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땐 되고, 저럴 땐 안 되는” 가계 대출
당국이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정책자금 대출 조이기에 나섰다. 당장 입주를 앞둔 서민 주택계약자들의 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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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폭증하고 있는 가계대출 증가세를 막기 위해 금융당국이 칼을 빼들면서 시중은행들이 저마다 대출규제를 내놓고 있다. 이에 ‘춘추 전국시대’를 방불케 하는 규제책을 쏟아내고 있다는 의견도 나오다. 은행들은 가산금리 인상에 이어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 관련 정책까지 제한하는 추세다. 하지만 은행별로 대출 정책이 제각각이라 대출이 필요한 수요자들은 혼란을 겪고 있다. 이에 매일경제는 소비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 주요 5개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규제 현황을 사례별로 정리해봤다. 다만 은행별로 규제정책이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신중한 자금 조달 계획을 세우라는 조언을 드린다. 이번 규제정책은 10월 15일자 기준으로 작성됐다.
각각 정책 달라 수요자들 혼란 빠져
가장 관심이 많은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무주택자는 은행 규제 ‘청정 지역’이다. 그냥 대출 한도와 금리만 고민하면 된다.유주택자부터는 셈법이 복잡해진다. 유주택자의 정의부터 생각해봐야 한다. 유주택자는 나와 주민등록지를 같이하는 가구원 중 1명이라도 주택을 보유할 경우 유주택자로 간주된다. 부부나 부모·자식 등 같은 가구원이라면 유주택자다. ‘내 명의’의 주택이 없다고 봐주는 것이 없다. 먼저 1주택자의 경우부터 따져 보자. 1주택자가 2주택자가 되기 위해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지역 주택을 사는 경우 하나·농협 2곳 은행에서만 대출이 가능하고, 국민·신한·우리 등 은행에서는 주담대를 받을 수 없다. 반면 비수도권 지역주택을 추가 구입하려는 경우에는 신한을 제외한 나머지 은행에서 모두 주담대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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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자가 목적이 아니라 집 갈아타기에 나선 1주택자의 사정은 어떨까. 수도권 주택 갈아타기의 경우 애초부터 주담대를 내주는 하나·농협은행은 물론 국민·신한·우리은행도 가능하다. 단, 이들 3곳 은행에는 기존 보유 주택을 매도하는 조건이 걸려 있다. 비수도권 주택 갈아타기의 경우에는 신한은행만 기존 주택 처분 조건이 걸려 있을 뿐 다른 은행들은 자유롭다.
이런 경우는 어떨까. 본인은 무주택자지만 상속을 받아 집이 갑작스레 생기는 경우도 있다. 또 현재 집을 가진 부모님과 함께 살지만, 결혼 후 분가해 나갈 계획이 있는 사람도 있다. 이때는 기존주택을 처분한다는 조건으로 우리은행에서 대출을 받거나, 여타 조건 없이 예외요건 인정만 받으면 국민은행에서 대출이 가능하다. 이 밖에 다른 사연이 있다면 은행 별로 ‘실수요 조사 전담팀’을 운영하고 있으니 억울한 사연을 잘 설명한다면 예외 적용을 받을 수도 있겠다. 다주택자의 경우에는 선택지가 더 적다. 수도권에 위치한 주택에 대해서는 하나은행을 제외한 모든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다. 농협은행에서는 이주비·중도금·잔금 취급 등의 집단대출에 한해서만 다주택자의 수도권 지역에서의 주담대를 허용하고 있고, 이외 은행에서는 대출이 원천봉쇄 돼 있다.
다만 비수도권 지역의 주택을 구매하려는 다주택자라면 하나은행 외에도 우리은행과 농협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이때 대출이 가능하더라도 규제 지역과 비규제 지역별로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은 별도 적용돼 한도를 잘 살펴봐야 한다.
최근 규제가 까다로워진 전세자금대출의 경우 상황이 더 복잡하다. 주요 시중은행이 전세대출을 끼고 주택을 구입하는 갭투자를 방지하기 위해 신규 분양 주택과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집주인이 바뀌는 전세대출)까지 규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특히 1만 2000가구의 입주를 앞둔 서울 둔촌주공아파트 잔금일이 다가오면서 어디서 대출을 받아야 할지 몰라 시장은 혼돈에 빠졌다.
우선 둔촌주공아파트의 재건축 단지인 올림픽파크포레온과 같은 신규 분양 주택의 경우 미등기 상태기 때문에 전세자금대출을 받으려는 차주는 하나은행 혹은 농협은행을 두드려볼 수 있다. 단 농협은행은 대출실행 전일까지 임대인의 분양대금 완납확인 서류를 제출한 경우에 한해서만 대출을 허용해주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국민·신한·우리 조건부 전세대출 불가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모두 소유권을 이전하기 전에 전세자금대출을 받는 것이 불가능하다. 집을 매매한 임대인이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으로 잔금을 치르는 ‘갭투자’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때 국민은행은 이 같은 조치를 10월 말까지 운영하는데, 제도 시행기간을 연장할 경우 사전에 안내할 방침이다.또 신한은행만이 직장이전·자녀교육·질병치료·부모봉양·학교폭력·이혼·분양권 취득 등 실수요자 요건을 충족시킬 경우 예외적으로 전세자금대출을 내준다. 예외가 적용되지 않는 ‘절대 조건’이 또 달려 있다. 본인 또는 배우자의 보유 주택이 투기·투기과열지구에서 3억원을 넘는 경우엔 예외 요건에 부합해도 전세대출을 받을 수 없다. 간단히 말해 서울 강남3구와 용산구에 집을 갖고 있으면 전세대출 안 해준다는 뜻이다.
