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성 지원, 소비촉진 효과 의문
“소비자보다 기업에 초점 맞춰야”
당장 재정이 감내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소득 하위 70% 가구에 주기로 한 긴급재난지원금에는 9조1000억원의 나랏돈이 들어간다.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는 2조원을 뺀 7조1000억원이 중앙정부 몫이다. 이 돈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는 또다시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미 올해 512조3000억원의 ‘수퍼 예산’을 짰다. 예상치 못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악재가 터지며 11조7000억원의 추경을 편성했고, 대부분의 재원은 적자국채 발행으로 마련했다. 이것만으로도 올해 나랏빚은 815조5000억원으로 불어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1.2%가 된다. 재정 건전성의 마지노선으로 통하는 40%를 처음 넘어선다.
2차 추경의 상당 부분도 적자 국채로 조달해야 할 전망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세출 구조조정으로 부족하면 적자 국채 발행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적자 국채 발행만큼 국가 채무는 더 늘어난다. 재정 건전성이 악화되면 향후 경기 대응 여력이 약해지고 국가신용도까지 나빠질 수 있다. 옥동석 인천대 무역학과 교수는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모든 정부에서 지출 구조조정이 성공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재난지원금이 소비를 끌어올리는 데 얼마나 효과적일지도 의문이다. 무엇보다 코로나19가 진정되지 않으면 소비 진작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소비 진작을 위해선 일회성 지원보다 코로나19 여파로 흔들리는 기업에 대한 지원이 더 시급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영세기업뿐 아니라 대기업도 흔들리는 상황에서 기업이 버티지 못하면 고용 대란 등으로 이어져 코로나19가 진정돼도 소비가 살아나기 어렵다”며 “소비자 중심의 대책보다 기업이 견딜 수 있는 대책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지자체가 재난지원금을 중복 지급할 수 있게 되면서 형평성 논란도 불거졌다. 지자체 재정 상황에 따라 주민이 받는 지원금 격차가 벌어질 수 있어서다. 경기도 포천의 저소득 1인 가구는 군포시의 저소득 시민보다 35만원을 더 받는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자체 자체 판단으로 재난지원금 지급에 나설 순 있겠지만, 정부는 재정 자립도가 낮은 지자체 위주로 지원해 균형을 맞추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세종=김도년·임성빈·허정원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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