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대전여성단체연합이 대전지방검찰청 앞에서 텔레그램 ‘n번방 ’성 착취 사건을 강력하게 수사하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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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텔레그램 ‘n번방’ 성 착취 사건과 관련해 범죄 의심자의 신상정보를 퍼뜨리는 ‘주홍글씨’도 수사한다. 주홍글씨는 자경단(自警團)을 자처하는 민간 단체다.
31일 현재 주홍글씨가 만든 텔레그램 방에는 n번방 관련 혐의자로 지목된 200여 명의 범죄 정황과 신상정보들이 공개되고 있다. 이름과 나이는 물론이고 주소·주민등록번호·휴대전화번호·직업·사진 등 민감한 정보까지 적시돼 있다. 이 정보들은 1만1200명가량의 대화 참가자들에게 공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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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회원 다음 타깃은 주홍글씨
31일 서울지방경찰청은 “앞으로 주홍글씨 활동에 불법 행위가 있는지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경찰 수사망이 조주빈(25·대화명 박사) 등 주범과 유료 회원들에 이어 주홍글씨로 확대되고 있다. 경찰은 주홍글씨 방과 유사 기능을 하는 방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언뜻 주홍글씨는 정의로워 보일 수 있다. 그들은 “n번방 등 사이버 성범죄자에 대한 검거를 돕기 위해 신상공개를 하고 있다”고 소개한다. 범죄자의 인권은 고려하지 않는다면서다. 피해자에게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준 가해자에게 인권을 운운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판단이다. 만일 주홍글씨에서 삭제되고 싶으면 1만BTC(가상화폐 비트코인·800억원가량)를 내면 된다. 사실상 삭제가 불가능하다.
31일 텔레그램에 올라온 ‘주홍글씨’ 소개 글. 김민중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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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한 사람 범죄자로 몰 위험
그러나 주홍글씨는 수사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특정인을 범죄 혐의자로 지목하는 데 정확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만일 엉뚱한 사람을 범죄자로 지목해 신상정보를 퍼뜨린 것이라면 허위 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에 해당할 수 있다. 행여 주홍글씨가 지목한 사람이 범죄 혐의자로 인정될 경우도 문제는 남는다. 경찰은 “사실에 의한 명예훼손도 처벌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조주빈의 신상정보가 24일 공개됐던 건 경찰의 심의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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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갈·협박 정황에 가짜뉴스 유포도
주홍글씨 방에 피해자의 사진, 범죄 의심자의 가족·친구 등의 사진도 함께 올라왔던 점 역시 문제 될 위험이 있다. 또한 경찰은 주홍글씨가 범죄 의심자를 ‘박제(어떤 사람의 잘못에 대해 캡처 등을 한다는 유행어)’하는 과정에서 협박이나 공갈이 있었는지 의심하고 있다. 조주빈의 실명과 출신 학교를 잘못 알리는 등 ‘가짜 뉴스’ 유포 정황도 있다.
24일 서울지방경찰청 정문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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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성 착취 공범이었나
일각에선 “주홍글씨가 애초에 성 착취 범행을 함께 저지르다 경찰 수사가 들어오자 돌연 자경단의 탈을 쓰고 정의로운 척한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텔레그램 내 ‘주홍글씨의 위선적이고 추악한 민낯을 고발합니다’ 방에는 “과거 주홍글씨는 조주빈과 똑같이 협박 등을 통해 여성을 가지고 논 뒤 모든 정보와 사진을 공개했다”는 폭로가 올라왔다. 이에 대해서도 경찰은 수사하겠다는 방침이다.
주홍글씨는 “문제 될 소지가 다소 발생했던 점은 인정한다”고 밝혔다. 타깃 남성을 대상으로 협박하거나 공갈한 운영진이 있었고 그에 대해선 제명 등 인적 쇄신을 거듭해왔다고 설명했다. 과거 주홍글씨도 성 착취 범행을 저질렀다는 의혹에 대해선 “우리도 처음 알았다”고 반박했다. 명예훼손 여지에 관련해선 범죄자 단죄를 위해 감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주홍글씨 관계자는 “반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텔레그램 3대 악 척결을 목표로 달려왔다”고 말했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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