신규 분양 아파트가 아닌 일반 매매의 경우 하나은행을 제외한 타행들에서는 모두 소유권을 이전하기 전에 전세자금대출을 받을 수 없다. 마찬가지로 국민은행은 10월까지 한시적으로 이 같은 조치를 취하고 있어 11월에 제도가 어떻게 바뀔지 살펴봐야 한다.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은 우리은행의 경우 전세자금대출에 대해서 가장 강한 규제를 하고 있어 주택 소유 여부에 따라 일반 전세자금대출도 받지 못할 수 있다. 수도권 주택에 대한 전세자금대출을 받으려는 차주라면 무주택자만 가능하고 유주택자는 불가능하다. 단 직장이전·자녀교육·질병치료·부모봉양·학교폭력·이혼·분양권 취득 등의 실수요자 요건을 충족했다면 유주택자도 대출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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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담보로 생활비를 대출받는 ‘주담대 생활안정자금’ 한도 제한도 주의해야 할 대목이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1주택자와 다주택자 상관없이 차주당 연 1억원의 한도 제한이 있다. 여기서 또 나오는 예외. 실수요자를 위한 전세반환자금 용도는 한도 제한에서 제외한다.
1주택자도 수도권은 ‘하나·농협銀’만 가능
아직 추가 규제를 내놓지 않은 하나은행은 다주택자에 한해서만 1억원 한도 제한이 있고, 농협은행은 다주택자가 수도권 주택에 한해서 생활안정자금을 받을 때 1억원의 한도 제한을 둔다.
생활안정자금이 필요한 다주택자라면 주택 소유 여부와 관계 없이 물건 별로 1억원의 한도를 두는 국민은행을 선택하면 좋다. 이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허용 범위 내에서 대출이 나오지만, 임차보증금 반환 목적 자금은 제한이 없다.
이외에도 주담대 만기가 KB국민·신한·우리은행 3곳에서 30년으로 제한되면서 대출 한도도 감소했다. 현재 KB국민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카카오뱅크 모두 주택담보대출 만기를 최대 30년으로 축소한 상태다.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은 이전에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판매를 종료해 5대 은행에서 이 같은 장기 주택담보대출은 받기 어렵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소득 대비 1년 상환 금액의 비율을 제한하기 때문에, 만기가 줄어드는 만큼 대출 한도도 적어진다. 타행 대환대출 취급을 중단한 은행도 늘었다. 국민은행, 우리은행, 농협은행은 주담대 대환 취급을, 국민은행은 전세대출 대환 취급을 막았다.
비수도권 신한 제외 대출 가능
대출 받는 방식도 살펴봐야 한다. 대출모집인을 통한 주담대·전세대출 접수가 중단된 곳이 많기 때문이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IBK기업은행은 전국에서 대출모집인을 통한 주담대, 전세대출 등의 상품을 한시적으로 판매하지 않기로 했다. 농협은행은 거래 중인 3개 대출 모집 법인의 대출 취급 한도가 10월분까지 모두 소진됐다.한편 신용대출 한도를 줄인 은행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 국민과 신한은행은 연 소득의 100% 내로 신용대출 한도를 낮추기로 했다. 만약 다른 은행에서 신용대출을 이미 받았다면, 연 소득에서 다른 은행 신용대출을 뺀 금액만큼만 대출이 가능하다. 다만 신한은행은 본인 결혼·가족사망·자녀출산·의료비로 신용대출을 쓸 경우는 연 소득 150%까지 최대 1억원 한도에서 빌려준다. 또 마이너스 통장 한도도 일부 제한했으며 주담대 거치 기간도 폐지했다.
KB국민, 하나은행 등 주요 시중 은행이 가계대출 금리 인상 및 우대금리 축소에 나섰다. <사진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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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주요 시중은행들이 금리 인상 외에도 다양한 방법을 통해 대출을 막고 있지만 하나은행 외에도 지방은행, 상호금융권은 아직 대출길이 열려 있다. 일부 지역신협·새마을금고의 경우 특판까지 판매하고 나섰다. 다만 지방은행들은 늘어난 주담대 수요를 관리하기 위해 금리를 소폭 인상했고, 경남은행의 경우 수도권 지역에 대한 비대면 대출을 중지했기 때문에 각 사별로 규제를 잘 살펴봐야 한다.
또 보험사에서 보험금을 담보로 한 약관대출 외에 주택담보대출도 받을 수 있다. 다만 일반적으로 보험사 주담대 금리는 시중은행 주담대 금리보다 높다. 자금조달 비용이 은행 대비 아무래도 높기 때문이다. 보험사 주담대의 장점은 은행 대비 더 많은 대출한도가 가능하다는 데 있다. 9월부터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규제가 시행되면서 은행 대출은 40% 한도가 적용되는 반면 보험 대출은 상대적으로 느슨한 50% 한도가 적용된다.
보험사 지점이 은행 지점 대비 적다보니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다. 이를 감안해 보험사는 홈페이지나 콜센터를 통해 대출 관련 문의를 받는다. 이후 대출상담사가 고객에 전화해 상품 및 필요 서류·심사 관련 안내를 진행하게 된다. 다만 고객 상담 후 대출 심사에 필요한 서류는 대출심사센터로 방문 접수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화생명 등 일부 회사의 경우 고객이 원할 경우 대출상담사가 고객을 직접 방문해 찾아가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고객이 가장 궁금해하는 대출한도 조회는 비대면이나 상담사를 통한 조회가 가능하다.
매일 정책이 바뀌며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시기지만 이럴 때일수록 꼼꼼히 알아보고 내게 필요한 대출이 무엇인지 살펴본다면 혼란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다. 여러 규제가 존재하지만 은행별로 실수요자를 위한 예외규정이 존재하는 만큼 금융 소비자들의 꼼꼼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박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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