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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스토킹방지법 국회 20년 방치…박사방 ‘살해 청탁’ 공범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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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교사 7년동안 끔찍한 괴롭힘

강씨 판결문 ‘스토킹’ 언급도 안 돼

15대부터 14개 법안 발의했지만

‘스토킹 규정’ 등 이견 모두 폐기

법무부 입법예고에도 법안 안 내

작년만 583건, ‘경범죄’ 처벌 고작

전문가 “중대범죄로 처벌” 입법 목청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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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성착취 범죄로 구속된 14명의 ‘박사방’ 무리 중 한 명인 강아무개(24)씨가 과거 7년 동안 끔찍한 스토킹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확인되면서 ‘스토킹 처벌법’을 하루빨리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강씨가 협박 등으로 처벌을 받고도 사회에 나와 ‘박사’ 조주빈(24)씨에게 피해여성의 딸을 살해해 달라고 청탁하는 등 다시 범죄에 나선 것은 스토킹 범죄를 다스릴 법이 없어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기 때문이다. 강씨는 2018년 ‘상습 협박’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징역 1년2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현행 법체계에선 스토킹 범죄를 엄벌할 규정을 찾기 어렵다. 2013년 경범죄처벌법에 신설된 ‘지속적 괴롭힘’ 조항이 유일하지만 처벌은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5만원 미만 과태료에 그친다. 강씨의 판결문에서도 ‘스토킹’이란 단어를 찾기 어려운 까닭이다. 스토킹 범죄는 낮은 단계에서 점차 심각한 단계로 발전하는 만큼, 여성계에서는 스토킹 처벌법을 반드시 제정해야 한다고 촉구해왔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은 “사법기관들이 스토킹을 범죄의 준비 단계로 보는 경향이 커서 형량이 낮다”고 짚었다.

스토킹 처벌 관련 법안은 1999년 15대 국회에서 처음 ‘스토킹 처벌에 관한 특례법안’이라는 이름으로 발의된 뒤 20대 국회까지 열네차례 발의됐다. 2018년 5월 법무부도 ‘스토킹 처벌법’ 제정안을 입법예고했지만 아직도 법안을 발의하지 않고 있다. ‘스토킹 행위’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 등을 두고 부처 간 의견 조율이 안 됐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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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는 사이 스토킹 범죄는 해마다 늘고 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스토킹을 경범죄로 처벌하기 시작한 2013년(312건) 이후 스토킹 범죄 건수는 해마다 늘어 지난해에는 6년 만에 1.9배(583건)를 기록했다. 가해자의 보복을 두려워하는 피해자들이 신고하지 못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실제 피해자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여성의전화 상담 통계를 보면, 2017년부터 3년 동안 스토킹 피해 상담 건수는 모두 670건이다.

특히 스토킹 범죄의 특성상 여러 개별 행위를 묶어 처벌할 포괄적인 법 조항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정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강씨 사건은 그나마 협박 등이 인정됐지만 보통 스토킹 범죄는 재판까지 못 가는 경우가 많다. 스토킹은 여러 크고 작은 불법 행위가 모여 사건을 구성하는데, 이 여러 행위를 묶어서 처벌할 법 조항이 없어서다”라고 말했다. 송란희 사무처장도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법안 역시 구체적인 범죄를 나열해서 스토킹을 규정하고 있는데, 좀 더 포괄적인 규정이 들어가야 한다”고 짚었다. 2018년 입법예고됐던 법무부 안은 스토킹을 ‘접근하거나 따라다니거나 진로를 막아서는 행위’‘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해 물건 등을 (피해자의) 주거 근처에 두는 행위’ 등으로 정의하고 있는데 이 조항에 ‘자유로운 생활을 할 수 없게 하는 행위’ 등까지 담아 피해가 인정되는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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