근 자료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재산환산액을 산정하는 작업을 하면 ‘긴급’ 지원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결국 (대체 자료로)건강보험자료든 국세청 자료든 작년 말 소득 기준이 사용될 것 같은데, 건보 자료를 쓰면 지역가입자는 어느 정도 재산 소득이 환산되지만, 작년까지 수입이 괜찮다가 올해 코로나 19로 직격탄을 맞은 분들이 오히려 배제될 것"이라고 썼다.

궁극적으로는 코로나 피해를 보전하기 위한 재난지원금을 중산층이 포함된 소득 하위 70%까지 넓힌 것 자체가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재부가 만든 기준인 소득 하위 50%(중위소득 이하 계층)에 지원을 집중하기로 했으면, 별도의 지급 기준을 만들 필요도 없었다는 지적이다. 박 교수는 "만약 중위 소득이나 차상위 계층을 대상으로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면 재산환산액 산정이나 불공정성 관련 논란이 없었을 것"이라고도 했다.

세종=이민아 기자(wow@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